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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슈] 정부 낙태법 개정,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각계 찬반 엇갈려

임신 24주 이하 낙태, 일정 조건하 허용
‘미프진’ 등 자연유산 유도제도 허용
與 일각, 낙태죄 완전폐지 아닌 점 비판
여성 교수 174인, 생명권 들며 개정안 반대

정부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면서 낙태죄 자체는 유지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법 입법시간을 정한 데 따른 것이다.

법무부(장관 추미애)와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7일 국무조정실 명의로 합동보도자료를 내고 위와 같은 내용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낙태 처벌‧허용규정 일원화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형법 규정(제269조, 제270조) 및 모자보건법 제14조와 그 시행령 15조, 모자보건법 제28조를 통폐합하여 처벌규정을 일원화하고, 형법 제269조는 그대로 두되 제270조2항이라는 ‘낙태의 허용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형법 제270조2항에서 규정하는 ‘낙태의 허용요건’으로는 ▲임신 14주 이내에 낙태할 경우 처벌하지 않음 ▲임신 24주 이내에 성폭행 등 범죄행위, 친인척 간의 임신으로 인한 낙태는 처벌하지 않음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곤경에 처하게 할 경우 ▲임신의 지속이 임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기할 부분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조항의 신설이다. 형법 제270조의2의 제3항은,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 절차에 따라 임신의 지속, 출산, 양육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숙고 끝에 임신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자기 결정에 이른 경우에는 제2항 3호의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정안을 두고 정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실제적 조화를 이루도록 형법 조항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사유에 더해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해 낙태죄 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미프진(낙태약) 등 자연유산 유도약물 국내도입되나

스테로이드성 항프로게스테론을 주성분으로 해 임신 50일 이내 또는 최대 임신 8주간 기간에 사용하면 자연유산 효과가 있는 미프진(RU486)으로 대표되는 자연유산 유도약물(낙태약) 허용도 개정안의 핵심 요소다. 해외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75개국)되고 있고, 온라인 직구를 통해 국내에서도 암암리에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짜 미프진을 팔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렇기에 여성계와 시민단체에서 아예 정식 국내 도입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정부는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자연유산 유도약물을 허용하고, 약사법 개정을 통해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하게 할 예정이다. 부작용 대비로 안전사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사용을 방지하며, 사전상담 제도도 도입한다.

다만 미프진 등 자연유산 유도약물의 국내 유통은 시일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내리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약품마다 300일 정도의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이다.

즉, 개정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유지하되 대폭 넓어진 낙태 허용 요건 조항을 형법에 일원화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정부는 다음 달 16일과 17일까지 각각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들은 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신속하게 국회로 개정안을 보낼 예정이다.

한편,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완전 폐지를 생각한 것과 달리, 실제 법안이 낙태죄 일부 존치로 나타난 것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7월쯤부터 입법예고안과 유사한 내용의 정부 초안이 마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성평등정책위가 임신중절 전면 비범죄화를 권고했던 것과는 충돌하는 것이다.

與 권인숙, 개정안 두고 ‘명백한 역사적 퇴행’ 비판

정의당 “낙태죄 폐지 아냐…처벌 완화에 그쳐”

낙태죄를 존치하고, 대신 처벌요건을 완화하는 이번 낙태죄 개정안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엇갈렸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이번 개정안은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며 “지난 8월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개정을 법무부에 권고한 것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의원은 “원치 않는 임신·출산으로부터 안전한 임신중단을 원하는 당사자 여성의 목소리와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국민인식 변화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이라며 “낙태 처벌보다 임신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지원과 보호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국제적 동향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정부 방침에 반대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수많은 여성이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외쳤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결국 낙태죄는 폐지하지 않고 처벌 기준만을 완화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낙태 합법의 기준이 ‘임신 14주’로 정리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일고 있다. 계속 낙태를 범죄화하며, 14주라는 기간 자체도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헌재가 법정의견에서 언급한 낙태죄 비범죄화 범위는 임신 이후 22주인데, 정부안 14주는 이에 비해 8주나 짧은 것이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해 재판관 3인 단순위헌, 4인 헌법불합치 의견으로 결국 형법상 자기낙태죄, 의사낙태죄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문제는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이 언급한 임신1삼분기의 경우, 이 기간의 낙태조차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낙태 처벌이 위헌이라는 점을 선언했을 뿐 반드시 낙태를 임신 14주까지 합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판단 차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낙태 허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태아는 생명권 가진 존재”

한편, 아예 낙태 허용 자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 교수들은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태아는 여성의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생명권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이고, 우리도 한때는 태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낙태 허용범위를 심각하게 확대했는데 대부분의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며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 교리상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천주교의 경우,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지난 8월 28일에 ‘낙태죄 완전 폐지 법률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주교회의는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한다면, 그것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약자 보호의 국가 책무를 저버리고, 나아가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국가들이 우리 정부의 입법예고안처럼 일정 기간 내에서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임신 후 첫 3개월까지 낙태가 가능하며 다음 3개월까지는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

일본은 낙태 시술 지정 병원에서 시술받아야 하고 해당 병원은 시술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한다. 영국은 의사 두 명의 동의 아래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며, 24주 이후는 산모의 건강, 심각한 기형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인정한다.

이경민 기자

정치부 이경민 기자입니다. 급박한 여의도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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