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 하셨다”
與, 가족 의혹 제기에...“근거 없이 의혹 제기하면 누가 공직을 하겠나”
“검찰총장 지위 유지하면서 수사 지시하는 것은 '위선'”
달라진 與 태도 두고 “정치와 사법...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 한탄
與 “라임수사 의혹 파악” 요구...“지휘권 배제되어 사건 관여 못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당 법사위 의원들과 15시간이 넘는 설전을 벌였다. 윤 총장은 이날 여당 의원들의 거듭되는 사퇴 압박에 문 대통령의 말을 전하며 “흔들림 없이 책무를 다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고 “퇴임후 사회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을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감은 무려 여당 의원들과 윤 총장간 15시간이 넘는 공방 끝에 회기를 넘겨 23일 새벽 1시를 넘어 종료됐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을 질책하며 거듭 사퇴를 압박했고 윤 총장은 “지난 4월 총선 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달했다”며 “어떤 압력에도 사퇴하지 않고 임기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또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히 하는게 임면권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 대한 책무라 생각한다”며 “흔들림없이 책무를 다할 것이다”며 사퇴 의사를 거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퇴임후 행보에 대한 질문에는 “퇴임하고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 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도 포함되느냐?”고 묻자 윤 총장은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같은 대답에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 아니라고 얘기 않는 걸 보니 할 수도 있단 소리로 들린다”고 윤 총장의 답변을 의심했다.

국정감사를 마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정감사를 마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보고 올라오지 않았다”

이날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게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를 비롯해 법무부와의 갈등, 가족 비위 의혹등과 관련해 윤 총장에게 융단폭격을 퍼부었고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의 말을 일일이 반박하며 거친 말이 오갔다.

여당 의원들의 거침없는 질책이 이어지자 윤 총장은 흥분한 태도를 보이며 ‘패 죽인다’와 같은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을 변호해 여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거론하며 “지난해 전파진흥원이 수사의뢰한 사건에서 옵티머스가 무혐의 처분을 받는 바람에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윤 총장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다. 해당 사건을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고 강하게 물었다.

이 같은 질문에 윤 총장은 “사건이 부장(검사) 전결이어서 보고가 올리오지 않았다"면서 "제가 몰랐다고 해도 좀 더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대답에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라임은 금융사건이었다가 검찰 비리 게이트 아닌가 싶을 정도다”라며 “뇌물받았단 걸 대검 반부패부장 보고 패싱하고 뭉개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 총장은 “오픈된 사건은 담당부장이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이메일로 보내도록 되어 있다”며 “다만 초기 첩보단계에선 검사장이 직접 와 보고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보고절차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또 김남국 의원은 한 종편채널의 기사를 언급하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지난 4월 룸살롱에 영장도 없이 와서 검사 출입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며 “검사 비위 조사를 구체적으로 하려던 것 아니냐”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윤 총장은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김봉현의 행적 조사를 위해 나간 것 아닌가 싶다.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남부지검이 김봉현을 조사 시작한 게 5월 말이다. 만약 김봉현이 이런 제보를 했더라도 4월에 룸살롱에 갔다는 것 자체가 시간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답변에 김 의원은 “당시 수사팀이 종업원 휴대전화까지 임의제출로 받아 갔다고 한다. 해당 부분을 파악 해 달라”고 주문했고, 윤 총장은 “하고는 싶지만 제가 지휘권이 배제돼 할 수가 없다”며 “제가 관여가 안 된다. 이 수사를 빨리하고 싶어 남부지검장을 독촉했는데 빠지라고 했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날 사퇴를 밝힌 박순철 남부지검장을 거론했다.

윤 총장은 “검찰이 4월에 룸살롱을 압수수색한 것은 맞지만 김봉현이 경기남부경찰청에 체포되기 전이다”며 “당시 압수수색은 청와대 행정관의 비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어서 검사와 수사관의 룸살롱 접대에 관해 물어봤을 리 없다”고 대답했고, 영장 미 발부 의혹에 대해서도 “법원 영장을 받아서 나간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날 윤 총장이 거듭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자신의 결정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옵티머스 사건 관련 불기소 처분을 납득할 수 없다”며 종합감사 전에 불기소의견서에 원용된 수사사무관 작성 의견서와 사건 처리과정에 대한 경과보고서 등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대검찰청에 촉구했다.

다만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이 라임 사태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사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묻자 “저도 책임이 왜 없겠느냐”라며 일부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秋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에 “총장 지휘권 박탈, 검찰 공박하는 건 비상식적”

아울러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이 ‘여야 정치인 수사가 편향적이다’는 지적을 하고, 추 장관이 감찰지시를 내린 것을 두고는 “대검 감찰부는 총장 소관 부서로 사전 협의돼야 발표할 수 있는데 이건 일방적이다”고 추 장관의 결정을 비판했다.

또한 추 장관이 라임 사건, 자신의 가족·측근 관련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내린 것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윤 총장은 “사기꾼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지만 중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그런 사람 얘기 하나를 갖고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건 비상식적이다”며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고 재차 추 장관을 비판했다.

윤 총장이 거듭 이 같은 주장을 하자 이날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장관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다”며 윤 총장을 비난했다.

與 가족 의혹 제기에...윤석열 “근거 없는 의혹제기”

아울러 이날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게 가족 비위 의혹을 거듭 제기했고 윤 총장은 “아내의 일에 관여한 일이 없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대답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거듭 윤 총장의 부인·장모에 대한 의혹을 거론하며 “윤 총장이 부인 가족을 지켜주시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냐”라고 거세게 질타했다.

이 같은 질타에 윤 총장은 “공직은 엄정하게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정당하게 일하는데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누가 공직을 하겠냐”며 “이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거듭되는 여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윤 총장은 거듭 의혹을 부인하며 “자기 가족과 관련된 사건은 보고 안 받고 관여도 안 했다”며 “제가 수사를 지시할 정도면 저는 그냥 물러나야 한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윤 총장은 부인의 전시회 후원 의혹을 두고도 “지난해 전시회는 준비해온 것을 진행한 것이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후에는 오히려 규모를 축소해서 전시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총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도 “재작년 고위공직자 1주택 방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을 처분했다”며 “현재는 상속 부동산과 아파트만 있다”고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반박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질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과거와 달라진 與 태도에 아쉬움...“저에 대해서 안그러셨다”

이날 윤 총장은 과거 자신의 인사청문회 당시와 180도 달라진 여당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아쉬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박범계 의원은 “너무나 윤 총장을 사랑하는 본 의원이 느낄 때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크게 질타했고,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라며 “과거엔 저에 대해서 안그러셨다”며 박 의원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치와 사법이란 것은 크게 바뀌는 게 없구나”라며 “내가 그냥 편하게 살지 이렇게 살아왔는지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또한 김종민 의원은 과거 윤 총장의 청문회를 거론하며 “그때 이 자리에서 저는 총장을 믿고 개혁적인 수장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며 “죄송한 말이지만 청문회 이후 윤석열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졌다. 발언하는 내용을 보면 여기 싸우러 나오신 것 같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난했다.

국정감사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국정감사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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