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합당 불발…예우하지 못한 이준석에 책임론 제기
이준석의 통화 녹취록 유출 논란…윤석열 측 유감 표명 잇따라
경선후보 토론회, 경준위 대신 선관위가 주관할 가능성 힘 실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주재 신임 시ㆍ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주재 신임 시ㆍ도당 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를 녹음하고 녹취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그러던 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 선언을 하면서 당 안팎에서 ‘이준석 리스크’가 심각해지고 있다.  

◆ 국민의당-국민의힘 협상 결렬…“이준석, 협량의 정치로 합당 무산시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에서 멈추게 됐다"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안 대표는 "통합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국민의 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상처를 받았다"며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이준석 대표를 겨냥했다.

그동안 ‘8월 말 경선버스 출발론’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고압적으로 합당을 추진하면서 '예스까, 노까' 파문까지 일으킨 이 대표를 향해 국민의당은 '이 대표의 고압적 행태, 값질'이라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합당 결렬의 원인을 안철수 쪽으로 돌렸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들이 나왔으나, 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해왔다”며 “그러나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돼왔던 것이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이 대표의 ‘정치력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당 협상 과정은) 두 사람이 정치력 부재를 경쟁적으로 고백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며 게시글을 올렸다. 유 평론가는 이 대표에 대해 “4·7 재보궐선거 때 안철수가 있었기에 오세훈이 딛고 올라갈 수 있었다”며 “그에 맞는 예우를 하며 껴안았어야 했는데, 시종 빈정대고 자극하는 협량의 정치만 하다가 합당을 무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3·9 대선의 승부가 불과 몇% 차이로 날 것을 예상한다면 안철수가 얻을 몇 %도 안 되는 지지율 때문에 후보 단일화하자고 다시 매달려야 하는 식상한 장면들을 보이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에 대해서는 "선거만 있으면 가리지 않고 다 나가곤 하는 '출마 전문가'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마음을 비우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다시 또 집착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덧붙였다.

◆ ‘이준석 탄핵’ 언급... 윤-이 ‘통화 녹취록’ 유출, 윤 캠프 "경악 금치 못해" 폭발

 '이준석 패싱' 으로 시작된 윤석열-이준석 갈등은 보이콧 논란, 탄핵파문에 이어 이제는 양자간의 '통화 녹취록 유출' 문제로 폭발되었다. 사진은 7월30일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지난 8월2일 국민의힘 입당 상견례를 하고 있다. ( ⓒ 국민의힘 홈페이지)
▲  '이준석 패싱' 으로 시작된 윤석열-이준석 갈등은 보이콧 논란, 탄핵파문에 이어 이제는 양자간의 '통화 녹취록 유출' 문제로 폭발되었다. 사진은 7월30일 전격 입당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지난 8월2일 국민의힘 입당 상견례를 하고 있다. ( ⓒ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밖에서는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 갈등이 결국 결렬되며 '이준석 책임론'이 불거진 반면, 당내에서는 '입당 패싱' 이후 꼬여만가는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갈등이 '예비후보 토론방식'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윤-이 통화 녹취록 유출' 문제로 폭발되었다.

지난 7월30일 윤석열 전 총장이 전격 입당한 이후 아직 한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 국민의힘내에서 '윤-이 갈등'은 점점 더 해결될 수 없는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추진하는 예비후보 토론회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 등 대선주자들은 '아직 경선후보 등록 전인데 무슨 토론회냐'라는 불만과 토론 방식도 '이 대표가 중심에 서는 예능 배틀식 토론'이라는데 반감이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표의 녹취록 유출' 문제까지 터진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녹취록’은 지난 12일 윤석열 캠프 정무실장 신지호 의원이 이 대표에 대해 ‘탄핵’을 언급한 뒤 이 대표가 불쾌감을 표하자,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지난 14일 <뉴스1>은 이 대표 측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지난 12일 이 대표가 일부러 녹음을 한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휴대폰에 자동녹음 기능이 있어서 녹음이 됐는데, 실무진이 녹취를 풀었다가 실수로 밖으로 흘러나가게 된 것"이라고 '녹취록 유출'을 보도했다.

이후 윤 전 총장 캠프 조직본부장인 이철규 의원은 SNS에서 "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 유력 후보와의 통화를 녹음하고 그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그런 사실이 없다는 발뺌이다. 그럼 누가 녹취하고 누가 유출하였다는 말인가?”라며 “방송뉴스가 가짜뉴스인지 아니면 또다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고 하였는지 검증받아야 한다”고 이 대표를 공격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녹취록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유출되었다는 녹취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에게 구두로 전달한 부분들이 정리돼 문건화됐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5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어제 오늘 나라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도 받고 메시지도 받고 했다"며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세력으로부터 국민과 나라를 구해야 하는 것이 이 시대 우리들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16일 윤석열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녹취록 논란’에 대해 “국민과 당원, 언론이 판단할 문제”라며 “저희가 이 문제를 어떻게 조사하겠는가, 뭘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녹취 파일 자체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알 수가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서 캠프 차원에서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15일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유승민·홍준표와 ‘윤석열 저격조’ 마당쇠로 뛰고 있는 것이 이준석”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에 ‘좋아요’를 눌렀다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똘마니 이준석은 국민, 특히 정권교체 바라는 유권자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 ‘녹취록 논란’ '예비후보 합동토론회' 등... 당 안팎 ‘이준석 리더십’ 비판 거세

하태경 "이대표, 윤 후보측과 사전조율하고 당을 정돈된 형태로 가져가야"

원희룡 "이대표, 공정한 경선관리 할 뜻 없다는 것...이준석, 정부랑 싸울생각 없어, 주인공 컴플렉스만..."

진중권 "당내 갈등, 대표가 나서 대선주자와 싸우고 있다... 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

전여옥 "이준석 정치 실체, 뒷담화 정치? 야바위 정치?"

'배틀식 예비후보 합동토론회' 논란에 이어 '녹취록 유출' 파문이 터지자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윤-이 갈등을 우려하며 이 대표의 경선 공정성 문제와 '이준석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녹취록이 있다 없다 말이 엇갈리는데, 이런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와 윤 후보는 국민의 대의 앞에서 더 이상의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라"면서 "당 지도부는 각 후보 캠프와 보다 원활한 소통·협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태경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에서 "정견발표회 정도면 윤 후보 측도 수용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이 대표 측도, 어쨌든 지지율 제1후보이기 때문에 뭔 일을 실행하기 전에 먼저 윤 후보 측하고 사전 조율을 하고 좀 정돈된 형태로 당을 가져가야 된다. 안 그러면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민심이 굉장히 안 좋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지금의 경선준비위원회 관련 혼란의 핵심은 명확하다”며 “이 대표가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을 “작금의 혼란을 야기하고 증폭시킨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의도”라고 짚으며 “당 대표가 경선 관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는 순간 흥행은커녕 사태는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전 지사는 지난 13일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가 자기가 주인공이 되겠다는 ‘주인공 콤플렉스’가 있고 그렇지 않고는 못 배긴다”고 평가했다. 이어 “며칠 전 이준석 대표와 통화했는데 ‘저는 정부랑 싸울 생각이 없다’고 했다”라며 “‘당대표가 경선 선수, 심판까지 보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이 대표가) 말대답하면서 가르치려 하고, ‘대여 투쟁 왜 안 하나, 자꾸 당원들 부글부글한다’고 말하니 ‘내가 왜 그걸 해야 햐나’고 하더라”라며 전화의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또 “경선에서 당 대표는 심판을 선임해 큰 틀에서 국민과 당원의 신뢰에 벗어나지 않는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 역할을 안 하고 선수들하고 같이 운동장 들어와서 볼 차려고 하면 큰일 난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준석이 윤석열과의 통화를 몰래 녹음해 기자들에게 돌렸다는 소문이 떠도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라며 " 이건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에 관한 문제. 무슨 의도로 저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라고 썼다. 이후 15일 이 대표 측에서 해명이 나오자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또 국민의힘 갈등에 대해 “캠프들이 싸우면 중간에서 대표가 말려야 하는데 대표가 나서서 캠프들과 싸우고 있다”며 “대표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 예비후보 합동토론회 등 경선 일정에 대해 “후보토론은 경선이 시작되면 질리도록 할 텐데, 굳이 (이대표가) 이를 고집하는 것은 이 행사가 정상적인 후보토론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붐업을 위한 예능성격으로 토론이 아니라 배틀, 킬링 필드다”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전 국민의힘 의원도 16일 블로그를 통해 “당 실무진을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며 “정권교체에 목마른 국민을 바보취급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당 실무자가 실수로 한 당 대표와 대선후보 전화 녹음을 실수로 풀어내고 실수로 유출하고 기자들에게 실수로 쫙 뿌릴 수 있는가. 당 실무진을 억울한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어디서 이렇게 더럽게 정치를 배웠나, 절대 배워서는 안될 것만 골라서 배웠다"며 "이준석 정치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종인 짝퉁정치? 국민뒤통수치기? 저렴한 뒷담화 정치였나"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이 대표가 2030세대의 지지를 배신했다는 것"이라며 "그들의 고통과 분노를 야바위 정치의 판돈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그를 지지한 사람들의 등에 칼을 꽂는 정치, 자기를 낳은 어미의 배를 가르고 나오는 살모사 정치가 이준석의 정치인가 보다"고 일갈했다. 

◆ 尹 측, 특정후보 유불리 고려 비판…경준위 주관 토론, 취소에 힘 실려

한편, 녹취록 파문과 함께 경준위가 추진하는 경선 토론방식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 측에서 비판적 입장을 다시 표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16일 T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특정 후보를 위해 밀어주고 특정 후보를 해하려고 하는 건 불공정의 극치"라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토론회가 두려워 피한다고 비판한다'는 시선에 대해서는 "토론이라는 건 결국 현재 앞서 가는 주자를 향해 후발 주자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서 주장하는, 늘 과거에 있어 왔던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렇듯 윤-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측 요구를 수용해 18일 예정된 경선토론을 취소하고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경선 토론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