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전기차 전략 펼치는 쌍용차
내연기관 플랫폼 한계, 뒤늦은 출발이라는 '지적'
전기차 업체, 인수에 나서지만 재정 능력은 '의심'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 정상화 민ㆍ관ㆍ정 협력회의'가 열린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  쌍용자동차의 기업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조기 정상화 민ㆍ관ㆍ정 협력회의'가 열린 지난달 2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이후 쌍용자동차(쌍용차)의 전기차 분야 확장에 대한 전망이 다소 회의적이다. 전기차 시장의 '후발주자'인 셈인데,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의 먹튀논란도 가시지 않는 등 명확한 향후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쌍용차의 전동화 모델로는 지난 2019년 발표한 E-모션(프로젝트명 E100)이 전부다. 이마저도 쌍용차가출시한 '코란도'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다. 내연기관차를 개조했다는 의미다.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전용 모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구 세대 모델로는 전기차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기차 시장 후발 주자, '전용 플랫폼도 없는데...'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완성차업체가 내놓을 예정인 전기차만 20대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는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기아자동차CV’, ‘제네시스 JW’ 등을 출시한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미국 테슬라도 신형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 발 늦게 시장에 뛰어든 쌍용차의 전기차는 기술력에서 일단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경쟁사들의 전기차 다수는 쌍용의 'E100'보다 실내공간과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타사의 전기차가 소형 SUV 형태로 내놨던 것과 달리, 준중형 SUV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쌍용차는 새 투자자가 나타나야 전기차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타 브랜드와 경쟁을 펼칠 경우 후발주자로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한 데 이것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개입찰 앞둔 쌍용차, 전기차 업체 관심↑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이 지연되던 상황에서 인수의사를 밝힌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으로 3000억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변모시킬 것 이라고 했다.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계열사 박석전앤컴퍼니는 지난달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쌍용차를 인수하면 육상의 모든 상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들 모두 전기차 재조사. 대부분 중·소기업인데, 업계는 이들의 인수 능력에 불안감을 표시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이 897억원, 직원 수는 200명이 안된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00%가 넘는다. 에디슨모터스를 비롯한 중소업체들의 인수 컨소시엄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최근에 중소 규모의 회사들이 쌍용차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히고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들 중에서 정말 인수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쌍용차의 구조조정안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이를 보고 입찰에 들어가겠다는 업체들이 두세 곳 있는데, 이들은 최소 중견기업 이상의 규모”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내수 3318대, 수출 1063대 등 총 4381대를 판매했다.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기업회생절차로 인한 부품 협력사 납품거부로 12일간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판매가 35.7% 감소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지난해부터 쌍용차 매각의 입장을 내놨던  파완 고엔카 인도 마힌드라의 사장은 올해 초 기자회견을 통해 “쌍용차 지분을 두고 잠재적 투자자와 협상 중이며, 내주에 주요 거래 조건서를 끝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새로운 투자자가 대주주가 돼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 협상 사실을 밝히면서도 정작 협상 대상이 어느 곳인지는 공개하지 않아 업계 안팎으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협상 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마힌드라가 언론플레이를 펼치며 철수 명분을 더욱 크게 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마힌드라와 인수 협상을 진행, 실사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 오토모티브홀딩스(이하 HAAH)’를 쌍용차 매각 협상 파트너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3년간 5000억원 수준인 데 비해 HAAH는 2019년 매출이 250억원대에 불과해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HAAH가 중국 체리자동차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만일 인수가 확정될 경우 과거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재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쌍용차 홍보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인터뷰에서 “새롭게 출시된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이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고 있고,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부품 협력사들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한 정상적인 라인 가동으로 적체 물량을 해소하고 판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완성차 업체 고위 관계자는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전기차로 수익을 내려면 적어도 10만대 이상은 팔아야 한다. 현대차, 기아도 현재 아이오닉5와 EV6를 각각 4만대, 3만대 판 상태인데 쌍용차가 10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내기에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며 "열심히 전기차만 만들어서 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전기차를 쌍용차에서 출시한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가능성도 있다"면서 "다만 E-모션 같은 경우는 지난해 내놨으면 그나마 티볼리에 대한 향수, 기존 쌍용차 소비 계층 등의 수요를 자극해 판매가 비교적 원활했을 텐데 시기를 놓친 측면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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