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목포. 서해, 서남해 연안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 항구도시 목포. 서해, 서남해 연안도시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를 비롯하여 최근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상황까지 인류의 생존과 관련된 글로벌 이슈가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더믹(pandemic) 상황 전·후 국내외 사회의 총체적 변화에 대한 논의도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 

뉴노멀(New Norman) 사회에 진입하면서 인간의 생활과 문화 전반에 걸쳐 예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발생하고 있으며, 국가 간 여행과 무역 등에 장애가 생기면서 특히 도서국가의 경제 상황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지구 환경변화에 취약한 도서해양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 소멸, 해양의 해수면 상승, 해수 온도 상승 등 거시적 연구에서부터 어족자원에 대한 문제, 주민들의 생물자원 이용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섬 사회의 경제 구조와 정체성 문제에 영향을 주고 있음도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IPCC, 2010. IPCC Workshop on Sea Level Rise and Ice Sheet Instabilities, Workshop Report, Kuala Lumpur, Malysia. 21-24 June 2010). 이러한 문제는 여러 가지 차원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도서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해수면은 온실기체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로 인해 19세기 후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이후에 상승률이 증가, 21세기 후반인 2100년경에는 연평균기온이 현재보다 5.7℃ 상승, 강수량은 17.6% 증가, 해수면은 서남해안에서 65㎜, 동해안에서 99㎜로 급상승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모델대로 진행된다면, 한반도 서남해 섬 지역 연안이 수몰되고 해안선이 바뀌게 되는 결과가 된다. 

섬은 매우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생물다양성의 문제는 생태계 문제로 이어지고, 생태계 훼손은 지역 생활과 생업에 영향을 준다. 결국 주민들의 경제적‧사회적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섬의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향후의 생태연구는 훼손된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섬으로 기능하는 방안을 탐구하는 것이다. 섬의 생태적, 사회적 기능의 회복은 주민공동체와 밀접하므로 주민들의 생태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 복원과 섬 재생이 요구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마을 공동체에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전통생태 지식은 섬 생태 회복에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된다. 생태과학자들과 주민들은 이러한 전통생태 지식을 상호 교류를 통해 이해하고, 생태적 복원에서 활용되는 과학적 방법론을 주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섬 생태연구’의 향후 방향은 ‘지식과 정보의 교류와 협력’, 그리고 ‘자연과 인간시스템의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노력이 될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적응하기 위한 섬 생존 프로토콜을 함께 고민하고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베트남 껀저(Can Gio)연안습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으로 지정되어 별도의 관리를 받고 있다. 베트남전쟁을 통해 사라졌던 망그로브숲을 재조성하여 생태계를 복원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례 지역. 바닷가 숲은 해수면 상승과 갑작스런 해일을 방어해 주는 방조제 역할을 한다. 
▲ 베트남 껀저(Can Gio)연안습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으로 지정되어 별도의 관리를 받고 있다. 베트남전쟁을 통해 사라졌던 망그로브숲을 재조성하여 생태계를 복원한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례 지역. 바닷가 숲은 해수면 상승과 갑작스런 해일을 방어해 주는 방조제 역할을 한다. 

 

필자는 지면을 통해 여러 지구 환경변화의 상황에서 고민해야 할 세 가지 섬 생태연구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섬 자체의 특성에 대한 ‘정체성’ 연구이다. 섬의 지리적 형세, 크기, 육지와의 거리, 연륙연도의 유무, 경제권 등을 고려할 때, 섬은 개별적으로 성격이 매우 다르다. 이러한 ‘고유성’은 섬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섬과 섬 사이, 섬과 육지(mainland), 섬과 대륙 사이의 해양 공간, 해역 내 교류를 이해하는 것은 생물학과 생태학적인 연구의 주제뿐 아니라 인간과 물자의 이동을 통한 섬 네트워크 연구에 중요한 주제이다. 

특히 과거와 비교하면 다양한 교통이 발달하면서 섬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접근성이 증가하고 있다. 접근성 증가에 따른 육지와 섬과의 교류 증가 때문에 변할 수 있는 섬의 고유한 생태문화적 정체성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하여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섬 공간과 자원을 활용한 생태계서비스, 지속가능성 사이의 상관성을 파악하기 위한 취약성(vulnerability)과 회복력(resilience)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다. 경관생태연구는 다도해 섬 같은 여러 섬들의 상호관계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생태연구 방안이다. 이 과제는 필자가 오래전부터 강조해왔고, 실제로 2009~2019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에서 수행했던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사업의 성과로서도 달성된 바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해류 변화 등 섬 주민 생업과 관련된 제반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관생태학의 연구 주제인 육지 경관(landscape)과 함께 해역 경관(seascape)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숙제가 있다. 또한 해양의 특성이 섬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섬의 생태적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역 경관(seascape)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거시적 엔트로피(기후, 거시경제, 에너지, 생물 이동)의 역동성을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세 번째, 전통생태지식과 생물문화다양성 연구이다. 섬이라는 정지된 공간이 아닌 바다는 움직이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섬과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 볼 수 없기에 다루기 어려운 연구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류, 파도, 어류를 대상으로 간접적인 자료를 얻어낸다. 언어, 생태계, 부족, 자원 등 생물문화자원의 근원을 이루는 구성체는 주민들의 전통지식에 의하여 문화로 거듭 발전하고 전승된다. 새로운 섬 환경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생물자원을 이용하면서 문화를 창출해 가는 과정, 우리는 이것을 인간계와 자연계의 공진화(共進化)라고 하고 생물문화로 규정한다. 

기후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해양생태 환경에 의하여 그 자원에 의존하면서 유지되어왔던 전통지식과 생물문화다양성은 변모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변모하는 모습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미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들은 열심히 지구상의 곡류와 식물 씨앗을 모으고, 저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미래 인류생존을 위해 필요한 지식전통의 씨앗을 모으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다. 

현재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관련 학제가 너무 세밀하게 분획된 만큼 섬의 특성과 문제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평가해서 정책에 적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섬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일정한 아젠다가 있다면 이러한 학제적 다양성에서 오는 혼돈은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이 섬 연구가 다학제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생물문화다양성 연구야말로 여러 학문분야가 함께 소통하며 섬을 넓고, 깊게 연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 홍선기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교양학과 교수(생태학 전공). 도서문화연구원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 섬생태문화다양성 연구분야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유인도와 무인도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조사와 연구, 생물문화다양성 이론 개발을 해 오고 있으며, 일본과 인도네시아 섬 생태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도서연안의 생물문화다양성과 생태가치』, 『島嶼学』, 『섬 생태계 : 자연과 인간의 공생경관』, 『海人의 世界』 등 국내외 다수의 저역서와 논문이 있다. 세계생태학회(INTECOL) 상임이사와 세계지리학회 섬 위원회(IGU-COI) 위원, 목포대학교 SCOPUS 국제학술지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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