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를 발단으로 해 북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서해 공무원 피살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17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17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모습을 공개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2020년 남북관계는 충돌과 파행이 이어지면서 얼어붙었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 넘게 북미 협상의 접점 찾기 실패가 원인이다. 북미가 협상의 물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관광 구역 내 남측시설물 철거 지시와 ‘자력갱생노선’ 강조로 볼때 올해 초부터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다. 특히 미국 대선과 맞물려 북미협상 진전이 더딜수록 남북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먼저 밀어닥쳤다. 북한은 2월부터 코로나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대외 교류를 줄였다. 그 여파로 문재인 정부가 올해 남북협력의 폭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도 좌초됐다. 문 대통령은 2020년 신년을 맞아 한국정부 독자적으로 남북협력확대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변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6월4일 담화를 통해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를 막지 못할 경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북한은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곧바로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2018년 9월 남북연락사무소가 다시 설치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폭파됐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6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 담화에 대해 “역스럽다”는 혐오감까지 표현하면서 ‘한미워킹그룹’, ‘문 대통령 역할 부재에도 김정은에 책임전가’, ‘남북 신뢰기반 훼손’ 3가지를 들며 한국정부에 4.27 판문점선언 파탄을 묻기조차 했다. ‘한미워킹그룹’에 묶인 한국정부가 4.27판문점 선언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도 입장문을 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병력을 주둔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멈췄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는 문 대통령의 신년 발언에 주목하고 남북협력 확대를 기대했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자 강하게 반발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미국 대선 돌입 등으로 북미협상이 정체되면서 남북관계도 한랭전선이 걷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9월 22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남한 내부에서 반북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막지 못한 문재인 정부 책임론까지 나왔다.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25일 신속하게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사과하면서 사태는 진정됐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코로나19 사태이며 두 번째는 미국 대선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은 북한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한국 또한 이러한 미국을 상대로 남북협력 개선방안을 찾이 어려웠다. 또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개방에 극도로 조심하면서 남북한 교류의 접점도 찾지 못했다.

또 남북한 모두 미국 대선 이후 조성될 한반도 정세 변화에 맞춰 남북관계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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