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네이버가 ‘갑질 현황’을 따로 신고해야 할 근거 없어”
네이버, 6년간 ‘일자리으뜸기업’…근로감독 면제받아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동료 사망 사건 관련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서 '네이버 동료 사망 사건 관련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네이버 노조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있는 가운데, 이미 2년 전부터 직원들이 관련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음에도 경영진이 방관해왔으며 근로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가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현황 및 조치 내역’을 노동부에 요구했다”며 “(그러나) 노동부 담당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내 경영진 의무 조치 조항은 있으나 이를 노동부에 제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면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노웅래 의원실은 이 같은 노동부의 제출 거부에 대해 “사실상 직장 내 괴롭힘이 노동부에 직접 신고되지 않는 이상, 사내 조치 내역에 대해 나몰라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했다.

노웅래 의원 측은 28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근로감독이라는 것이 법적 근거 규정은 없어 네이버가 제출 안 한다고 하면 네이버한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처럼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감독 의무가 있는 노동부가 네이버에 요구조차 안 하는 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네이버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내놓지 않아야 한다든가, 대표 등 경영진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론을 일으키든가 국정조사로 부르든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노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은 2019년 1월부터 수차례 문제를 제기하고 피해를 호소왔으나 경영진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고인과 동료들은 이 같은 경영진의 태도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돼있다. 이어 노조는 이전에도 유사 사건이 발생했었는지, 또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에는 노동부의 미온적 관리감독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네이버는 노동부로부터 '일자리으뜸기업'으로 선정돼 지난 6년간 근로감독 대상에서 면제돼왔다. 노동부는 매년 고용 창출과 고용의 질 개선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3년간 '정기 근로감독 유예' 등의 혜택을 준다.

지난 2019년 네이버는 일자리으뜸기업 선정 소식을 전하며 "주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직원이 원하는 시간을 골라 하루 8시간, 최대 주52시간 일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전면 도입했고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네이버 노조는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전화 심층 면접, 대면 인터뷰를 담은 진상규명 보고서를 근거로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 A가 평소 사원증 목줄을 당기거나, 뱃살을 꼬집는 등 부하직원들에게 모욕적인 행동과 언행을 반복했음을 고발했다. 특히 고인이 된 피해자에게 처음부터 해결 불가능한 업무를 지시하고는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며 질책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와 이를 수행할 수 없게 한 상급자의 인력 통제와 불분명한 업무 지시 △해결 불가능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 언행 및 협박, 이를 가능케 한 임원의 절대적 인사권 △문제제기에도 이를 묵살하고 비호한 경영진 등을 꼽았다.

이어 노조는 최인혁 경영리더를 비롯한 모든 가담자들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 전 COO는 네이버에서 해임조치됐으나 별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공익재단 해피빈 대표는 그대로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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