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대만까지 언급돼, 반도체·배터리 등 기술·경제동맹, 민주주의 가치동맹으로 확대 
한미동맹 진화의 근원은 중국, ‘안미경중(安美經中)’ 딜레마, ‘사드 박근혜 반면교사’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한미동맹이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5월 21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로 나가는 지평을 열었다. 70여년의 일방적 ‘구걸과 의존’, ‘제약과 관리’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으로 뗐다는 평가다.

이는 한미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서문에서 6.25 전장에서 ‘혈맹’으로 시작된 동맹이 새롭게 변화했다고 선언했다. 한미동맹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의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대에 발맞춰나가겠다는 결의를 함께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양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고 명기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70여년의 한미동맹의 틀을 깨고 새롭게 진화했다는 문구를 공동성명 곳곳에 못 박았다. ‘외교·안보’에 있어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염두에 뒀고 반도체와 배터리 협력의 ‘첨단기술·경제동맹’과 ‘글로벌 백신협력’, ‘원자력발전 시장 공동진출 협력’ 등으로 동맹의 외연을 확장·진화시켰다. 

한반도와 북한문제에 국한해 짧게 언급돼 온 그간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과는  달랐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 가진 2017년 6월 30일 공동성명과 비교하면 질과 양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중요 부분을 짚는다면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담긴 부분이다. 과거 대북 한미공조가 미국의 일방적 의도 관철을 의미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워킹그룹’이란 족쇄로 남북관계의 독자적 발전을 가로 막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풀어줌으로써 장기적인 한반도정세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또 공동성명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주도의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협정’ 가입에도 협력키로 했다. 과거 한미동맹의 이면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풀어나간다는 의미다.

6.25전쟁과 함께 태어난 ‘한미동맹’은 ‘한반도 군사안보’에 근간을 뒀고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 군사적으로 의존했고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원조’와 ‘시장개방’에 생명줄을 의탁했다. 한국은 태생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불안’을 안고 ‘한미동맹’에 매달렸다면 미국은 한국을 관리하고 제약하는 역할을 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이러한 틀의 변화도 명기한 것이다.

다음으로 남중국해와 대만, 인도·태평양 등 한반도를 넘어선 지역 현안이 공동성명에 담겼다. 목적은 중국에 대한 견제에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동맹도 강조도 중국에 대한 포석이다. 이는 북한문제에서도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있지만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인정하고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전제도 담겨 있다.

이번 한미정상 공동성명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위동맹에서 벗어난 점이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의 틀을 깨고 경제·기술·과학·민주주의 등의 포괄적 동맹으로 확대됨으로써 미일동맹과 병렬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는 한반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그만큼 감소함을 뜻한다.

한미동맹 진화의 근원은 중국,  ‘안미경중(安美經中)’ 딜레마, ‘사드 박근혜 반면교사’ 필요

한미동맹의 이러한 진화의 근원에 중국이 있다. 공동성명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언급된 거의 모든 부분이 대중국 포석이다. 양안문제와 인도·태평양 지역현안, 민주주의와 인권가치 뿐만이 아니다.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도 중국에게 미군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한반도 배치와 비슷한 효과가 있다.

한미 반도체·배터리·자동차·원전 등 첨단산업 협력 또한 미중 기술패권전쟁의 산물이다. 코로나19 및 보건, 기후협력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파트너로 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달리 바이든 정부가 한국정부에 쿼드 참여 등 대중국 공조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공동성명에 쿼드는 명기됐지만 한국의 참여는 빠졌다.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을 명기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를 짚었다. 미일정상회담에서처럼 직접 중국을 명기해 압박하진 않았지만 한국도 미국이 원하는 대중국 압박에 한 발 걸친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중국 압박요구를 강하게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다행스럽게도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문제에 대한 논의는 있었고 한국의 입장을 감안해 이를 구체적으로 명기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상황은 ‘제2의 사드배치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한다. 2016년의 ‘사드 사태’는 미중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예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이에 대한 철저한 계산과 대비 없이 미중 갈등의 파도 속에서 한국은 미중 양쪽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똑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구소련 붕괴 후 한미동맹은 안보적 측면에서는 미국의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고 경제적으로는 미국 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한국이 스스로 생존해야 했다. 그 과정에 1997년 외환위기도 겪었다. 이후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힘입어 ‘글로벌 밸류체인’의 중요한 고리를 장악했고 산업·무역에서 중국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에서 갖는 경제적 의미는 약화됐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이 집약된 용어가 ‘안미경중(安美經中)’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에게도 딜레마였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한미일 안보동맹’에 묶으려 했고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확대해 이를 막으려 했다. 2016년 사드 배치까지의 과정은 한국을 둘러싼 미중 전쟁의 전형을 보여줬다.

오바마 정부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에 맞선 중국은 한국문화와 관광 등에 특혜를 제공하고 2015년 9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천안문 망루에 초대했다. 이것이 미국을 자극해 그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도화선이 됐다. 또 한중 밀착에 따른 체제 불안에 북한도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도발을 했고 이에 맞춰 미국은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중국은 한국에 대해 ‘사드 보복’을 행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안는 외교적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경험에 입각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노력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종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중은 앞으로 각자 자신의 전략적 입장에 따라 한국에 대한 외교적 수단을 강화해 갈 것이고 지금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오히려 더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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