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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문재인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직무정지 조치에 침묵하는 문 대통령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얘기가 아니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얘기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와 징계청구 조치를 발표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 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런 문자 브리핑을 했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다.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눈을 의심케 하는 내용이었다. 추 장관의 조치를 둘러싸고 나라가 두 갈래로 찢겨져 대결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니. 나라가 아수라장인데 대통령은 수수방관하며 침묵하는 모습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지난 해 조국 사태 때도 문 대통령은 내내 그랬었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하고 사태가 끝난 이후에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자기 사람들을 향한 ‘마음의 빚’은 그렇게 안타까워 하는 대통령이 어째서 국민을 향해서는 그런 빚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대립이 1년 가까이 계속되는 동안 사라져버린 문 대통령의 모습은 무책임하고 비겁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분리시키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의 조치를 문 대통령이 재가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대통령의 재가 없이 징계를 받아 물러나도록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관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재가한 조치에 대해서 언급을 피한 것이라면,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그런 조치가 무리하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을 법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문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민 앞에서 당당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든가 할 일이지, 위법 논란이 따르는 추 장관의 조치들에 대해 자신은 모른 척 침묵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이러다보니 요즘 문 대통령은 뭐하고 지내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물론 뉴스를 보면 비서관이 준비해준 연설문을 건조하게 읽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국민이 궁금해 하는 현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소통할 수 있는 길은 막혀있다. 문 대통령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박근혜 정부를 ‘숨 막히는 불통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문 대통령은 이제 자신이 불통 소리를 듣는 처지로 바뀌어 버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간담회를 합친 횟수는 임기 3년 반이 지난 동안 6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4회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브리핑과 기자간담회 횟수가 각각 150회에 이르렀음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언론기피증은 유난할 정도이다.

취임할 무렵만 해도 국민과의 소통을 다짐했던 대통령이 왜 이렇게까지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기가 곤란한 처지여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 대통령도 추 장관의 행동에 여러 무리가 따름을 전혀 모를 수는 없겠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열성 지지층을 의식해서 다른 의견을 내놓고 말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대통령조차 진영에 갇혀버린 포로가 된 셈이다. 호랑이 등 위에 타기는 탔는데, 호랑이 마음대로 달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언제 문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문빠’들을 향해 다른 의견을 내놓거나 설득하는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대선 기간에 화제가 되었던 ‘양념’ 발언은 열성 지지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충성심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대통령, 진영의 대통령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추 장관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져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찾아서 다시 찾아 읽었다. 2017년 5월 10일에 문 대통령은 이런 다짐들을 했다.

 “대통령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우선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돼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넘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된 일인가. 문 대통령도 자신이 낭독했던 취임사를 다시 꺼내서 읽어보기를 바랄 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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