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탄소중립’ 위해 기존 원전 활용하려는 움직임
한국은 탈원전 정책에 따라 가동 기한 남은 원전까지 조기 폐쇄
“정치 논리에 따라 원전 폐쇄하는 것 잘못” 지적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원전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증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원전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를 점진적으로 증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선진국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국, 영국,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는 원전을 유지하며 재생에너지를 점진적 증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한국은 정치 논리에 따라 ‘탈원전’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원전 수명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비롯한 주요국, ‘기존 원전 연장’ 방침

주요국은 원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노후 원전을 연장하거나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을 유지하되 조금씩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올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어나 2050년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2%에 달할 전망이다.  

기존 원전의 지속적인 활용은 물론 미래의 원전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 에너지부는 올해 1월 발표한 ‘원자력 전략 비전’에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을 통한 원전 계속 운영, 원전 발전량 유지, 차세대 원자로 개발, 원전산업 공급망 확대 등 미국 원전 산업 생태계 재건을 공식화했다. 미 의회는 올해 첨단 원전 연구개발 예산으로 15억달러를 책정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감소했던 원전 비중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카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0) 목표에 도달하려면 원전이 필수"라고 말했다. 일본은 2018년 발표한 ‘제5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원전을 탄소감축 수단이자 중요 기저전원으로 인식하고 2019년 6.6%였던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풍력발전 비중을 늘려왔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풍력발전 비중이 20.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7.8%)의 약 2.7배 수준이다. 또 원전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가동 중인 8개 원전의 가동기한을 연장하는 한편 3개 원전 신규 건설도 추진 중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원전 발전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프랑스는 재생에너지 발전 보급을 확대해 전원믹스를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원전을 기후변화 대응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중요 에너지원이라고 판단해 장기적으로도 50% 수준의 비중을 유지하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프랑스의 원자로 제조회사를 방문해 "원자력은 미래에도 프랑스 전력공급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적인 관점에 따라 연장 여부 결정해야”

우리나라는 지난해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탈원전’ 기조를 재확인했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노후 원전 10기를 가동 중단할 계획이다. 2034년까지 탈석탄에 속도를 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4배 이상 확대한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의 90% 이상을 태양광(58.6%)과 풍력(32%)이 차지할 예정이다.

주요국 중 독일만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6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2022년까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2038년까지 석탄화력 발전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독일은 인접국과의 전력망이 연결돼 있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상쇄할 수 있기때문에, ‘에너지 고립국’인 우리나라와는 다른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원전의 ‘안전성’이나 ‘경제성’을 평가하지 않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원전을 조기에 폐쇄하거나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면밀히 따져가면서 그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하는데, ‘탈원전’이라는 프레임 아래에 무조건 원전을 죽여야 하는 걸로만 몰아가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 여부를 다음 정권으로 넘긴 것을 두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교수는 “정부가 정치적으로 비판을 받더라도 과학적으로 올바른 결정이라면 밀고 나가야 한다”라며 “탈원전의 목적이 그저 반핵단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변질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