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힘내라 이태원'문구가 적힌 플래카드(Placard)가 걸려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힘내라 이태원'문구가 적힌 플래카드(Placard)가 걸려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김미현 기자] "이태원 프리덤, 저 찬란한 불빛, 젊음이 가득한 세상"

가수 박진영과 UV가 함께 부른 '이태원 프리덤' 노래 가사다. 가사처럼 이태원은 찬란한 불빛이 가득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린 젊은이들이 뒤엉켜 노는,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서글프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이전의 명성을 완전히 잃었다. 지난 5월 국내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시, 이태원 소재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부터 시작된 집단감염이 이태원 몰락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태원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서서히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있었다. 용산에 자리 잡고 있던 미군 부대가 평택으로 이전 하면서부터 이태원과 해방촌, 경리단길에 자리잡고 있던 소상공인들의 얼굴은 잿빛이 되어갔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한 건물 전체 외벽에 '임대문의' 안내표시가 붙어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위치한 한 건물 전체 외벽에 '임대문의' 안내표시가 붙어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니 이제 황량하기 짝이 없는 이태원이 됐다. 기자는 6일, 이태원을 찾았다. 건물 한 채가 모조리 '임대문의'로 도배되어 있었다. 곳곳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이태원 클럽 거리는 인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놀랄 만한 광경을 목격하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사단법인 이태원 관광특구 연합회(이태원관광연합회)를 찾았다.

이호성 이태원관광연합회 부회장을 만났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에 대해 질문하자 "거의 5월 한 달간 대한민국의 모든 삿대질이 이태원에 집중됐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태원만 가면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이태원을 종합적으로 한마디로 말한다면 삼각파도를 맞은 배 같다. 대한민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데, 2018년 미 8군의 평택 이전으로 이태원 상권의 20~30% 매출이 줄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추가로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질문에 "정부의 2.5단계 방역대책이 소상공인 등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대책이라고 했는데, 도움은 커녕 오히려 경제를 망치고 있다"면서 "차라리 3차 대유행 확산 시기 처음에 3단계 격상 후 셧다운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소상공인들이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발 확진자 발생 당시, 언론사들의 이태원 때리기가 현재 이태원의 상황을 초래했다며 "이태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태원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라며 "앞으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조차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도 평일 낮 시간대에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태원 거리는 지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진=김현우 기자>
▲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도 평일 낮 시간대에 사람들로 북적였던 이태원 거리는 지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진=김현우 기자>

 

외국인이 운영하는 펍(술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4년 전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펍을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 점주 말콤(Malcom)은 "스태프(직원)가 총 10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명이다. 권고 사직했다"면서 "대부분 한국에 거주하면서 영어선생님을 하던 외국인들이 주 고객이었는데 현재는 약 80%가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펍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사람이 가장 몰린다. 지금 2주 넘게 밤 9시에 문을 닫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매출은 50%가량 줄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위치한 문 닫은 가게 앞. 헌 신발 한 짝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위치한 문 닫은 가게 앞. 헌 신발 한 짝만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도 상황은 별다를 바 없었다. 카페 운영자 A씨는 "카페가 제일 타격이 큰 외식업 중 하나인 것 같다. 임대료는 300~400만 원씩 계속 나가는데 호주나 다른 나라처럼 정부에서 금액적인 지원이 없으니 더 힘든 것 같다"며 "홀 영업을 못 하게 하니 다른 까페는 갑자기 계란후라이나 김밥을 파는 등 꼼수 영업이라도 해서 겨우 유지하고 있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접종기간이 11월까지라 상황이 안 좋아진다면 앞으론 다른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가서 배달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관광특구 1호로 지정된 이태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쇼핑상가와 음식점, 관광호텔 등의 업소 2000여 곳이 밀집해 있다. 관광특구는 관광여건을 집중적으로 조성시키기 위한 지역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가 50만 명 이상(서울특별시 기준)일 때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태원은 미 8군 기지 이전으로 인한 미군 부재에 이어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끊긴 관광객들에 의해 절망에 맞닥뜨린 상태다. 

기자는 이태원을 떠나기 전, 상가 관계자들에게 이태원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올해 백신 등의 효과로 상반기 코로나19가 진정된다 해도 5년은 지나야 그나마 이태원 상가가 활기찰 날이 올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 국민의 저력이 있으니 딛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느 좋은날에 다시 뵙겠습니다' 라고 적힌 영업 정지 안내문. 어느 좋은날이 빨리 오기를 이태원 상인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 '어느 좋은날에 다시 뵙겠습니다' 라고 적힌 영업 정지 안내문. 어느 좋은날이 빨리 오기를 이태원 상인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사진=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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