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비전투부대 파병·지역재건팀 운영…재정 지원만 1조1천790억원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 고민…"인권 존중 국가와는 항상 협력"

<strong></div>아프가니스탄 한국병원 가는 현지 주민들</strong><br>
2014년 6월 18일 아프간 주민들이 바그람 기지 내 한국병원에 가기 위해 검색통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한국병원 가는 현지 주민들
2014년 6월 18일 아프간 주민들이 바그람 기지 내 한국병원에 가기 위해 검색통로를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은 누구보다 미국에 뼈아픈 패배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부분이 작지 않다.

한국도 미국의 요청으로 한때 군대를 파견했고, 아프간 민주화와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기여하는 등 아프간을 서구식으로 개조하려는 미국 주도 '실험'에 지난 20년간 동참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프간에 발을 담그게 된 것은 2001년 한미관계 등을 고려해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지원하면서다.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조지 W. 부시 정부는 탈레반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해 10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과 아프간을 침공했고, 한국에도 파병을 요청했다.

미국의 군사작전 종료 선언(2002년 7월 8일) 이후에도 현지 안정화를 위해 건설공병지원단 다산부대를 파병했다.

비전투부대 파병이었지만 희생이 뒤따랐다.

다산부대 소속 윤장호 하사가 2007년 2월 바그람 기지에서 탈레반 폭탄테러로 전사했으며, 2007년 7월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살해당한 '샘물교회' 사건이 있었다.

정부는 이 사건 여파 등으로 2007년 12월 군부대를 철수했으며 지금까지 아프간은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돼 정부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다.

<strong></div>고 윤장호 하사 추모행사</strong><br>
2007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 사우스포스트에서 열린 '고 윤장호 하사 추모행사'에서 벨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김병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고 윤하사의 양친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비를 제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윤장호 하사 추모행사
2007년 5월 31일 오후 서울 용산미군기지 내 사우스포스트에서 열린 '고 윤장호 하사 추모행사'에서 벨 한미연합사 사령관과 김병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고 윤하사의 양친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모비를 제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정부는 지방재건팀(PRT)을 운영하는 등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주민의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은 서구식 정치·경제 모델이 성공적으로 이식된 국가로 나름의 명분도 있었다.

2010년 7월부터 2014년 6월 PRT 운영 종료까지 바그람 기지 내 한국 병원에서 연인원 총 15만 명을 진료했으며, 직업훈련원 졸업생 439명을 배출했다.

아프간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도 대폭 확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아프간 지원액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억400만달러(17일 환율로 약 1조1천790억원)다. 파병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1991년부터 2019년까지 양자 무상원조 금액이 2억7천600만달러로 아프간은 베트남, 이라크 다음으로 많은 3위 수원국이다.

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나토의 아프간 군경 훈련과 유엔 등 국제기구의 경제사회개발사업에 7억2천800만달러를 지원했다.

국제사회의 아프간 재건에 동참하면서 지원액이 급격히 증가한 것인데 정부는 최근까지도 지원 의지를 표명했다.

이경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는 지난해 11월 70여개국과 30여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석한 '아프가니스탄 회의'에서 정부가 2024년까지 기여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strong></div>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 한국병원</strong><br>
2014년 6월 17일 오후 촬영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 한국병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 한국병원
2014년 6월 17일 오후 촬영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기지 한국병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탈레반의 정권 장악으로 국제사회의 재건 노력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새 탈레반 정부와 관계 설정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같은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태호 주아프간대사 등 끝까지 남은 대사관 직원 3명과 교민 1명이 17일 아프간을 떠나면서 현지에 남아있는 국민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탈레반 정부와 외교관계 설정에 대해 "정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국가와는 항상 협력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며 "현재 아프간 정세와 주요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 중인바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 필요하다면 공관 운영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재건 지원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는 아프간 재건 지원을 포함한 우리의 대아프간 외교정책에 대해 국제 사회의 동향을 주시하고 긴밀히 협의하면서 지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정부에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을 간접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정부는 향후 미국 등 주요국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제사회가 다 같이 재건을 지원하고 있었고 한국도 최선을 다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바뀌면서 과거로 회귀할 위기에 처했다"며 "새로 등장한 탈레반 정부가 국제사회 기준에 맞는 공존이 가능한 정부가 될지, 아니면 과거의 무도한 정부가 될지에 따라 한국 등 국제사회와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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