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재만 기용하던 ‘순혈주의’ 퇴색…“전문성 갖춰야 혁신”

국내 5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 국내 5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내부 인재만 기용하던 ‘순혈주의’ 문화가 퇴색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겠다는 판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조영서 전 신한DS 부사장을 DT(디지털전환)전략본부 총괄(전무) 겸 KB금융경영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국내 인터넷 전문은행의 초기 사업모델을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종합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조직 혁신을 기조로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며 “핵심 사업에 대한 현장 출신 인재 기용, 조직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젊은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새롭게 클라우드플랫폼단을 맡게 된 유세근 본부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사업 부문 조직명칭에 ‘단’을 부여했다”며 “본부장급 부사장을 보임해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엔 삼성전자와 삼성SDS, 현대카드를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 윤진수 부행장을 영입했다. 윤 부행장은 국민은행의 IT그룹을 개편한 ‘테크그룹’을 총괄하는 한편 KB금융의 IT총괄(CITO)도 겸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해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주식회사 C&C 상무를 영입했다. 김혜주 상무와 김준환 상무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직속 조직인 ‘디지털 혁신단’에서 각각 마이데이터 사업과 데이터 사업을 총괄한다.

김혜주 상무는 SAS Korea, SK텔레콤, 삼성전자, KT 등을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 1세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제조와 통신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실무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라며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적임자로 인정 받는다”고 부연했다.

또 김준환 상무는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를 거쳐 SK주식회사 C&C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부문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빅데이터와 AI를 현업에 적용, 사업 모델화하는데 강점을 지녔다”며 “데이터 산업 전반의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은행권 AI 및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 영입된 인사는 업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신한은행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그 역량을 내재화하는데 중요한 기폭제 역할을 할 것”며 “앞으로도 핵심 사업분야의 전문성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혁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삼성 SDS에서 데이터분석사업팀장, 디지털마케팅 팀장 등을 지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 및 데이터 관련 풍부한 실무경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라며 “디지털 금융 조직을 강화하는 만큼 디지털 금융의 티핑 포인트(급변점)을 만들 것”이라고 이상래 부문장 영입 배경을 밝혔다.

이어 “농협은행은 외부 디지털 전문가 영입으로 코로나 19 사태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신사업을 본격 추진하는 등 디지털금융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우리은행의 디지털 관련 업무는 한글과컴퓨터 대표 출신인 노진호 부사장이 맡고 있다. 또 하나금융투자 출신인 황원철 DT추진단장은 지난해 말 부행장보로 승진했다. 황 전무는 2018년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본부장으로 영입돼 모바일 앱 ‘우리WON뱅킹’을 선보인 바 있다.

또 하나은행은 2017년 하나금융지주가 영입한 김정한 DT랩 총괄 부사장 겸 최고기술전문가(CTO)를 지난해 이노베이션&ICT그룹 총괄로 데려왔다. 김정한 부사장은 현재 지주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최고ICT책임자(CICTO), 하나금융티아이 내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간 은행은 내부에서만 임원을 뽑는 ‘순혈주의’ 문화가 강해 외부인재 영입이 어렵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대형 ICT회사)의 금융업 진출 본격화로 업계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간편결제 및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업에 뛰어든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 기업은 현재 여수신, 투자업(투자자문, 일임업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월 30일 발간한 ‘은행은 여전히 특별한가?’ 보고서에서 “빅테크는 은행 고유의 역할이었던 대출, 송금 등의 금융서비스에서 데이터와 기술, 브랜드 인지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특히 충성도 높은 고객과 네트워크 외부성으로 형성된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점이 고객접점에서 대단한 강점”이라고 꼽았다. 반면 “은행은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디지털 금융에 맞게 활용하기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에 은행들도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빠르게 대처하고, 이에 맞는 그룹의 혁신을 추진하려면 해당 분야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는 과감하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되, (외부인사 영입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