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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매표 공항’의 흑역사

 

1950년대 자유당 시절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매표를 위해 막걸리를 사주고 고무신을 돌리는 행위들을 풍자한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스케일이 커져서, 2021년에 치러지는 선거 한복판에서 ‘매표 공항’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끌려가면서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얘기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부 부처들의 반대 의견만으로도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성과 경제성, 접근성 등 7가지 측면에서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데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우선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활주로 건설을 위해 대규모로 바다를 메워야 한다. 여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최대 28조6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시 추산 금액의 4배에 가깝고, 인천국제공항 사업비 약 8조 원보다 3배 이상이다.  기존 김해 신공항(6조9000억원) 건설 계획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안전의 문제도 따른다. 좌우 양쪽 매립 지반이 가라앉으면 활주로가 끊어지는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반이 내려앉는 부등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지반 침하 등을 막기 위한 유지비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근 진해 군 공항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와 동선이 얽혀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할 경우 해양 생태 1등급 지역이 훼손될 수 있어 환경 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재 보호 구역인 데다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철새와 가덕도 인근에서 비행하는 항공기의 충돌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부처들도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여야가 처리하기로 한 특별법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넣었다.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나올 경우 사업 추진이 막힐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어째서 가덕도 신공항이 이런 무원칙한 특혜를 받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신공항 건설을 위한 설계 하나 없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법부터 통과시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보궐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매표 공항’이 맞다.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깃발을 들고, 선거 때문에 차마 반대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뒤따르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특별법안을 논의한 국토위 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조차 자조의 탄식을 내놓고 있었을까. “실시 설계가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

“아무리 급해도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느냐. 참 우리(국회의원들) 위신상의 문제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올마이티(almightyㆍ전지전능한) 법이다."(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의원들 스스로가 부끄러워하는 법안이다. 자신들 스스로 말도 안 되는 법안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만이 “이렇게 기가 막힌 법은 처음 본다. 절차상 유례가 없고, 세계에 바다를 매립해서 외해에 짓는 것도 유례가 없고, 부등 침하 구간에 활주로를 짓는 것도 유례가 없다. 이런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밀어붙여서 하는 게 매표 공항이 아니고 도대체 뭐냐”고 항의했을 뿐이다. 의원들도 문제를 알지만, 당 지도부의 요구에 따라 법안은 사실상 원안대로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었고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하여 25일 본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한마디로 묻지마 법안이다. 경제성도 없고 안전 위험도 따르는, 나중에 애물단지가 될 것이 분명한 공항을 기어코 건설하려는 이유로는, 이번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매표’의 논리 이외에 다른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하겠다며 역시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21대 국회가 남기는 흑역사다. 훗날 가덕도 신공항이 애물단지가 된다면 지금 가덕도 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정치인들은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당.정.청 주요 인사들을 대거 거느리고 부산을 방문하여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민주당이 신공항을 건설하려는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이 들어서면 24시간 하늘길이 열릴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문 대통령은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까지 말했다. 정부 부처들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반대 의견들 내놓았지만, 대통령은 그에 상관없이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만든 것이다. 가덕도에 간 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을 냈던 국토부의 변창흠 장관에게 국토부가 '역할 의지'와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질책했고, 이에 변 장관은 송구하다며 부처의 입장을 바꾸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매표 공항’의 추진을 지시했으니, 훗날 가덕도 공항이 애물단지가 되었을 때 그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까지 보궐선거 한복판에 뛰어들어 ‘매표 공항’을 독려하고 있으니, 이처럼 낯뜨거운 광경이 없다. 표를 얻기 위해 아무런 타당성도 확인되지 않은 초대형 국책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21대 국회, 그리고 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대통령, 모두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너무도 뻔히 내다보이는 수렁 속으로 나라를 끌고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21대 국회가 남길 또 하나의 부끄러운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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