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금융권 신년사…“금융안정 저해 없는 금융지원 연착륙” 강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자산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 현상을 우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실물경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5일 발표한 ‘2021년 범금융 신년 인사회’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며 “올해 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 부문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 코로나 위기가 현재진행형임을 감안해 향후 금융 지원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정상화’를 고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행사 신년사에서 “코로나 위기의 후유증으로 남겨진 부채문제와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된 상황에선 자그마한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므로 금융시스템의 취약부문을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 통화량 공급 급증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역으로 둔화”

우리나라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이끄는 두 경제 수장이 한 목소리로 우려한 “자산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은 금융불균형의 대표적 부작용 사례다. 금융불균형이란 경기가 안 좋은데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에 따라 대출 등으로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을 말한다. 금융과 실물경기 간 왜곡이 심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유동자금이 높은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는 부동산과 같은 위험자산에 쏠리는 일이 반복되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나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촉발된 금융불균형의 부작용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지난해 11월 26일 ‘2021년 글로벌 경제·금융 주요 이슈 및 전망’ 설명회에서 “글로벌 위기 시마다 급증하는 유동성 효과는 실물경제보다는 자산시장에서 나타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초과유동성 역시 상당부분 자산시장으로 유입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흥국 자산 및 금융시장 버블 축적에 따른 변동성 확대 위험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낙관적이지는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에서 “최근 코로나19 위기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결과 통화(유동성) 공급이 급증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역으로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본원통화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3월부터 가파르게 확대해 같은 해 7월 17%대를 넘어섰다. 반면 시중 유동성 지표인 M2(광의통화) 증가율은 본원통화 대비 완만하게 확대돼 국내 통화승수(한은이 공급한 유동성 대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통화량의 비율)가 2020년 초부터 급락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이 유동성 보유량을 늘리거나 자산(부동산과 주식 등)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증대되어 유동성이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에 집중된 결과”라고 판단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된 유동성이 기업과 가계 등 실물경제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고 있다”면서도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려 금융불균형을 점증시킬 우려도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를 포함한 6개 금융업권별 협회는 매년 새해 범금융권 신년 인사회를 열고 주요 기관장 등을 초청해왔으나 정부 방역지침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올해는 개최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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