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값·의약품·생필품·의원 상호간 선물 구입에 술값 결제까지
계정 인원수 부풀리기 여전…마트 1200원도 업무추진비로 결제
신재범 전 의장, 야간 시간대 자택 인근 통닭집·식당·마트 등 결제 수십 건
특정 언론사 연감 책자 구입에 의회사무과 도서구입비로도 부족해 의장단 업무추진비까지 동원

하동군의회 전경<사진=김정식 기자>
▲ 하동군의회 전경<사진=김정식 기자>

하동 김정식 기자 = 경남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단이 업무추진비 일부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취재진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원활한 의정활동 업무에 사용토록 규정된 업무추진비를 찻값이나 의약품 구입·생필품 구입·의원 상호간 선물 구입·술값 결제 등 계정을 위장하거나 인원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마치 개인 신용카드처럼 유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반성은 커녕 “법대로 하라”며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줬다.

△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단 업무추진비 총 1억2171만3170원 사용

정보공개청구 업무추진비 내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총 1억2171만3170원이다.

이 중 전 의장인 신재범(국민의힘·라선거구) 의원이 4739만6690원, 부의장인 강상례(무소속·나선거구) 의원이 2640만3300원, 의회운영위원장인 손종인(무소속·가선거구, 현 기획행정위원장) 의원이 1792만620원, 기획행정위원장인 박성곤(무소속·나선거구) 현 의장이 1557만6070원, 산업건설위원장인 윤영현(더불어민주당·다선거구) 의원이 1441만6490원을 사용했다.

하동군의회의는 업무추진비 사용 상한액을 연간 의장 2772만 원, 부의장 1380만 원, 상임위원장 900만 원으로 규정하고, 업무추진비에 대한 예산절감규정은 적용하지 않고 있다.

△ 업무추진비 1만 원 미만 사용 49건에 31만1100원…계정위장에 인원 부풀리기까지

자료에 따르면 1만 원 미만 소액결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49건, 총 31만1100원에 달했다.

이 중 의장인 신재범 의원이 2건에 1만3400원, 부의장인 강상례 의원이 2건에 1만2900원, 산업건설위원장인 윤영현 의원이 45건에 28만4800원을 사용했다.

이들이 사용한 1만 원 미만 결제를 1200원에서 9000원대까지 커피숍이나 마트 등에서 음료 구입대금으로 결제했다.

윤영현 의원의 경우 약국에서 개인적으로 3400원 등을 사용하고도 3명 ‘직원격려 간식 제공’ 명목으로 기록했다.

소액결제를 45건 사용한 윤영현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제가 혼자 차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고, 관련자들과 식사 후 차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혼자 차를 마시고 업무추진비로 결제를 한 경우는 술이 취했을 경우 신용카드를 한 장만 들고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신용카드를 착각해) 계산 시 그런 경우가 발생한 것에 불과하고, 나쁜 의도로 유용하거나 돈이 없어서 (업무추진비를) 그렇게 (사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었다면 법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윤영현 의원은 현 더불어민주당 하동군 연락소장을 맡고 있다.

△ 야간 시간대 업무추진비 사용…타 지역에서 술값 결제까지

하동군의회 전반기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업무시간대를 벗어난 오후 6시 이후 사용은 신재범 의장이 111건에 1517만7100원, 강상례 부의장이 32건에 337만9900원, 손종인 의회운영위원장이 64건에 844만2480원, 박성곤 기획행정위원장이 25건에 477만1000원, 윤영현 산업건설위원장이 118건에 636만1640원을 사용했다.

더군다나 윤영현 의원의 경우 유명 족발 프랜차이즈 체인점에서 4명이 4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기록했다.

신재범 의장의 경우 자택 인근 통닭집에서 심야시간대 자택으로 통닭 또는 피자를 배달시켜 먹은 것으로 의심될 여지가 있는 결제와 자택 인근 식당에서의 결제 건 수 또한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8시 39분 야간시간대에 인근 진주시에서 ‘제286회 제2차 정례회 참석 의원 및 직원 석식 제공(12명)’이라는 명목으로 식당이 아닌 실비집에서 주류대를 결제하거나, 지역을 벗어난 타 지역에서의 결제도 있었다.

신재범 의장은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수차에 걸친 취재요청에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휴일결제에 계정위장…명목도 다양

토·일요일을 비롯한 휴일 사용건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범 의장의 경우 토·일요일을 비롯한 휴일에 거주지 인근 마트에서 생필품 구입용도로 사용하거나, 간담회 식사제공 등의 명목으로 53건에 499만8000원의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8일 토요일에는 ‘직원격려 식사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지역 외인 통영시 소재 유명 꽃게장 식당에서 12만3000원을 결제했다.

강상례 부의장은 70건에 643만 원을 사용하면서 휴일인 추석과 설 명절 전날 유명 제빵 체인점에서 직원격려 간식제공 명목으로 제빵을 구입하거나, 본인이 불공을 드리고 있는 사찰 신도들과 차를 마시는데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가 하면, 10만 원 단위 정액 결제가 12건에 이르러 카드 깡 의혹까지 제기됐다.

손종인 의회 운영위원장은 22건에 235만2500원을 대부분 ‘운영위원회 간담회 참석자 식사제공’ 등의 명목으로 휴일에 사용했다.

더군다나 지난 4월 15일 총선일에 ‘상반기 현장점검 의사일정 확정 의회운영위원회 참석자 식사제공’이라는 명목으로 13만4000원을 사용했다.

기획행정위원장인 박성곤 현 의장은 대부분을 ‘지역현안 간담회 참석자나 위원회 간담회 참석자의 식사제공’ 명목으로 28건에 37만6670원을 사용했다.

지난 1월 27일 설 연휴기간 ‘임시회 회기 결정을 위한 위원회 참석자 식사제공’ 명목으로 13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현 산업건설위원장은 소액·야간결제에 이어 휴일결제에 98건 487만4400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휴일에도 불구하고 ‘산업건설위원회 간담회 참석자 식사제공’ 등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예배 행사 참석 직원 격려 식사제공’ 및 지난 1월 24일 설 연휴기간 ‘산업건설위원 회의 참석자 식사제공’, 4월 15일 총선일에 ‘상반기 의회 현장점검 일일 점검계획 작성자 식사제공’ 등으로 상식을 넘어선 계정 위장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 쪼개기 결제까지…갖은 편법 동원해 합리화 시도

신재범 의장은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후 2시 40분 하동솔잎한우프라자에서 ‘추석명절 직원격려 특산품 구입’ 명목으로 49만5000원(25명)을 결제한데 이어, 같은 시간대 같은 명목으로 48만 원, ‘직원격려 식사제공’으로 2만5000원을 결제해 쪼개기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후 동일 업소에서 시간차를 두거나 익일 결제한 것으로 드러난 10건에 가까운 분산 결제 건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은 신재범 의장뿐만 아니라 기타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도 수 건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 제빵 구입 55회에 471만4000원 사용…특정 언론사 연감 책자 구입 몰아주기도

강상례 부의장은 지난 2018년 9월 23일 추석 연휴기간을 비롯, 지난해 2월 4일 설 연휴기간 등 총 55회에 걸쳐 유명 제빵 체인점에서 471만4000원을 사용, 월 평균 2.3회, 19만6500원을 제빵류 구입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의 이같은 행태는 업체 밀어주기를 비롯한 업체와의 특수 관계 여부 및 구입한 제빵의 사용처를 밝혀 선거법 위반 여부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11월 15일 손종인 의회운영위원장이 도내 특정 언론사에서 업무와는 관련도 없는 연감 책자를 구입한데 이어 12월 18일 강상례 부의장이, 19일 박성곤 기획행정위원장이 각각 연감 책자 2권씩을 39만9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도서구입비를 활용한 의회사무과 차원의 연감 책자 구입에도 불구하고, 특정 언론사 연감을 의장단 업무추진비로 6권이나 추가 구입한 것이다.

강상례 부의장은 “제빵 매장과 특수 관계는 아니다. 빵은 주로 할머니들과 같이 나눠 먹었다”며 “연감 책자는 사달라고 해서 산 것”이라고 해명했다.

쪼개기 결제 의혹과 관련해서는 “쪼개기 결제가 아니라 식사를 하던 중에 친구들이나 민원인들이 오게 되면 식사비를 대신 결제해 준 것”이라며 “혼자서 차도 마실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부처님 오신 날 불전을 놓을 수도 있는 거고…잘못됐다. 한번 봐 달라. 엎드려 빌겠다. 하나하나 따지자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말했다.

△ 의원 상호간 업무추진비로 셀프 선물까지

하동군의회의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의원 상호간에 명절 선물을 구입해 나눠 가지는 셀프 선물비와 격려 명목의 물품구입, 식비 등의 지출도 나타났다.

신재범 의장은 지난 1월 22일 ‘설 명절 동료의원 격려 물품구입비’로 45만 원과 ‘설 명절 직원 격려 물품구입비’로 48만 원을 쪼개기 결제로 사용했다.

지난해 10월 21일 ‘하반기 의원 국내연수 참여 의원 격려물품 구입’에 35만5000원, 같은 해 9월 17일 의원 간담회 추진 및 명절 격려 다과 구입비로 33만5000원 등을 지출했다.

이와 관련 박성곤 현 의장은 “농협 등에서 특산물을 구입해 지역 내 상임위 소속 군의원들을 비롯한 타 지역 의원 방문 시 선물로 제공해왔다. 의원 상호간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상임위 위원들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추진비로 의원 상호간의 셀프 선물 나눠 갖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연감 책자는 의원들의 참고자료로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 의회사무과, 취재진 지적에 의원 감싸기 급급…하동군, 직원 청렴교육 및 업무연찬 부재 여실히 드러내

이처럼 하동군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사적으로 유용된 배경에는 의장단과 의회사무과 직원들이 악어와 악어새 관계처럼 서로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뿐만 아니라 집행부인 하동군 소속 직원들에 대한 청렴교육 및 업무연찬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격으로 윤상기 군수의 군정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비단 하동군의회 의장단 문제뿐 아니라 집행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대해서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연감 책자 구입을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 않느냐”면서도, 전반적인 인원 수 부풀리기와 계정 위장 의혹에 대해서는 “차 한 잔에 3900원을 결제하고 7명이 참석한 것으로 표시된 경우는 해당 의원이 음료제공을 할 수 없는 특수한 경우라 본인들이 직접 부담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등 에둘러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의원 감싸주기에 급급했다.

이후 하동군의회는 명확한 해명과 자료를 제시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의혹만 더욱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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