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7월 21일 '흔들린 대세론, 요동치는 대권 레이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김능구 : 코로나 속에서도 도쿄올림픽은 23일 개막하는데, 진행하던 한일정상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이 상황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한일외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이 있고, 일본과의 관계이니 더더욱 원칙을 지켜야 된다며 잘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있다. 소마의 망언이 전체를 그르쳤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

황장수 : 작년 말과 올해 초 박지원 국정원장이 스가한테 가서 굉장히 공을 들였다. 동경 올림픽에 북한도 참가하고 바이든도 가게 되면, 남북 관계, 비핵화 문제가 뭔가 진전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었고, 그 때는 일본에 유화적이었다. 그런데 북한도 불참하고 바이든도 오지 않는다니까, 우리 정권은 결국 올림픽에 별 실익이 없다 생각하고 다시 반일감정 쪽으로 기울었다.

중국하고 일본이란 나라를 볼 때 한국이 그래도 둘 중에 하나를 택한다면 누구하고 친구를 해야 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문 정권이 일본문제를 그냥 이해타산적으로 봐서 ‘올림픽에 얻을 게 없으니 가지마’라는 식으로 처리하는 부분은, 저는 결국 한국 좌파 정권의 한계는 이렇다고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본다. 일본이 뭘 주든 안 주든 관계없이, 일단 가서 할 말이 있으면 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나 싶다.

김능구 : 박지원 국정원장도 그렇지만, 현재 일본대사 강창일 전 의원도 일본과의 관계에서 상당히 깊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분들인데, 다들 의아했던 모양이다.

차재원 : 스가 정부가 아무래도 현재 한국에 대한 나름대로의 인식과 태도, 그 자체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사실 혐한을 자신의 정치적인 하나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스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도쿄올림픽이라 해도 자신들이 저자세로 보이는 듯한 결과를 내보이고 싶지 않았을 거다.

그래서 저는 일본의 책임이 훨씬 더 크다고 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어떤 식으로든 한일 관계의 전환점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뭔가 꽉 막혀있는 대북관계를 풀어보려는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상이긴 하겠지만, 그것이 안 됐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도쿄올림픽과는 선을 긋는, 정치적으로 뭔가 성과를 얻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렸어야 된다는 거다. 코로나 시국에서 일본 국민들 절대다수가 올림픽 개최를 취소하라고 하는 상황인데, 우리 대통령이 가서 일본 총리와 뭔가 정치적인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는 일단 대통령이 지금 방일하는 것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웃국가에서 중요한 국제체육대회를 하고 있고, 2018년도에 아베 총리가 평창에 왔다면, 품앗이 차원에서 가면 되는 거다. 체육행사에 가서 축하해주는 대범한 모습으로 방향을 잡고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고, 이번에 스가 정부가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못 가게 됐고 내일 정도 밖에 시간이 안 남았지만, 저는 쿨하게 김정숙 여사만이라도 보냈으면 좋겠다. 질 바이든도 가는데 김정숙 여사의 쾌활한 성격으로 질 바이든 여사하고 손 잡고 스가 총리 부인하고 그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포용력이랄까 이런 부분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일본을 조금 무안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김능구 : 김정숙 여사는 다들 인정하듯이 거의 의상 디자이너 수준인데, 옷도 우리나라 전통 디자인으로 준비해가면, 그것도 좋겠다. 홍 소장님, 들으셨겠지만 소마 공사 망언, 그 부분에 대해 일본이 유감표명만 하고 바로 조치를 안 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갈 수 있는 명분을 없애버린 게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홍형식 : 사실 요즘 한일 관계를 놓고 본다면 그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는데, 일본 정부가 분명히 유감은 표명했다. 그리고 인사조치에 대해서는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전에 우리 정부에서 먼저 결정을 했던 거다.

그런데 이 문제가 단순히 한일관계가 아니고, 미 바이든 정부 이후 미중 간의 디커플링으로 가는 과정에서 뭔가 지금 우리 정부도 압박을 받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한일 관계 복원에 대해서, 더 크게 봐서 한미일 관계 복원에 대고 압박을 받고 있지 않나 하는 거다. 일반의 상식으로 볼 때 현 정부의 한일관계, 한일무역의 진전관계 등을 볼 때, 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일본을 가려고 했는지 좀 뜻밖이었다. 방일을 통해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보려고 한다는 건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미국도 북한도 참석 안 하는데, 거기에 우리 대통령이 가서 뭘 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볼 때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미일, 또는 한일관계에서의 어떤 압박, 박근혜 정권 말기에 미국 민주당 정부에게서 압박을 받았듯이 뭔가 있지 않나 하는 감이 든다는 이야기다.

김능구 : 지난 번 한일간 협정을 맺은 게 박근혜 정부인데, 정권교체 후 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사실 외교 관례상 불문에 붙이고 보안을 유지해주는 것이 정석인데, 우리는 그 부분을 조사하고, 조사 결과의 일정 부분을 공개해버렸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라든지, 외국과의 각종 외교문제에 있어서, 본인들이 정권교체 이후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나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아마 모든 것을 가능한한 원칙에 입각해서 풀어내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외교에서는 창조적인 판단도 필요하고 결정도 필요한 것이고 그게 국정운영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금방 차 교수가 이야기한대로 그런 폭넓은 자세를 문재인 정부가 가져주길 바라고, 다들 너무 반일감정을 중심으로 해서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은 우리 국민한테 그렇게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원칙은 원칙대로 지키더라도 실용적으로 접근하라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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