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권 배당성향 20% 권고…“보수적 자본관리 필요”

2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6월 말까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까지 낮추라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 2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올해 6월 말까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까지 낮추라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금융위원회가 올해 6월 말까지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20%까지 낮추라고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은행권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당을 줄여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자본금을 쌓으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020년 배당총액은 1000~3200억 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6월까지 은행권의 배당 성향(중간배당·자사주 매입 포함)을 20% 이하로 내리라는 게 권고안의 골자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들에게 돌려준 것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25~27% 수준이었다. 권고안에 따르려면 이를 한시적으로 5~7%포인트 가량 낮춰야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9년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 27%(6164억 9800만 원), KB금융 26%(8610억 9200만 원), 신한금융 25.97%(8839억 2900만 원), 하나금융 25.78%(6164억 9800만 원)다. 금융위 권고에 따라 2020년 배당성향을 20%까지 내릴 경우 배당총액도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들 4개 지주사의 2020년 당기순이익(지배기준) 전망치는 우리금융 1조 4720억 원, KB금융 3조 4910억 원, 신한금융 3조 5420억 원, 하나금융 2조 5600억 원이다. 여기에 금융위 권고 배당성향 20%를 적용해 단순 계산한 우리금융의 배당총액은 2944억 원, KB금융은 6982억 원, 신한금융은 7084억 원, 하나금융은 5120억 원 수준이다. 전년 대비 각각 3220억 원, 1755억 원, 1113억 원, 1044억 원 정도 감소한 액수다.

국내 4대 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 국내 4대 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금융위, 은행권 배당성향 20% 권고…“보수적 자본관리 필요”

금융위가 은행권의 배당성향 축소를 권고한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예상 가능한 손실은 충당금 적립으로 대비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하려면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국내 은행권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6.04%, 은행지주는 14.75%로 최소 의무비율(8%)과 배당제한규제비율(D-SIB 11.5%, 그 외 10.5%)을 한참 웃돌았다.

그러나 금융위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은행권의 양호한 건전성을 장담하긴 어렵다고 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선제적인 자본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면 당장 대출 연체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2020년 12월)’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 가계신용에 기업신용을 더한 민간 부문 신용 비율은 211.2%였다.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GDP의 두 배를 넘어선 셈이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위기 대응·극복 과정에서 유동성이 확대되고 민간 부문 부채가 증가한 것은 대규모 금융지원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지만 향후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잠재적 위험요인”이라고 짚은 바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또한 금융감독원이 1997년 외환위기(경제성장률 –5.1%)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평가한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를 보면,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서 상당수 은행의 총자본비율이 배당제한규제비율(D-SIB 11.5%, 그 외 10.5%) 기준에 못 미쳤다.

따라서 금융위는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 유지 및 제고 차원에서 올해 6월 말까지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배당 제한 규제 비율을 웃도는 지주사나 은행의 경우 자율적으로 배당하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라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8개 금융지주사와 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 지주사 및 은행은 U자형(장기 회복)과 L자형(장기 침체) 시나리오에선 총자본비율이 최소 의무 비율(보통주 자본비율 4.5%·기본자본비율 6%·총자본비율 8%)을 웃돌았다. U자형의 경우엔 배당제한규제비율 기준치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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