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6월 23일 "이준석 현장·세대교체 현상 민심 속 여야 잠룡 본격 출마선언"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4) 전문 이다.]

김능구 : 마지막으로 짧게 대북문제를 보겠다. 김정은 조선 노동당 총비서가 바이든 미 대통령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놨다. 대화, 대결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특히 대결에 빈틈없이 준비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흥미로운 신호’라고 반응했다. 그리고 성 김 국무부 대북 대표가 북한과의 대화를 조건없이 기다린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서 김여정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이야기하면서 말하자면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 대화 없다’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 같다.

황장수 : 지금 북한이 식량이나 달러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가 볼 때는 몇 년 더 버틴다는 각오를 하고 군축으로 끌고 갈 것 같다. 미국 주장으로도 이미 핵을 100여개 보유했다고 하고 미사일 실력도 거의 완성됐으니, 북한 스스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실제로 북한은, 바이든이 여러 가지 말을 하지만 결론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크게 다르지 않고, 바이든 정권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은 없을 거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에 방침을 굳힌 것 같다. 계속해서 대화에 대한 미련은 주되,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에 옮기면 대화한다’는 주장은 포기하라고 요구할 거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군축으로 가면, 핵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지원과 함께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수교하자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보인다.

문제는 G7이 끝나고 나니까 한국과 미국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거다. 8월의 한미군사훈련 문제나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군의 흑해 군사훈련 불참, 그리고 워킹그룹 문제라든지 대북 지원에 대한 문제 등에서 불거졌는데, 미국이 대북제재에서 한국이 앞서가지 말라고 경고까지 하면서 한미관계가 굉장히 경색되고 있다. 내년 대선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거라고 보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도발 아니면 장기적 버티기로 갈텐데 도발도 미국이 아닌 남측을 향한 제한된 도발이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

김능구 : 폴리뉴스 창간기념식에서 정세현 평통수석부의장께서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본인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는 거다. 60년대나 70년대나 지금이나, 민주당 정권이나 공화당 정권 할 것 없이 ‘미국은 똑같다’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셨다.

홍형식 : 미국의 오바마 정권이 전략적 인내만 한 게 아니고 봉쇄를 계속 했는데, 저는 그걸 레슬링의 헤드락 전략이라 표현했었다. 작년 트럼프 정권 말기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던 게 북한이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는 이유였다. 북한을 떠받치는 핵심세력, 평양시민과 당원, 군부를 먹여살려야 되는데, 봉쇄도 봉쇄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그것도 힘들어진 상황까지 왔다. 지금 대화와 대결을 병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전략적인 태도의 변화인지 전술적인 레토릭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북한이 그런 레토릭이라도 해야 되는 처지까지 몰려있다는 거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줄 수 없다. 핵과 ICBM을 만들면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는 것도 오판이다. 그래서 북한이 앞으로 좀 더 수세에 몰릴 것이고,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남한 정부 상대로도 도발할 수 없는 처지로 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관련 문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북한 사회 지도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는 조짐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차재원 : 정세현 전 장관이 미국은 50년대, 60년대, 지금까지 똑같다고 이야기했다는데, 그 똑같다고 한 표현을 북한인들 모를까. 북한도 아마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일거에 거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거고, 그런 기대도 품지 않았을 거다. 사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처럼 탑다운 방식의 지도자가 오히려 나은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큰 고민이 있었을 거다.

어쨌든 지금 북한의 입장에서 대북 경제제재의 압박을 일단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은 분명히 하고 있는데, 김정은이 대화도 대결도 다 준비해야 된다고 얘기했던 부분도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통해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내비친 걸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성 김의 방한, 설리번의 이야기, 이런 부분들이 아마 북한이 평가하기에는 좀 미흡하고, 대북제재에 숨통을 틔어주는 조금의 뭐라도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거다. 그래서 엊그제 김여정, 어제 이선권을 통해서 공을 다시 미국 쪽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판단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급할 게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미국은 사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현상 유지가 딱 자신들이 바라는 상황인 것 같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 하더라도 예를 들면 남쪽을 대상으로 하는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고, 소위 전략무기라고 하는 ICBM, SLBM, 그리고 핵실험 정도까지 하게 되면 뭔가 액션을 취하겠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일 것이다.

또한 미국에게 한반도보다 비중이 큰 문제가 중국에 대한 공격 문제다. 더 나아가서는 이란과의 핵 협정, 그리고 또 더 크게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고 표현하는 팬데믹 이후 미국이 세계질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사실 뒤로 쳐지고 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답답한 측면은 오히려 북한이 더 있지 않나 싶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현상 유지를 깨기 위해서라도 더 강한 도발, 예를 들면 전략 핵무기 쪽으로 도발을 할 경우에는 간단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저는 우리 정부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김능구 : 어제 정세현 수석부의장님이 많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경청하는 가운데 작정한 듯 이야기를 하셨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꽃놀이패로 보는 것 같다. 이것이 해결되면 되는대로 자기들이 전력을 다른 데 쏟을 수 있으니까 좋고,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군산복합체의 경영에는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에서 44조를 투자하기로 했고 G7에 초대되는 등 우리가 이미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성장했는데, 이제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면서 줏대있는 외교를 펼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외무부 공무원들은 이전의 관성에 사로잡혀서 미국하면 그냥 이야기를 다 들어야만 하는, 그렇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극복해야한다는 말씀이셨다.

성 김 방한으로 워킹그룹이 해체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북이 적대시 정책을 딱 집어 표현했듯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포함해서 뭔가 실제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아마 남북관계도 현상태를 벗어나긴 어려울 거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몇 개월 동안에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반도 평화무드를 문재인 대통령의 제일 보람있는 성과로 생각할 건데, 그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분투를 촉구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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