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잠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쿠팡은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진은 잠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 직상장을 선택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의 최강자 쿠팡의 행보에 유통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로켓 성장'을 해온 쿠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강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오프라인 업체의 동맹 등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유통가에서 생존을 위한 대격전이 전망된다.

 ◇ 한국 아닌 미국 증시행 이유는…김범석 의결권은 1주당 29배
쿠팡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는 차등의결권이 지목된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일반 주식인 클래스A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 없이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김 의장이 가진 주식 1주는 다른 사람이 가진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한 미국 음식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도 공동창업주들에게 일반 주식보다 20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등 미국에선 한국과 달리 의결권이 차등화된 여러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 의장이 클래스B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분 2%만 갖고 있어도 58%에 해당하는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의장은 외부의 인수·합병(M&A) 시도를 견제하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쿠팡이 미 증시 상장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해석된다.

미 IPO 시장의 열기가 뜨거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약 55조4천억 원)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그룹 이후 가장 큰 외국 회사의 IPO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쿠팡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달리 국내 증시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로켓배송' 투자·고용 확대…유통업계 생존경쟁 가열

쿠팡은 미 증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손꼽힌다.

로켓배송은 소비자를 계속 쿠팡을 이용하게 만드는 '락인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도 상장 신청 서류에서 "현재 우리의 자금 지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성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가전제품, 뷰티, 의류 등 시장 침투율이 낮은 주요 상품군을 포함해 전반적인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더 많은 판매자가 쿠팡에 등록하도록 유인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로켓 프레시, 쿠팡 이츠, 쿠팡 페이 등을 언급하며 "우리의 제공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또 "작년 한 해만 2만5천 명을 채용했다"며 2025년까지 5만 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쿠팡의 투자 성과가 이른 시일 내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누적 적자가 수조 원에 이르고, 유통업계의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제휴 관계를 맺고, 본격적인 풀필먼트 사업 추진에 나섰다. 그동안 약점으로 손꼽히는 물류를 타사와의 협업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만나 양사의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추진되는 등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속하면서 어제의 1위 업체가 내일도 1위를 지킬 것이라고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앞으로 더 세찬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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