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지역사회연구소, 사북항쟁 실상 담은 조사보고서 공개

정선지역사회연구소(소장 황인욱)는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사진=정선군>
▲ 정선지역사회연구소(소장 황인욱)는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사진=정선군>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사북항쟁 4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국가 주도의 조직적 폭력의 실상을 담은 조사보고서가 공개됐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소장 황인욱)는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과 특이점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사북항쟁을 국가 주도의 조직적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정부가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사북항쟁은 1980년 4월 21~24일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일대 동원탄좌 사북영업소 일대에서 일어난 탄광 노동자와 가족 등 6000여 명이 일으킨 총파업 사건이다. 신군부는 관련자를 잡아들여 고문과 폭력을 가했고, 주동자 등 81명을 계엄포고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여성을 상대로 한 성고문도 자행됐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간 수천 쪽의 문건과 50명에 이르는 증언자의 구술을 조사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20년 전인 2001년 사북항쟁 핵심 관련자 30여 명이 고문 상황을 기자들 앞에서 재연한 이래, 간헐적으로 고문 피해 증언이 있었지만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을 주제로 한 종합 연구보고서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는 “국가폭력에 초점을 맞춰 사북항쟁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연구조사 내용을 보면, 수사당국은 광부의 집을 기습해 잠옷 바람으로 공개 연행했다. 어린 아들과 딸, 이웃이 보는 앞에서 구타한 뒤 불법으로 체포해 가기도 했다. 또 면회객이 보는 경찰서 마당에서 피가 낭자하도록 연행자를 구타하는 일도 있었다.

연구소는 여성 성고문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41년 전 군 보안부대·경찰·검찰·중앙정보부로 구성된 ‘사북사건 합동수사단’은 손, 경찰봉, 야구방망이 등으로 특정 신체 부위를 찌르는 방식으로 여성들을 괴롭혔다. 물고문 중 옷가지가 내려가면 몸을 함부로 만지고 그 상태에서 폭행했다. 한 피해자의 경우 임신 4개월 상태에서 고문을 받고 유산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지난해 4월 사북항쟁 시기 국가폭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18년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실태 조사연구’를 수행한 바 있는 재단법인 ‘진실의 힘’에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진실의 힘은 사북항쟁 관련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사망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당사자의 언어’로 된 국가폭력에 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팀을 꾸렸다.

연구팀은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80년 사북 사건 보고서’를 기초로 서강대 인문학연구소 구술 기록(2000년), 국사편찬위원회 구술 기록(2017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구술 기록(2018년) 등 기존 자료를 모두 검토하면서 국가폭력 관련 내용을 분류, 정리했다. 또 피해자 가운데 15명을 직접 만나 국가폭력에 관한 구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이번 보고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제2기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 번역 작업을 거쳐 유엔인권위원회에도 국가폭력 사례로 보고하고, 정부의 공식 사과도 요구하기로 했다.

황인욱 연구소장은 “그동안 사북항쟁 피해자들은 국가폭력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하라고 요구받았다”며 “잔혹한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와 권력기관은 당사자와 국민에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구제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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