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두 전직 대통령 수감은 가슴 아픈 일,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국민통합 고려해야”
文 “공급확대는 정부나 서울 다를 게 없다, 필요하면 국토부에게 현장 찾도록 시키겠다”
靑 간담회 초청 의미에 “4.7 보선 민심을 포용하고 민심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뜻”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에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고 “국민 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오찬간담회 대화 내용 설명에 따르면 박 시장이 문 대통령에게 “좀 불편한 말씀 드리겠다.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고 했는데 지금 저렇게 있어 마음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 불렀듯이 큰 통합을 제고해주길 부탁한다”고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두 분 다 고령이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 되도록 작용해야 한다.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고위관계자는 박 시장의 건의에 대해 “직접 사면이라는 단어는 안 썼지만 사면을 거론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선 “동의나 거절 이런 차원의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사견을 전제로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 공감대, 국민 통합 두 가지 기준이라는 것에 비춰 판단해야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답변은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뜻과 함께 국민통합에도 기여해야한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답변은 ‘사면 반대’나 ‘사면 찬성’에 방점이 찍기보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진행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오세훈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재건축규제와 관련 “안전진단을 강화했는데, 이게 사실은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건축된 지 50년 되는 아파트를 가봤는데 겉으로는 금이 갔지만 살만해 보이는데 실제로 집안에 들어가 보거나 상가를 가보면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폐허가 되어 있다”고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어렵게 대통령을 만났는데 한 가지만 부탁하자면, 시범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이 한번만 나가봐 주시면 좋겠다”며 “현장을 나가보면 아마 국토부 등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여의도 시범아파트 방문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의 요청에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겨올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낭비 아니냐”면서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과 투기 억제, 그리고 최근의 공급 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 국토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신임 국토부 장관 인터뷰한 것을 보니 민간 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더라.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민간 개발을 억제하거나 못하게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 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오 시장에게 얘기했다.

기모란 방역기획관 남편이 여당 인사이기 때문에 편향된 인사라는 야당 주장과 관련 문 대통령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의 예를 들며 “남편이 야당의 국회의원으로 있었는데 나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을 신경 써야 되느냐”라는 취지로 말과 함께 문병호 전 의원의 부인의 대법관 지명,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큰 처남이 이영훈 교수라는 등의 사례를 들며 “나는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신 확보 및 접종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11월 집단 면역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특히 상반기에 1,200만 명 플러스 알파는 차질없이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질병청이 명단을 정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이라 속도가 잘 안 났는데, 이제는 지자체가 자율성을 갖고 선정하고 방역 당국은 물량을 공급하는 식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오 시장과 박 시장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수급에 대한 불안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백신을 적시에 속도감 있게 접종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이니 두 분 시장님께서 협조를 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오찬 간담회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한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도 논의됐다. 오 시장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들었는데 보도에 따르면 호주 브리즈번인가? 그쪽으로 유력하다는 보도도 있었고 해서 이걸 포기해야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면서 “바흐 위원장 생각은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불참한다고 했지만 북한의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막판까지 기다려 봐야 되는 것 아니냐. 만약에 도쿄올림픽에 북한이 끝내 불참하게 되면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고 봐야 된다”고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는 북한의 최종 선택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북한이 도쿄올림픽 참여하면 모멘텀이 생길 수도 있고, 서울-평양 공동 주최도 여지가 남아 있어서 현재로서는 경합 상태인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오 시장은 “만약에 안 되면 지금 순서가 아시아 순서이니 서울이 단독이라도 개최를 추진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공동 개최는 되어야 되는 것이니까 보너스로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서울 유치하고, 그 이후에 평양을 설득해서 공동 개최하는 것도 검토 가능한 방안”이라고 답했다.

오 시장은 문 대통령의 답변에 “일단 서울 유치를 추진하고, 유치가 되면 추후에 평양은 공동 주최하는 쪽으로 설득해 나가겠다. 서울시는 그런 입장을 가져보겠다”고 서울이 올림픽 단독 유치에 나설 뜻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찬간담회 분위기에 대해 “제 예상보다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두 분도 식사 내내 예의를 갖추셨고, 대통령께서도 눈을 마주치면서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다 들으시고, 또 굉장히 진지하게 본인 생각을 소탈하게 말했기 때문에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이런 것이 소통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보람을 좀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번 간담회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은 보궐선거 끝나고 선거라는 것이 민심이 표출되는 장이니까 그 선거 결과에 대해서 대통령이 민심을 받아들이는 메시지를 그런 형태로 주는 것 아닐까, 민심과 맞서거나 이런 것이 아니라 민심을 포용하고 민심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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