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지난 3월24일 “대진표 확정된 4.7 보선 민심과 4.7 이후 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참석했다.

김능구 : 바이든 정부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일본과 우리나라도 방문하고, 침묵하던 북한도 좀 움직이고, 또 중국도 북한과의 움직임이 있다. 그동안 조율과 탐색에 들어갔던 것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들어보겠다.

황장수 : 몇 가지 일들이 진행됐다. 미국은 북한문제에 대한 11개 이슈를 정리해서 3개월 이상 논의를 통해 북한 정책을 얼추 마무리 지었고, 내주에는 미국의 설리반 백악관 보좌관이 우리 정책실장과 일본의 안보 담당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회담한다고 한다. 미국의 최종 입장을 통보하고 조율하자는 건데, 그 전에 간을 보기 위해 블링턴 국무와 오스틴 국방이 왔다 갔고, 또 앵커리지에서 중국의 양제츠, 왕이와 회담이 있었다. 그런데 그 회담의 결과, 미국의 동맹국과 EU등이 한통속이 되어서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의 인권문제를 규탄하고, UN 인권위원회에서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거기에 강제수용소와 국군포로 문제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존 햄리 국가전략연구소장은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을 의식한 모호한 전략으로 국가적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문 정권이 레임덕에 빠져드는 속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야기하는 계획이나 문 정권의 대북 관계 진전은, 만일 4.7 보선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물 건너 간다고 본다.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당분간 미국하고의 관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마무리를 잘 해가는 쪽에 집중해야 되는데, 만약 한국이 계속 미국과 어긋나는 약한 고리가 되어서 친중적이거나 친북적인 입장을 표명해간다고 하면, 미국에 의한 다방면의 압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가 계속 올라가게 될 때 금융적인 부분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이제 문 정권은 더 일을 벌이지 말고, 이 선에서 북한하고 문제를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홍형식 : 좀 길게 보면 미국의 대북한 전략은 이명박 정권 때 이미 결정이 나 있었다. 압박과 봉쇄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켜 결국 협상으로 끌어내려 했던 거고, 저는 레슬링으로 생각하면 헤드락 전략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건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협상과 중재를 하겠다고 하니 미국 입장에서는 당사자로서 역할을 부여했던 건데, 아시다시피 무산이 됐다. 문제는 그동안 취한 헤드락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인데, 북한 체제가 유지되려면 적어도 평양시민, 노동당원, 군인들은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정권 초기에 핵실험, ICBM 발사까지 하는 과정에서 봉쇄가 더 강화되고 코로나까지 발생하다 보니까 이제는 핵심 지지층의 생활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북한정권의 외화획득을 담당하는 것이 39호실인데, 39호실에 소속돼 있는 기업들이 90% 이상 도산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제가 미국 대선 직전 북미간 협상에 대해서, 그래도 북한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전망을 했던 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인데, 어쨌든 협상에는 안 나왔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섰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전혀 다르게 북미관계를 이해한다. 북한이 ICBM에 핵까지 만들고, 공공연하게 본토 공격을 이야기하는 순간, 이제 북한 문제는 남북 문제와는 별 건으로 북미 간 직접적 위협으로 본다는 거다. 그 순간 북한에 대한 대응전략은 미국이 직접 수행할 수 있다.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남한이 당사자지만, 북미 간의 문제로 가면 남한도 당사자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정책 방향을 정리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우리 정부의 전작권 확보 노력은 이해한다.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차원에서 올해만 해도 러시아를 뛰어넘는 60조 국방예산을 투입해서 군사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전작권이란 것이 한반도 전쟁일 때는 유효한데, 북미 간 대립일 때는 유명무실해진다. 한반도가 굉장히 불안한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더욱이 핵과 탄도미사일까지 만든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미국뿐만 아니고 일본, 중국, 러시아까지도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보면, 이들 4자가 한국을 배제시키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 한다. 중국도 코너에 몰리다 보면 북미간 흥정을 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해소시켜주면서 미중 간의 협상용으로 쓸 수가 있다는 건데, 북한 문제를 레버리지로 쓸 수 있는 단계까지 중국이 궁색한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거다.

차재원 :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문재인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있어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가 탑다운 방식이라면 지금은 말 그대로 바텀업으로 하기 때문에 돌파구를 만들기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이 나름대로는 북한하고 막후접촉을 가지려 했지만 북한은 아직 나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점점 골든타임이 없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능력만 커질 경우에는 나중에 어떤 식의 긴장국면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분명히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또 하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가 조금 개선될 거라고 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미중 대결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바이든 행정부는 오히려 대중 포위구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선택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분명 바뀔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미국 우선주의인데, 그게 바뀐 것 같지 않다. 예를 들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서 이전에 트럼프 행정부를 달래기 위해 한국이 제시했던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은 백신이다. 남을 수도 있을 만큼 백신을 엄청나게 확보했는데, 단 하나의 수출도 안 하고 있다.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도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미국민들의 요구에 외교적인 운신 폭이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 이건 한반도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구조라는 거다.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 많이 흔들렸다고 생각하는 한미동맹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가 중요한데, 결국 비핵화 문제다.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접촉이 잘 안 됐을 때, 그동안 물밑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뭔가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전작권을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전환하기로 했는데 이게 무산되는 분위기다. 우리 안보 주권을 갖고 오는 것이 현 정부 국방개혁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는데, 만약 무산된다면 향후 어떤 방안을 갖고 갈 것인가도 문제다.

또 하나는 북한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히 많은 대남, 대미 압박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께 신문에 나왔듯이 서해 창린도에 방사포대를 구축했다는데, 그것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군 당국은 전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김여정 같은 경우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더 강하게 치고 나오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문재인 정부가 침묵할 것인가 궁금하다. 이런 부분들이 국민들의 정서 더 나아가 미국과의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미일이 어떤 식으로 공조 체제를 복원하느냐 문젠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거기에 따라서 문재인 정부도 이전에 비해 유화적인 대일전략으로 바뀌었는데, 스가 총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하계 올림픽을 어떤 식으로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고민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능구 : 크게 봤을 때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전통적 패권주의 시절 외교정책을 자신들의 기본 골간으로 잡고 하는 거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은 적대적 관계의 국가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인권이라는 약한 고리를 공격하며 전체적인 전선을 강화시켰는데, 현재도 그런 모습이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UN 제재하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 때문에 다소 줄어들었지만 식량뿐만 아니라 물자에서도 막대한 도움을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국과 북한 간에 구두 친서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미중 관계가 달라질 게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된다고 본다면, 우리가 늘 얘기하던 신냉전체제로 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즉 미국은 일본과 함께 우리에게 대 중국 전선을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북한과 함께 러시아까지 끌어안는 모습도 가능하다는 거다. 최근 대남관계를 총괄하고 있다는 김여정 부부장이 ‘따뜻한 봄날이 돌아오기 어렵다’, ‘전쟁의 삶, 위기의 삶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핵의 해법은 왕도가 없는 것 같다. 그 시기를 놓쳤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정도는 트럼프 시절에 뭔가 돌파구를 만들었어야 했다. 지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여러 가지로 모색하는 모양인데, 북핵의 해법은 한미동맹의 연장선상에서 강고한 선이 그어져 있는 느낌이다. 노련한 바이든 정부지만, 우리도 북핵문제에 연륜이 쌓인 분들이 외교와 정보라인의 책임자로 있으니까, 국민들의 불안을 씻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정말 밑에서부터 치열하게 해나가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저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해서는 상당한 실망과 함께 분노도 느껴졌다. 트럼프 정부 때는 갑자기 5배를 요구하니까 국민적 분노는 그냥 드러났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요구한대로 130% 되는 모양이고 1년이 아닌 5년으로 됐으니까 바이든 정부가 동맹에 대해 제대로 하는구나 싶었는데, 실제 내용을 보니까 5년 동안 거의 트럼프가 요구했던 금액이 한글로 명시됐다는 얘길 듣고 아연실색했다. 새삼 미국이 진짜 무서운 나라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한미동맹의 허와 실을 다시금 온 국민들이 꿰뚫어봐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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