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법안 중 3가지 쟁점 비판·분석
징벌적 손해배상에 언론‧포털 포함…표현의 자유 옥죄기?
포털, ‘허위 정보’에도 책임…언론 자유 침해 우려도
기사열람차단청구, 불리한 기사 전파 차단 악용 우려
[폴리뉴스 이승은 기자, 남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개혁’ 법안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언론개혁 관련 법안 6개를 2월 임시국회 중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언론개혁’의 칼을 빼든 것이다.
언론개혁 6개 법안이 통과되면, 뉴스의 70% 이상이 포털에서 소비되고 있는 구조 속에서 언론과 포털 등 미디어 장 전체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학계 등에서 지적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실효성 한계 문제와 ▲법안 도입시 포털 권한의 강화 우려 그리고 ▲ '기사열람차단청구권'에 따른 언론 기능 저해 등 3가지 쟁점을 분석했다.
우선, 민주당의 언론개혁 6개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_윤영찬 의원안(거짓 또는 불법 정보로 인한 손해액의 3배 이내 범위에서 손해배상) △ 기사열람차단청구권 도입_신현영 의원 안(가짜뉴스, 사생활 또는 인격권 침해의 경우 뉴스사업자에게 열람 차단을 청구) △ 악성댓글 게시판 운영 중단 조치_양기대 의원안(댓글로 심리적 중대한 침해를 입은 경우 게시판 운영 중단 등을 요청 가능) △ 정정보도 관련_김영호 의원안(정정보도를 대상이 되는 보도의 2분의 1의 시간, 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고 미준수 시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명예훼손 처벌_이원욱 의원의 ‘형법’ 개정안(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처벌대상에 방송 포함) △ 언론중재위원 현행 9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_김영주 의원안 등이다.
논란이 제기된 법안은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신현영 의원의 ‘기사열람 차단 청구권’ 등이다. 이는 자칫 표현의 자유를 옥죌 수 있어 “언론을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정한 6개 법안을 확정 짓는 막바지에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언론과 포털을 포함시켰다. 미디어‧언론 상생 TF 단장 노웅래는 “미디어 관련 피해구제 민생법안 6개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정했다”라며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기존 언론과 포털을 포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대상을 언론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 인터넷 이용자 전체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쟁점1] ‘징벌적 손해배상제’…. 실효성 한계 뚜렷
가장 논란으로 꼽히는 지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유튜브, 언론, 포털 등을 포함하면서 야당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언론학계 또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지나치게 많다며 경계하고 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보승희 의원은 23일 <폴리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 법안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라며 “정확하게 어떤 취지로 이 법을 만들려는 지가 의문이다. 본인들에게 유리한 것을 얘기하는 것은 괜찮고, 아닌 것은 사실관계를 따지고 처벌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황 의원은 "사회에 큰 해악을 끼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차원이라면, 협의와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기본적 표현의 자유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여야의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모두 형성되어야 하는 데 거기까지 나아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심석태 세명대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는 23일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과 관련해 "이미 국내 같은 경우, 언론의 표현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상당히 복잡하게 많이 중복되어있다. 미국보다 훨씬 넓게 언론의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많다는 것이다"라며 "더군다나 사실 보도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중복되는 또 하나의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심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적인 정치적 자유이기도 하고 인권이기도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애매한 표현으로 모호한 기준으로 새로운 규제를 마련한 것"이라며 "악의적인지 아닌지 등 모두 법률적인 개념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심 교수는 "언론개혁을 정말 하고 싶다면 언론과 관련된 문제와 규제, 체제 등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땜질하듯 규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한 법안에 대해 실효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심 교수는 "손해배상금액의 평균 금액이 낮아서 그게 마치 대한민국에서는 언론피해 배상이 안 되고 있다고 하는데, 낮은 이유가 있다"라며 "한국에서는 언론피해가 인정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매우 폭넓다. 미국에서는 손배 사안이 아닐 것들이 우리나라에선 인정이 되기 때문에 폭이 넓다 보니 작음 금액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 교수는 "배상금액 자체가 낮은 것들도 많다 보니 평균 금액이 낮아지는 것이다. 50만 원, 100만 원, 200만 원짜리가 빈발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재산상 피해를 보았는데 이를테면 100만 원급 배상을 해줘야 하는데 해주지 않았다면, 그 경우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심 교수는 "진짜 문제적 보도를 손해배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실효성 한계를 지적했다.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원용진 교수는 23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정도로는 징벌이 되지 않는다"며 "마치 징벌제를 강하게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효성이 있을까 정도로 크게 징벌적이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교수는 "몇 배로 한다는 조항이 강조되기보다는 어떻게 되었을 때 큰 처벌을 받는다는 식의 뉘앙스가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징벌을 받게 되는 조건을 더 명료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전제로 징벌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쟁점2]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포털’도 포함…. 오히려 포털 권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 포털이 포함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포털이 ‘허위 정보’를 자체적으로 걸러낼 권한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또한 ‘허위 정보’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는 포털의 언론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언론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웅래 의원은 “포털이 사실상은 뉴스 유통하는데 독점 사업하고 있다”라며 “포털이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책임을 묻는 장치가 없다”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포털을 포함한 취지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피해자가 기사열람차단을 청구하면 포털이 보도를 차단하고 법원 판결이 나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는 구조인데, 노 의원은 허위 정보 등 걸러내는 망이 없으니 포털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뉴스의 70% 이상이 포털을 통해 소비되는 구조 속에서 뉴스 서비스를 하면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포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책임을 더 묻겠다는 취지로 보여지나, 한편으론 포털의 권한이 강화되어 뉴스 생산자인 언론의 보도 자율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냐는 뜻이다.
이에 황보승희 의원은 "포털도 파급력이 크며 언론이라 생각하고 포함시켰을 것"이라며 포털에 허위 기사 판단 권한을 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원용진 교수도 포털에 언론을 통제할 힘을 더 부여하게 될 수도 있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생산자와 유통자에게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겨버리면, 유통자가 기사 자체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등의 우려했던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영섭 위원은 23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포털이 자율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라며 "허위 사실로 판단이 되면 사실확인을 하고 체크한 내용을 게시자한테 통보해서 정정, 수정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 심 위원은 "포털에게 권한을 더 주는 것이 아니라 포털에게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쟁점3] ‘기사열람차단청구권’….“손쉽게 보도 자체 막으면 언론 보도의 본질적 기능 해칠 수 있어”
민주당은 1차 피해구제 방법으로 ‘기사열람 차단’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 뉴스 서비스(포털)의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사생활의 핵심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언론사와 포털에 기사의 열람차단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뉴스가 급속히 전파돼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사열람 차단이 남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불리한 기사의 전파를 차단하는 식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손쉽게 보도 자체를 막으면 언론 보도의 본질적 기능을 해치게 된다"며 "현업 기자 때도 많이 경험했다. 여야, 전·현직을 떠나서 선거 관련한 사람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이 기사를 삭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많이 했다. 그런 것들이 강화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언론피해구제법' 성격과 같아...실질적 피해 막을 수 있는 방법 더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언론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심 교수는 "언론에 대한 불만과 사회적 문제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불쑥불쑥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고 땜질하듯 하면 안 된다"며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 등 실질적으로 언론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복합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가면서 합의를 보고 수정을 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찬성과 반대의 영역을 떠나 '언론피해구제법'의 성격에 맞게 법안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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