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임대사업자에 공공 자금 융자하는 '민간임대아파트'
입주권 청약 조건 제약 없고, 전매 자유로 전국 투기수요...수천만원 웃돈 거래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건설되는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의 조감도. <사진=신아산모아엘가비스타2차 홈페이지>
▲ 충남 아산시 신창면에 건설되는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의 조감도. <사진=신아산모아엘가비스타2차 홈페이지>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지역 민간임대아파트들이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민간임대아파트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설계된 제도이지만, 입주권의 자유로운 전매가 가능해 실수요자가 아닌 투기 수요가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충청남도 아산시 신창면 남성리에 들어서는 ‘신아산 모아엘가 비스타 2차(모아엘가)’는 지난 21일 청약 접수를 받은 결과 998가구 모집에 18만 6358건이 접수됐다. 평균 186.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의 388.84대 1이었다. 368가구 모집에 14만 3092건의 청약이 들어왔다.

지난해 11월에 청약접수를 받은 전남 순천 대광로제비앙 리버팰리스(로제비앙)의 경우 727가구 모집에 6만 8665건이 접수돼 평균 94.31대 1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청약이 끝나고 분양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산모아엘가 아파트의 경우 84㎡기준 5000만원대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순천로제비앙의 경우 84㎡기준 3500~4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뉴스>는 아산 모아엘가 아파트 분양권을 매도한다는 인터넷 포털 블로그 정보를 통해 입주권 매수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아산 모아엘가 아파트의 입주권을 판매하는 포털 블로그 홍보물. <사진=네이버블로그 갈무리>
▲ 아산 모아엘가 아파트의 입주권을 판매하는 포털 블로그 홍보물. <사진=네이버블로그 갈무리>

아산 모아엘가 아파트의 경우 청약에 당첨되면 가장 넓은 평수인 84㎡ 기준 임대료 1억 8090만원에 월임대료 7만원을 내고 입주하는 조건이다. 계약금 500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이 가능한 조건이다.

해당 입주권 판매인은 “입주권에 당첨됐거나, 입주권 전매한 것을 다시 매도하는 것”이라며 “지금 분양권을 매수하게 되면 6일 기준으로 이미 납입된 계약금 500만원, 웃돈 4500만, 곧 치르는 2차 계약금으로 1400여만원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소 6500만원가량 여윳돈을 쥐고 있어야 분양권을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래 입주권 매도자가 신용대출 이자로 계약금을 치르는 계약을 한 경우 계약금과 웃돈만 준비하기 때문에 매수인들이 선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산 지역 공인중계사 홈페이지에서 아산모아엘가 아파트 입주권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아산시 도토리부동산 홈페이지>
▲ <아산 지역 공인중계사 홈페이지에서 아산모아엘가 아파트 입주권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아산시 도토리부동산 홈페이지>

아신 시내 모 공인중계사는 “무제한 전매이기 때문에 입주권을 구매하면 재판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여기는 굉장히 유명한 곳이다. 전국에서 입주권 문의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는 중산층 주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뉴스테이’ 민간임대아파트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자료를 보면 도입 취지는 전세공급은 줄고 월세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과도한 임대료 증액과 퇴거불안, 목돈마련 등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택 소유 여부나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19세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계약금 정도만 마련하면 입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입주권에 대한 취득세나 재산세 등도 면제된다.

모아엘가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주권에 당첨되면 500만원가량에 계약금만 걸면 나머지 중도금 등은 시행사 측이 제공하는 대출로 충당하기 때문에 입주권 획득이 어렵지 않다. 입주권만 획득하면 전매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민간건설사에서 직접 입주권 판매에 유리한 정책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전매 정책도 제한 없이 이뤄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사실상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투기꾼들의 돈벌이 수단이 된 상황이다.

민간임대주택업자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재원을 활용해 임대주택 건설 재원으로 쓰고,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8년 이상 임대하는 85㎡ 이하 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에 대해 건설자금을 지원한다. 해당 아파트도 주택도시기금에서 호당 9100여만원의 융자 지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8년 이상 양도소득세 50% 장기보유특별공제, 법인세 75% 감면, 취득세, 재산세 50% 감면 등 혜택도 제공받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정부가 주택 경기활성화를 위해 주택회사들이 분양을 하기 쉽도록 설계한 것이다. 공공 기금 등을 통해 사업자금을 저렴한 이자에 대출해주는 등 정부 지원이 이뤄지는데, 이 때문에 주택회사들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할 수 있게 된다”면서 “전매를 자유롭게 해서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집을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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