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자가 직접 가 본 경기도에 위치한 한 명품 매장,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23일, 기자가 직접 가 본 경기도에 위치한 한 명품 매장,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김미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모두가 경기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다. 명품시장이다.

세일즈포스 마케팅 클라우드 ‘소셜스튜디오’에 따르면,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사람들이 제일 많이 검색한 키워드에 ‘가방’, ‘명품’이 이름을 올렸다. 추가로 명품에 대한 소비자 정서를 분석한 결과, 명품 브랜드를 검색하고 관련 게시글을 포스팅한 사람들의 92%가 명품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11일 산업통장자원부(산자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9.2% 증가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49.4%가 늘어나며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반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약 28조원에서 지난해 27조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전체 매출도 9.8% 감소했다. 하지만 명품 매출은 15.1% 증가했다.

 

23일, 기자가 직접 가 본 경기도에 위치한 한 명품 매장,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미현 기자>
▲ 23일, 기자가 직접 가 본 경기도에 위치한 한 명품 매장,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미현 기자>

 

통 큰 소비하는 'MZ세대(20·30세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명품시장만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新 소비 인류’라고 불리는 MZ세대(20·30세대)의 소비생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을 갈 수 없고,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가 줄었다. 이로 인해 이른바 ‘보복 소비’성향이 커진 것으로 풀이했다. 보복소비란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해외 명품 매출 중 2030세대가 44.9%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도 20대가 37.7%, 30대는 28.1%로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질병과 테러 등 신변 위협, 공포심에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생명이 위협받으면 ‘자기애’가 강하게 발현되고 저축의 의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은 나오미 멘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소비자 행동학 논문을 통해 내놓은 바 있다.

최근 국내에 퍼지고 있는 욜로 YOLO(Your Only Live Once) 문화와도 겹쳐있다. 죽음을 인식하다 보면 자신의 가치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는 명품구매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욜로란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뜻한다.

23일 기자가 직접 방문해 본 경기도의 한 명품 매장엔 평일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이어져있었다. 줄을 서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이 20~30대였다.

명품 구매자 A 씨는 "명품 구매로 스트레스를 푼다. 해외여행을 못 가니, 그 돈으로 평소 갖고싶었던 가방을 샀다"라며 "내가 번 돈으로 가지고 싶은 걸 구매하니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명품 구매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 B 씨는 "주변에 하나씩은 다 (명품이) 있어서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명품을 들고 다니면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명품시장의 호조 배경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람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에서 10월까지 정신건강, 감정 관련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자살, 무기력증, 우울증’ 관련 글이 220만 건이 검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0만 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에도 매년 명품 가격은 인상되지만, 소비는 줄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보복 소비 성격의 명품 구매까지 증가해 ‘부동산불패’에 이어 ‘명품불패’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 명품 업체는 제품 가격을 매년 올리고 있다. 프라다는 지난달 주요 상품 가격을 평균 2~3% 올렸다. 루이비통도 같은 달 최대 25%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들도 10% 내외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수요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고, 거듭되는 가격 인상 때마다 '오픈런'이 펼쳐지는 등 높은 관심을 얻는 것에서 가격을 인상해도 타격을 입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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