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란’ 원인 지적에 정은경·식약처장 모두 반박
이재갑 교수 “접종 후 사망,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 없다고 판단”
의협, 정부에 독감접종 유보 권고...“의료기관 접종 잠정 중단”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직접적 연관성이 낮다면서 접종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 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는 22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24명이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정 청장은 ‘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고 답변했다.
또 정 청장은 ‘사망자들이 맞았던 백신이라도 접종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그 부분도 검토했으나, 아직은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희와 전문가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독감 자체로 인한 사망자가 1년에 3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어르신·고위험군에서 폐렴이나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독감으로 기저질환이 악화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청장은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현재까지 사망자들이 접종한 백신은 5개 회사가 제조한 것이고, 모두 로트번호가 다 달라서 한 회사(백신이)나 제조번호가 일관되게 이상반응을 일으키지는 않았다”면서 “제품이나 제품 독성 문제로 인한 사망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도 판단한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날 접종받은 분들도 전화로 조사했지만,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밝혔다.
유정란이 원인? 정은경 “제조과정에 문제 있을 수 없다”
정 청장은 백신의 원료가 되는 계란 유정란이 사망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앞서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서상희 수의학과 충남대 교수에게 자문을 받은 결과,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시킬 때 유정란 내에 톡신(독성물질)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하게 될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는 쇼크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유정란의 톡신이나 균이 자극, 또는 선행요인으로 접종자의 자가면역계에 영향을 미치 자기 몸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거나 그 자체로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식약처가 백신의 출하를 승인할 때 무균검사와 톡신검사를 하고 있지만 일부 물량의 샘플링 검사만 실시하고 백신 제조사의 생산 과정이나 유통 및 접종 이전의 과정상 백신의 균 또는 톡신 상태는 따로 점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의 경우 톡신이 기준치 이하면서 무균 상태인 청정란으로 유정란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 1900만 도즈라는 대량의 정부 조달 물량을 급히 제조하면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수 있는 일반 계란을 이용했을 경우와 상온 노출 등 관리 부실로 균이나 톡신이 기준치를 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망자를 발생시킨 백신의 주사기를 폐기하지 말고 조속히 수거해서 주사기의 균 및 톡신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동시에 식약처의 백신 안전성 검사 체계에 제조부터 유통, 납품, 접종 전까지 TQC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균이나 톡신의 독성물질이 체내에 들어와 세포에 흡수되면서 중화작용의 면역반응이 발생하면 균 또는 톡신의 검출이 어렵게 되고 부검에서도 백신과의 사망 인과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는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정 청장은 “현재 독감 백신은 계란 유정란 배양과 세포배양, 두 가지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지금 사망자는 두 가지 방식의 백신에서 다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 제조 과정 중이나 식약처 검정을 통해 톡신 독성물질을 다 거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심각한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품 문제라면 바로 중단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의경 식약처장 역시 “백신 제조·생산·품질관리 등 모든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유정란 생산시설도 정기 점검해 문제가 없도록 하고 있다”면서 “제조 공정에서도 무균 여과와 정제 과정을 거치고, 이후 다른 제품과 달리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무균 검사와 엔도톡신(균체 내 독소 시험) 검사를 무작위 채취 방식으로 진행해 이중삼중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신고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의협, 독감접종 유보 권고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이 사망 원인일 확률을 낮게 봤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 “발생한 병원들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각 병원에서 동일한 루트로 백신 맞으신 분들에 큰 문제가 없는 걸 봐서는 일단은 백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 “백신의 부작용 신고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상온 노출이라든지 백신 침전물이 생긴 것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 의구심이나 걱정, 관심도가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신종플루 백신과 독감백신 두 가지를 맞았던 시기에도 사망신고가 상당히 많았었지만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서 직접 연관성이 없다고 증명된 사례들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이 상황이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고위험군,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독감 유행 시기에 가장 피해를 보시는 분들”이라면서 예방접종을 받기를 권고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에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잠정적으로 미룰 것을 권고하는 한편 회원 대상으로 의료기관 접종을 잠정 중단하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독감 접종이 전제돼야 하나, 환자와 의료진이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의협은 정부에 “예방접종 후 사망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독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예방접종을 일주일간(10월 23일∼29일) 유보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잠정 유보 동안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 등 백신 및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라”고 요청했다.
다만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안심해도 좋으며 신체 불편을 초래하는 특이증상 발생 시 인근 의료기관을 즉시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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