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을 위한 각 당의 경선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섯명 후보가 경합하는 본 경선의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었고, 국민의힘도 어제까지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됩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토요일인 4일에 대전·충남, 일요일인 5일에는 세종·충북에서 경선을 진행합니다. 2002년 당시 주말 드라마를 연출하며 노무현을 탄생시켰던 국민경선을 기억할 수 있는데, 이번 민주당 경선도 당시의 형식을 빌어서 주말마다 지역을 순회하며 경선이 펼쳐집니다. 각각 5일 간 권리당원의 온라인투표를 진행하고 대의원은 현장투표를 하는데 당일에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민주당 첫 번째 경선인 충청지역의 결과는 자못 심각하고 중요합니다. 충청권의 권리당원은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약 70만 5천명의 10.6% 비중을 갖습니다. 수도권과 호남에 비해 비중은 크지 않지만, 대전·충남 경선은 미국 대선으로 치자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경선은 2002년에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차용한 것입니다. 김대중 국민의정부 말기 ‘3홍 게이트’ 등으로 정권재창출에 어려움이 예상될 때, 국민들에게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국민경선을 채택했습니다. 총인구 3억3천만명의 미국에서 가장 먼저 경선을 치르는 지역은, 인구 110만명에 불과한 뉴햄프셔주입니다. 이 곳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1위 2위 주자로 압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완주를 포기하는 주자가 생기고, 정치자금 모금의 규모가 바뀌기도 하고, 후보들간의 합종연횡이 나타나게 됩니다.
9월 4일부터 시작되는 충청지역 경선을 통해, 예비경선을 거친 여섯 명 후보의 경쟁 결과가 실제 표의 차이로 확인되는 것입니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1강 1중 다약’의 구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선투표 결과가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세론을 입증할지, 추격자의 위치에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뒤집기 가능성을 보여줄지’, 또는 정세균 후보가 3위로 나서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추미애, 박용진, 김두관 후보는 또 어떤 불씨를 살려나갈지, 그 결과가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 결과는 12일 발표될 국민선거인단 투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충청 지역은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지역 연고성이 낮고, 전국적인 정치여론 흐름을 수렴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야간 대선 경쟁에서도 충청 민심이 결과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는데, 늘 충청의 결과가 전체의 결과와 비슷한 양상으로 왔다는 겁니다. 대선 레이스를 관리하는 각 후보 캠프가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지역이란 뜻이기도 합니다. 이미 8월 중순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모두가 충청에 집결해 있다고 할만큼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고, 충청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크게 보면 ‘행정수도, 과학수도로서 충청지역의 완성’인데, 기본적인 정책공약의 틀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충청 지역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현재 여론조사에 나타난 흐름과 실제 경선 결과가 차이가 있을 것이냐’입니다. 이재명 도지사의 지지율은 현재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지지층의 5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4개 여론조사 기관 NBS는 민주당 지지층의 54%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 23~24일 조사는 51%를 기록했고, 폴리뉴스와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는 54.3%였습니다.
이런 흐름이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확인되는가의 문제인데, 일반 민주당지지층과 권리당원·대의원은 당에 대한 로열티나 활동 경력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와 경선투표 결과를 직접 동일시 하는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은 ‘이재명 지사에게 과반 득표의 개연성이 주어져 있다’는 정도의 해석이 가능할 뿐입니다.
충청 지역에서 이낙연 후보 우위의 지지율 조사도 있습니다. 폴리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23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충청권의 범여권 후보 지지도는 이낙연 23.5%, 이재명 21.5%, 정세균 9.8%로 나타났습니다. 바닥 민심이란 측면으로 해석하면 또 다른 흐름도 있을 수 있다는 결과입니다.
이낙연 후보의 입장에서는 한 때 2강구도로 좁혀가다 다시 1강 1중으로 벌어져 있는데, 이번 경선에서 이재명과의 ‘격차를 10% 이내로 줄일 수 있는가’에 주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낙연 캠프 스스로는 역전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한자릿수 차이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이재명 대세론에서 벗어나 역전의 기회를 기약할 수 있는 수치라는 것입니다.
경선에는 각 캠프의 조직력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지역구 대의원과 권리당원을 관리하고 지방의회 의원들과 밀착된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거처럼 국회의원 수의 분포가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그런 수준의 영향력은 아니지만, 민주당 충청권 국회의원 19명의 캠프별 분포를 보면, 이낙연 캠프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이재명 캠프에 4명, 정세균 캠프에는 3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낙연 캠프가 어느 정도 반전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배경입니다.
현재까지 각 캠프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면, 지역별로 충남과 세종은 이재명 지사가 확연한 우위를 보이고 있고, 충북과 대전은 이낙연 후보가 우위를 보인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여론조사상으로는 이재명지사가 분명한 우위에 있지만 그 결과는 주목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의 경륜과 조직을 배경으로 흐름의 반전을 꾀하는 후보가 정세균 전 총리입니다. 지지율 답보라는 답답한 흐름을 타개할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충청권 경선에 누구보다도 더 올인하고 있습니다. 추미애 후보와 박용진 후보, 김두관 후보까지 의미있는 선전이 이어진다면, 민주당 경선제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결선투표’까지 보다 치열한 경합과 이합집산이 전개될 것입니다.
9월 첫째 주말 충청권에 이어, 9월 둘째 주에는 11일 대구·경북 경선이 열리고, 12일에는 강원지역 경선 결과와 함께 76만명에 달하는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결과가 더해집니다. 12일이면 1차적으로 전체적인 민주당 경선구도의 윤곽과 함께, 최종적인 결선투표 가능성, 이에 따른 후보들간의 합종연횡 가능성까지 보여질 수 있습니다.
추석 명절 이후인 9월 4주차 주말 25일, 26일에는 추석 민심을 담아 민주당 경선의 대세를 결정짓게 될, 호남지역 경선이 시작됩니다. 호남은 전체 권리당원의 28.29%, 거의 30%에 달하는 권리당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호남의 선택은 곧 민주당의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선이라고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순회 경선 과정에, 9월 중순이면 국민의힘의 대선예비후보 8강이 결정되고 본격적인 TV토론이 시작될 것입니다. 다자대결 1위이고 당내 주자 중 압도적인 1위인 윤석열 후보가 과연 대통령후보로서의 자질이나 도덕성의 검증을 헤쳐나갈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또한 현재 홍준표 후보가 범야권 지지율 20%를 넘기며 윤석열과의 각축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렇게 국민의힘 경선과정에서 발생할 변수와 변화는 민주당의 경쟁구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추석을 전후한 9월 중순이 여야 대선 경쟁의 1차전이자 큰 분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9월이지만, 양당의 대선후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입니다. 충청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경선 결과의 분석을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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