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K-마케팅'에 열심이다. 지난 9월 9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 행사에 참석해서는 ‘조선 산업 재도약 전략’으로 우리 조선 산업의 힘을 더욱 강하게 키워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세계 1위로 만들겠다며 ‘K-조선’을 띄웠다. 곧바로 국내 조선업체들이 노력한 결과 세계 1위를 탈환하자 숟가락을 얹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K-조선 부활 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의 치적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과잉공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8년 7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32척을 국내 발주하는 등 과감하게 선박 신조를 확대했다. 성급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그 때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9월 14일 제40회 영상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는 ‘K-방역’의 업그레드 비전으로 ‘K-모델’을 언급하고 나섰다.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도 방역 완화가 재확산으로 이어진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치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접종과 방역과 일상이 조화되는 새로운 K-모델을 창출하여 이 또한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방역’이 백신 공급 지연이라는 악재를 만나지 않았다면, ‘K-모델’이라는 신조어는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만간 국산 백신이 개발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K-백신‘ 홍보전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 박수현 수석은 이미 9월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밑자락까지 깔아둔 상황이다. 3상 돌입에 필요한 대조백신을 구하지 못해 ‘K-백신’ 개발이 좌초될 위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와 직접 만나고 서한을 보내 협력을 성사시켰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K-모델’을 언급한 9월 14일 방탄소년단, BTS도 청와대로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BTS에게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임명장과 외교관 여권을 수여하며, 이렇게 언급했다. “K-팝, K-문화의 위상을 더없이 높이 올려줌으로써 대한민국의 품격을 아주 높여 주었다.” 이에 대해서도 숟가락 얻기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그 다음 날인 9월 5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정부와 군 주요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잠수합발사장거리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 참관 뒤 이번 시험의 성공으로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보다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최근 모든 좋은 일에 ‘K'라는 단어를 활용하는 문 대통령인지라 ‘K-국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날만은 예외였다. 아무래도 북한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근 진보 진영 사이에서 특이한 징후를 하나 포착할 수 있다. ‘국뽕’에 취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국뽕’은 극우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과도한 애국주의에 취해있는 그들의 행태를 조소하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불렀던 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요즘은 진보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의 치적에 감탄한 나머지 바로 이 ‘국뽕’에 빠져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UNCTAD가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성과이고, SLBM 발사 성공도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 생각한다. 당연히 ‘국뽕’에 찬 나날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K-마케팅’은 당연히 ‘국뽕’ 유발용이다. 이것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임기 말 레임덕 방지와 지지율 방어다. 최근 청와대 기류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40% 사수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오로지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국정 성과가 부진한 때문이다. 그래서 믿을 건 ‘K’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참으로 옹색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21일 한국행정연구원은 ‘기대불일치이론을 적용한 중앙정부 국정업무와 정책수행에 대한 국민만족도 결정요인’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는 2019년 6월 20일부터 7월 2일까지 13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응답자들의 정치적 이념 성향이 평균 4.30점으로 7점 척도의 중위값 4보다 높아 진보에 조금 더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성과는 평균 3.92점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만족도는 이보다 더 낮은 3.78점이었다. 100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54점이다.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국정성과 점수를 올려야 할 때, K-마케팅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점수는 앞으로도 더 내려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률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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