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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유시민의 사과, 그래도 남는 질문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하 유시민)이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조회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었다며 결국 사과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뒤부터 자신이 검찰의 뒷조사를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왔다.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2019년 11월 말∼12월 초 당시 한동훈 검사가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특정인의 실명까지 거론했다. 그런가 하면 ‘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는 “어느 은행이라고는 말씀 안 드리지만, 노무현재단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해 의혹의 수준을 넘어선 단정을 하기도 했다.

검찰과 한동훈 검사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반박했지만, 유시민은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도 누그러뜨리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1년 수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 계좌 열람했다는 금융기관의 통보는 끝내 오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되었다. 더 이상 침묵하며 버틸 수 없게 된 유시민은 결국 사과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유시민이 뒤늦게라도 사과한 것은 다행이고, 사과문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의 진정성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을 비켜간 것은 유감스럽다. 문제의 핵심은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있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단언했다. ‘확인했다’는 말은 의혹이나 의심의 의미와는 다른,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임을 의미한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확인했다’는데, 그의 지지자들이 믿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유시민은 그렇게 지지자들에게서 생겨날 수 있는 추호의 의심과 회의조차도 제거해주는 선동가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자신과 처의 계좌 열람 의심까지 아무 근거없이 끼워 집어넣었다. 대개 이런 행위는 순간적인 오해나 착오로 발생하지 않는다. 더구나 당사자들의 거듭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그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러니 의도된 거짓말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거짓말이었다고나 할까.

유시민이 사과해야 할 것이 어디 노무현재단 계좌 열람 주장 하나일까. 상식과 이성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그의 발언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정경심 교수가 컴퓨터를 빼돌린 것은 ‘증거보존’을 위한 것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의 궤변이 터무니없음은 1심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다. 유시민은 진영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조국대전’의 성전(聖戰)으로 인도했다. 그리고는 오직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이치에 맞지 않은 주장들을 태연하게 꺼내곤 했던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지명 전 내사에 착수했다.” “정경심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전에 자신의 컴퓨터를 가져간 것은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보존이다.” “이건 오픈북 시험이다.” 유 이사장은 진실을 인양하는 심판 행세를 하며 사실무근의 주장들을 마구 던졌다. 그가 제시하는 ‘상상’들은 지지자들에게 던져지면 순식간에 ‘사실’로 둔갑한다. 자신이 쓴 책들을 통해서는 그렇게도 훌륭한 말들을 해왔던 유시민은 언제부터인가 진영을 대변하는 선동가의 모습을 보여왔다. 지식인과는 달리 선동가는 사실이 아니라 진영과 자기 편의 이익을 우선한다. 또한 진실이 담고 있을 복잡성을 단순화시켜 모든 일들을 ‘악마와 천사’ 간의 대결로 왜곡해 버린다. 선동가에게 진실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유시민이 보인 모습이 그런 것이었다.

유시민이 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앙에 대한 관용(tolerance)을 갖추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신념은 삶을 풍요롭고 기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이념의 도구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는 너무도 훌륭한 말을 젊은 독자들에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념이나 이념의 도구로 살지 말 것을 말하면서, 유시민은 자신의 신념을 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태연히 거짓을 말하며 혹세무민했다. 스스로가 말한 ‘어용 지식인’도 아니고, 그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는 ‘선동가’였던 셈이다. 그런 선동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이성이 가위눌린 사회다.

무엇보다 납득이 안 되었던 것은, 어째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조국-정경심 부부를 수호하는 성전을 치렀느냐 하는 점이다. 정 해야겠다면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조국 수호’가 노무현 정신이라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설마하니 노무현 정신이 그런 것이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며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라”고 했다. 그런데 그를 따랐던 사람들은 노무현을 말하며, 사실은 자신들을 위해 세상 곳곳에 너무도 많은 것들을 세우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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