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NY멜론 등 메이저 금융기관 비트코인 인정
증권가 "아직은 자산배분상 유의미한 편입대상 어려워"

[연합뉴스] 전통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대체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암호화폐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적절한 가치평가 수단이 부재하다 보니 아직은 주식, 채권, 금과 같은 주요 자산배분 대상으로 고려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투자기관과 은행들은 최근 잇따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나 관련 파생상품을 적격 투자대상 또는 업무 대상으로 삼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자사의 대표펀드인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 등의 투자설명서에 비트코인 선물을 투자적격 대상으로 포함한 사실이 지난달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을 들뜨게 했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블랙록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는 전 세계 자산배분 펀드들의 벤치마크로 자주 사용될 만큼 검증된 운용성과를 자랑한다.

이 펀드의 매니저이자 블랙록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리더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그것은 오랫동안 투자자들의 자산군 가운데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옹호론을 펼치기도 했다.

기관들의 큰형님 격인 블랙록의 이런 행보는 암호화폐를 향한 본격적인 '머니 무브'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인식을 주면서 암호화폐 투자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BNY 멜론)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가상자산을 수탁자산으로 취급하기로 선언한 것도 호재가 됐다.

공인된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취급에 나서면서 향후 기관 투자자들이 거래 관련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최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도 제도권 편입 기대를 높이는 호재가 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한정돼 있는데 글로벌 투자기관이 투자적격 자산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이란 기대에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에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자산배분 대상으로서 유효성을 가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현 단계에서 기관들의 본격적인 투자 대상으로 고려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대체로 내놓고 있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을 10% 편입한 포트폴리오의 경우 효율성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며 "하지만 이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투자자산으로서 가치가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등락 방향성과 강도가 예측 불가능한 추이를 보이면서 주식과 전혀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대체자산이나 원자재와 같은 자산으로 좀 더 인식되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지금보다 줄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위험선호 심리가 높아진 데다 유동성이 범람하는 현 시장 환경에서 볼 때 암호화폐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자산배분 관점에서 유의미한 편입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본격적인 자산배분 대상으로 고려되려면 먼저 적절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 도구와 가격 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다만, 초과 성과 추구를 위한 '위성(Satelite) 자산' 측면에서 암호화폐를 소량 편입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가 정식 투자대상으로 편입될지 여부는 현시점에서 판단이 어려운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 측면에서 향후 거래 수단으로서 활용성이 커질 것이란 기대는 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이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널뛰기를 지속한다면 거래 수단으로서 활용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며 "여러 암호화폐 가운데 옥석 가리기도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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