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美 금리인상 시간표...中 '헝다 쓰나미' 우려까지
한은, 조기 금리 인상 카드 만지작...금융시장 변동성 커졌다

<strong></div>중국 선전시의 헝다 본사 (사진=연합)</strong>
중국 선전시의 헝다 본사 (사진=연합)


국내외 금융시장이 해외 악재와 돌발 변수 등으로 출렁이고 있다.

빨라진 미국 금리인상 시간표와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공포 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우리 금융당국은 조기 금리 인상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해외발 악재와 돌발변수에 더욱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현 수준(0.00~0.25%)에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매월 1200억달러)를 유지하는 등 기존의 완화적 정책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가 이르면 다음 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준비작업이나 다름없는 '테이퍼링'이 시작될 경우 미 금리인상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헝다 쓰나미'의 충격파가 중국을 넘어 세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빨라진 美 금리인상 시간표...테이퍼링 당겨지나

연준이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점도표에 따르면 18명의 위원 중 9명이 내년에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제로 금리 수준에 머물러온 기준금리가 내년에는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연준은 금리인상의 준비작업이나 다름없는 테이퍼링에 대해서도 곧 시작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점진적 테이퍼링을 내년 중반께 마무리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데 위원들이 일반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11월 FOMC에서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11월 2∼3일로 예정된 FOMC에서 테이퍼링 착수가 공식 발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인상의 시그널인 테이퍼링이 이뤄지면 사실상 미국의 통화정책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초완화 정책에 작별을 고하고 통화정책 정상화로 방향을 틀게 된다.

◆ 헝다 사태, 국제금융시장 휩쓸 쓰나미 되나

'회색 코뿔소'에 비유되는 헝다의 디폴트 사태가 현실화 될 경우 우선 중국 경제가 광범위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인한 빅테크 등 민간 부문 위축 등 중국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헝다 사태까지 터질 경우 중국 경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헝다 그룹은 이날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과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정상적으로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공식 디폴트 선언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헝다는 전날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해당 위안화 채권 보유 기관과 '개별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시한연장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헝다가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고, 채권 보유 기관과 개별 협상을 통해 이자 전체 또는 부분 지급 시한을 연장하는 등 미봉책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헝다가 채무 불이행을 넘어 파산을 거쳐 청산 단계로 가게 되면 건설사, 자재 공급사 등 80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가 줄도산하고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헝다는 부동산 산업을 대표하는 민영 기업으로 중국 전역의 280여개 도시에서 1300여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약 25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파산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헝다가 디폴트를 넘어 파산에까지 이를 경우 중국 주요 대형 은행들의 부실 채권 비율이 급증해 중국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헝다 사태가 중국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쓰나미'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 자산 선호,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이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덩달아 급해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계

미국 통화당국이 조기에 테이퍼링에 나서고 그로 인해 금리 인상 시점이 빨라질 경우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의 절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헝다그룹 위기로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이와 동반 흐름을 보이는 원화도 함께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만약 원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한은은 조기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금리 인상 테이프를 끊은 한은은 다음달 한 차례 쉬어간 뒤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졌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헝다 쓰나미'가 닥칠 경우 10월에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통화정책국장, 국제국장, 금융시장국장 등이 참석한 '상황점검 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지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헝다그룹 사태와 관련 이 부총재는 "헝다그룹 위기가 국제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나, 부동산 관련 누적된 부채 문제가 현실화한 것인 만큼 이 사태의 전개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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