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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칼럼] 더불어민주당 ‘86 그룹’의 대권후보론

'86' 세력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권력

 

더불어민주당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의 대선후보론이 언론을 통해 솔솔 나오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兩强) 구도를 성에 차지않아 하는 86그룹 정치인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직접 후보를 낼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여권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그같은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86그룹이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대선후보를 낼 가능성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유력하게 대두되었다. 만약 김 지사가 무죄선고를 받게 될 경우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를 불안하게 느끼는 86그룹이 김 지사를 출마하도록 하여 새로운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 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86 출마론은 무산되는듯 했지만, 그래도 다시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86그룹이 자체 후보를 세우고 싶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첫째, 이낙연-이재명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1, 2위라는 점이다. 그동안 상승세를 타왔던 두 사람은 근래 들어 지지율의 답보 상태에 갇혀 있다. 반대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잠재적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야권의 후보에 따라서는 대선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긴장감이 여권 내부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는 당 대표직에 오른 이후 별다른 자기의 정치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지지율의 정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좋지 못한 작금의 상황에서는 이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대선주자로서 상승세를 탈 수 있겠지만, 자기 세력 없이 ‘친문’의 지지에 의존하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그가 처한 상황이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의 계승자로서의 모습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대신 ‘호텔방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바꿔서 전월세로 내놓는 방안’ 같은 얘기를 꺼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는 위치가 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이낙연에게 당 대표 자리는 실제로 독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친문’ 핵심들이 내켜하지 않는 후보감이다. 친문 지지층 내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불신과 비토의 정서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지사가 야권 후보를 제압할 필승의 후보감이라면 다 감수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역시도 확장성의 한계가 보이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시원한 행보, 자신의 정책을 가진 정치인이라는 점이 반향을 일으키며 지지율의 상승세를 탔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라 그가 권력을 잡으면 누구도 견제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대통령감으로는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의 확장성을 제약하는 중요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86그룹의 입장에서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가 불만스러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정치적 혈통의 문제이다. 물론 그런 이유를 드러내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김경수는 되고 이낙연-이재명에게는 회의적인 이유는 자신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인물인가에 대한 불신의 집단정서라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친노와 친문, 그리고 86의 정치적 혈통이 아닌 다른 대선후보를 생각하기가 싫은 정서가 이들 집단에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이낙연과 이재명은 정치적 신뢰가 깊지도 않은데, 게다가 지지율도 답보 상태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86그룹의 자체 후보론일 것이다. 김경수 지사야 실형 선고를 받은 처지라 대법원에서 조기에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나오지 않는한, 대선에 뛰어들기가 어려워졌다. 그 대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얼마나 현실성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86그룹의 그런 발상이 자꾸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우려는 피할 수 없다.

그동안 86그룹은 자신들이 권력이었다. 야당 시절에는 야당에서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권력들이 되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모두 86그룹이 실질적인 지도력을 갖고 이끌어왔으며, 그들은 최고의 권력으로 자리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보여주는 오늘의 모습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의식해야 할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86그룹은 집권세력의 수많은 과오들에 대해 한번도 자기 성찰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편가르기 정치, 부동산 정책의 실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책임 문제 등이 잇따라도, 86그룹 정치인 가운데 누구도 잘못을 비판하는 목소리 한번 낸 적이 없다. 그들은 더 이상 국민의 편이 아니었고 오직 권력의 편에 서 있는, 아니 이제는 자신이 곧 권력인 ‘기득권’이 되어버렸다.

일부 86그룹은 이제 자신들이 직접 권력을 쥐고 국정을 책임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지금까지만으로도 그들의 권력은 차고 넘쳤다고 생각한다. 86그룹이 DJ가 야당하던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권력의 편에 섰던 정치사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권력을 비판하면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권력의 일원이 됨으로써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니 굳이 따로 86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치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86그룹만이 나라의 권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한 믿음, 86그룹이 직접 권력을 쥐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은 시대정신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이제 우리 시대는 낡은 것들의 퇴장과 새로운 것들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다. 거기서 86그룹의 정치는 낡은 것일까, 새로운 것일까. 86그룹의 대권후보론은 ‘대망론’(大望論)이 아닌 ‘허망론’(虛妄論)일 뿐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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