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과 민간 전문가그룹, 상호 견제하고 협력하는 일종의 ‘견제와 연대’
김우주 교수 정부 비판,,,"늘어난 지역사회 감염자가 취약집단에 들어가 폭발한 2차 유행, 정부 책임이라는 뜻"
2차 유행 처음 겪어 혼선…제대로 복기해 다음 유행은 준비된 상태로 맞아야
사회적 거리두기 1,2,3단계 명확한 조정이 숙제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월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전국 단위 대규모로 발생하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며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월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전국 단위 대규모로 발생하면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며 추석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추석 직전 2주가 중요하다. 확진자 수를 낮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국으로 확산되면 추석 이후의 상황은 광화문 때보다 훨씬 더 엄청날 수 있다. 고향 방문 자제해야 되고, 지금 방역을 철저히 해서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자 숫자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호평한 K방역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으나, 8.15 광화문집회를 전후해 재확산 되며 현재 2차 유행 중이다. <폴리뉴스>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2단계로 완화된 직후인 9월 15일,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대한민국 코로나 커뮤니케이터'로 알려진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를 만났다.  

먼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물었다. 이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고려할 게 많았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2.5단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계 완화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로서는 상당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아예 처음부터 2단계로 올리고, 2단계로 안될 것 같으면 선제적으로 3단계 올려놓고, 그 다음에 상황이 좋아지면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썼어야 됐는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3단계는 발효할 생각 없이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가 머뭇거렸다”며 “애매하게 제대로 된 2단계, 강화된 2단계 이런 식으로 단계를 쪼개 버리니까 1,2,3단계를 나눈 것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졌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1차 유행 상황을 잘 이겨낸 것이 “방역당국이나 정부, 국민들이 역동적으로 잘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혼선을 잘 복기하고 제대로 평가해 다음 3차, 4차 유행은 철저히 정비된 상태로 맞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과 민간 전문가들의 관계는 ‘일종의 견제와 연대’라고 표현했다. 경제영역 때문에 정부가 단계 올리는 걸 망설이면 전문가들이 방역당국에 힘을 실어주고, 방역당국이 멈칫거릴 땐 민간 전문가들이 강하게 이야기해서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갖게 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 협의하느라 메르스 때보다 더 느리게 움직일 때도 있지만 “민주적 거버넌스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고 어떨 때는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스승인 김우주 교수가 '코로나 제2 유행이 명백한 정부 책임"이라고 비판한 기사에 대해서는 “내막을 들어보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게 아닌데 그 문장만 크게 부각 돼서 조선일보에 실렸다”며 늘어난 지역사회 감염자가 취약집단에 들어가 폭발한 것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2차 유행은 굉장히 다중적인 형태로 나타났다.”며 “휴가철이 겹치면서 국민들도 많이 느슨해졌고, 장마가 길어지면서 실내 접촉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 또 정부 차원에서 내수를 살리려는 여러 가지 프로모션들이 진행됐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폭발할 수 있는 상황 속에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가 뇌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추석 직전 2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진자 수가 줄면 추석을 편히 보낼 수 있고, 추석 때 전국으로 흩어지지만 말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지금처럼 100명, 200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추석을 맞이하게 되면 무증상 감염자나 증상이 가벼워 병원에 안 가는 사람들이 전국 단위로 흩어져 확산시키면 큰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향에 주로 어르신들이 계셔서 노인 감염이 늘거나, 수도권에 비해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추석 때 고향 방문 자제해야 되고, 지금 방역을 철저히 해서 추석 전에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자 숫자를 최소화 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 의료현장과 방송에서 종횡무진 수고가 많으시다. 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 파견된 경험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도움이 되었나?
  
대규모 신종 감염병 유행을 처음 경험한 귀한 경험이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이 신종 감염병의 중요성이라든지 시급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 국내에서 그런 상황을 겪어본 게 사스, 신종 플루 때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대응을 해본 적이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외국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에 대해 협력을 하고 갔던 건 에볼라 긴급구호대가 처음이었다. 

한 국가가 이런 감염병 유행 상황을 맞이했을 때 어떤 식의 대응이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 아프리카는 경제와 의료 상황이 한국과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신종 감염병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될 수 있나 하는 것을 처절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에볼라에 대한 지식을 쌓는 부분도 됐고, 그때 경험들이 이후에 메르스나 지금의 코로나 상황에서 국가가 어떻게 신종 감염병을 대응하고 준비해야 되는가에 대해 경험했던 기회였다. 

-정부가 9월 1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낮췄다. 선제적 방역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고 계시는데, 이번 완화 조치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가. 
  
정부 입장에서는 고려할 게 많았을 거다. 특히 2.5단계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게 카페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고, 식당은 저녁 9시 넘어서는 아예 문을 닫게 했다. 2단계가 시작되면서 고위험시설에 해당되는 유흥주점이나 클럽은 이미 닫힌 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소상공인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단계 완화에 대해 상당히 압박을 받은 것 같다. 

사실 2단계 들어가기 전에 고위험시설에 대해 자제만 시키는 부분적 2단계가 8월 15,16일 서울에서 먼저 발효됐고, 8월 19일 고위험시설이 완전히 닫는 온전한 2단계가 시작됐다. 며칠 지나서 식당과 카페 중심으로 운영을 제한하는 식으로 강화됐는데, 감염병 전문가로서 보면 아예 처음부터 2단계로 올리고, 2단계로 안 될 것 같으면 3단계로 올리는 식으로 선제적으로 올려놓고, 그 다음에 상황이 좋아지면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썼어야 됐는데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지금 2단계로 완화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8월 15일 이후는 계속 2단계였다. 이것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뭔가를 올렸다 내렸다 해 버리니까 실제로 2단계 올린 것 때문에 100명대로 떨어진 건지, 2.5단계라서 100명대로 떨어진 건지 평가할 방법이 전혀 없다. 오히려 정확하게 처음부터 2단계 올리고 일주일 해 봐도 안 떨어져서 3단계 올렸으면 ‘3단계 올려서 떨어졌구나’ 이런 식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지금 2.5단계로 올린 게 효과가 있는 건지 2단계만 했어도 되는 건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런 방역적인 평가 기준을 통해서 완화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경제 영역들, 특히 소상공인들이 힘들다 보니 약간 떠밀려서 낮춘 상황들이 되다 보니까 이 상황이 감염병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혼동을 더 초래한 거고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자체를 평가하기가 애매하게 됐다. 제대로 약속된 대로 하고 난 다음에 너무 과하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조정을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나눈 걸 이번에 처음 적용했다. 그런데 처음 적용하는 것마저도 애매하게 2단계 내에서 제대로 된 2단계, 강화된 2단계 이런 식으로 단계를 쪼개 버리니까 지금의 1단계, 2단계, 3단계를 나눈 것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3단계까지 만들어 놨지만 3단계는 발효할 생각 없이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에 정부가 머뭇거리고, 언론은 약간 비아냥거리는 듯이 1.5, 2, 2.5 이런 식의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1,2,3단계를 만들 때부터 정교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카페도 닫아보고, 식당도 저녁 9시 넘어 닫아보고 경험해 봤으니까 이 부분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술적인 조정을 더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 1,2,3단계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부분은 앞으로 상당히 숙제가 될 것 같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월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2차 유행을 처음 겪어 혼선이 왔다”며 '제대로 평가하고 복기해 다음 유행은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월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2차 유행을 처음 겪어 혼선이 왔다”며 "제대로 평가하고 복기해 다음 유행은 철저히 준비된 상태로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채혁 기자>

 

-현재 단계별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는데 정부 방역당국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맞는지 다시 점검을 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렇다. 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1,2,3단계 만들 때 조금 더 세밀하게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까지 듣고 만들었으면 이런 부조화가 안 생겼을 텐데, 개념적으로 2단계면 고위험시설 닫고 3단계면 중위험까지 닫겠다는 식으로만 표시를 해 놓고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에 해당되는 시설들을 카테고리만 분류했다. 열심히 한 건 맞는데 개별적인 고위험시설이나 중위험시설에 대해 적절한 현장에서의 평가 없이 중앙집권적으로 생각해서 이 정도면 고위험, 이 정도면 중위험일 거라는 식의 판단이 되다 보니까 실제로 적용할 때 반발도 심할 수밖에 없고 그걸 적용했을 때 생기는 여러 가지 파급성에 대한 부분들이 평가가 안 됐었다. 

-국민들은 K방역이 세계적으로 우리의 국격을 높일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메르스 때의 문제가 여전히 극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메르스를 겪으면서 우리는 신종 감염병의 위력이 강력하다는 걸 깨달았다. 메르스 이후에 우리나라가 준비한 건 메르스 정도의 감염병이 유입된 상황에 대한 대비였다. 대구·경북처럼 대규모 집단감염 상황은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대구·경북 상황을 이겨낸 건 방역당국이나 정부, 국민들이 역동적으로 잘 대응했기 때문이지 메르스 때 잘 준비해서 극복한 게 아니다. 

즉,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메르스를 겪고 신종 감염병이 그만큼 파급력이 높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에 뭔가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게 중요했고, 대구·경북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도 메르스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능동적·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정말 신속하게 대응을 한 거다. 이번에 썼던 많은 진단,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방식이나 이런 것은 이번에 다 새로 만든 것이지 예전부터 준비해서 만든 건 전혀 아니다. 

코로나 1차 상황을 겪고 나서 말로만 사회적 거리두기 해서는 안 되니까 정부 차원에서 준비한 게 1단계, 2단계, 3단계라는 체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강도)를 만들어 유행 상황에 따라 그것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그런데 만들어 놓고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거니까 당연히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1단계, 2단계, 3단계를 만들었는데 이걸 바로바로 적용 못하고 1,5단계, 2단계, 2.5단계 식으로 쪼개 버려서 국민들도 혼란스럽고, 이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평가하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2차 유행이라는 것은 우리가 처음 겪었다. 이번에도 능동적으로 잘하긴 했지만 지금의 혼선들을 잘 복기하고 제대로 평가해서 다음 3차, 4차 유행은 준비를 철저히 하고 정비된 상태로 맞이해야 된다. 

-2차 유행이 시작됐을 때 교수님께서는 3단계로 가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했다. 국민 입장에서 3단계는 좀 무지막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1차 유행을 잘 막았던 이유 중 하나로 선제적인 대응을 꼽는다. 2차 유행 초기 환자가 늘어났을 때 찔끔찔끔 올리는 것보다는 확 올려서 빨리 확진자 숫자를 줄이고, 단계를 차곡차곡 내려오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오히려 맞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정부는 2단계로 올리는 것도 굉장히 망설이고 간신히 올렸다. 3단계로 격상해야 될 상황이지만 정부가 만들어 놓은 3단계는 아무리 봐도 우리나라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확진자가 1000명, 2000명 되면 어쩔 수 없겠지만 한 400~500명 정도 올라갔을 때는 정부 차원에서 못할 것 같았다. 

3단계가 되면 10명 이상 모이면 안 된다. 10명 이상 집회도 안 되지만 고위험, 중위험 시설 다 문 닫아야 된다. 카페는 아예 문 닫아야 되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개인적 자유는 막지 않기 때문에 락다운처럼 집에서 아예 못 나오게 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활동은 인정해 주지만 공무원들은 다 재택근무 해야 되고, 민간 기업도 재택근무를 장려해 가능한 재택근무 해야 되는 상황이니까 거의 준 락다운이다. 

3단계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실행하기 힘든 조건은 맞다. 하지만 못할 거면 단계를 만들면 안 된다. 아예 단계를 확 올려서 1000명, 2000명 발생했을 때 하는 걸로 했어야 된다. 제대로 할 거면 확진자수 400명 올라간 그날 아예 3단계 해서 빨리 확진자수가 줄게 하든지, 못할 거면 2단계를 하되 국민들한테 3단계 올리고 싶지만 3단계 올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되니까 우리 참고 잘해야 된다고 강력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 부분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그럴 바에는 3단계로 빨리 올리라고 강조한 거다. 그러다 보니까 정부 차원에서는 방법을 찾다가 2.5단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3단계 이야기 안 했으면 정부는 2.5단계도 안 만들었다.

-방역당국과 교수님을 포함한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갈등은 없나? 
  
저희가 일종의 견제와 연대라고 표현한다. 메르스 때 초반에 방역당국이 정말 못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안 돌아가니까 민간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같이 TF를 구성했는데, 그때는 청와대가 민간 쪽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줘서 민간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하는 식의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정말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들을 거치면서 방역당국이 지난번처럼 민간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 것 같다. 일종의 와신상담도 했고, 행정권과 방역 노하우도 다 가지고 있으니까 민간 전문가와는 일종의 상호견제와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간다. 

만약 경제영역 때문에 정부가 단계 올리는 걸 망설이는데 방역당국 쪽에서는 그래도 올리면 좋겠다고 했을 때 전문가들이 더욱 강하게 방역당국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 질병관리본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들을 하는 거고, 또 멈칫멈칫 거릴 때는 전문가들이 강하게 이야기해서 조금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을 갖게 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다.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는 자기가 가진 고유 권한들, 방역이나 행정권 이런 부분들을 적절하게 할 수 있고, 민간 전문가들은 자문도 하고 일종의 상호견제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 

가끔은 메르스 때보다 지금이 더 느리게 움직일 때도 있다. 서로 협의도 해야 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의견이 갈릴 때도 있어서 느리게 움직이는 측면이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모습들이 민간 전문가랑 방역당국이 민주적 거버넌스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고 어떨 때는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만들어진 게 아닌가. 그래서 이 부분만 조금 더 세련되게 바꿔준다면 훨씬 더 나은 구조, 담론들을 만들어 내는 데 훨씬 더 좋은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승인 김우주 교수가 코로나 제2 유행된 게 정부 방역의 실패, 명백한 정부 책임이라고 비판했는데 동의하나. 
  
내막을 들어보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신데 그 문장만 크게 부각이 돼서 조선일보에 실렸다. 2차 유행이 생긴 것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부분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랑제일교회나 광화문 집회를 통해서 한 번 증폭이 되긴 했지만, 증폭되기 전에 어떤 상황이 벌어져야 되냐면 지역사회 내의 감염자 숫자_잔존감염자로 보통 표현하는데 그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되고, 그런 상황에서 일부 감염자가 취약한 집단에 들어가서 대형 유행을 만들어 내는 상황이 된다. 즉, 취약한 데서 증폭이 된다. 사랑제일교회가 4,5,6,7,8월 교회에 똑같이 모였는데 방역수칙을 잘 안 지켰지만 그래도 계속 크게 문제없이 갔던 건 지역사회 내의 감염자 숫자가 작았기 때문이다. 

4,5월 이태원 발 감염이 있기는 했지만 잘 막아내면서 크게 확산이 안 됐다. 하지만 7월 말부터 8월 사이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국민들도 많이 느슨해진 측면이 있고, 장마가 길어지면서 실내 활동이 많아져 실내 접촉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들, 또 정부 차원에서 경제 내수를 살리려는 여러 가지 프로모션들이 진행됐었다. 이게 어느 정도 증폭되니까 지역사회 내의 감염자들이 슬금슬금 늘어나고 있었고, 그렇게 늘어난 사람들이 취약하게 두었던 집단에 들어가면서 빵 터진 꼴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던 거다. 

이번 2차 유행은 굉장히 다중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1차 유행 때 대구·경북의 신천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감염자가 슬금슬금 늘어나다가 일부 감염자가 신천지에 들어가면서 거기서 폭발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그때는 오히려 단일유행 패턴이었기 때문에 신천지만 막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행하는 패턴들은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가 가장 큰 환자 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아주 다양한 영역에서 집단 발병이 소소하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게 7,8월에 있었던 우리나라 전체의 느슨함이 같이 폭발하면서 생긴 거여서 그걸 크게 증폭시킨 건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가 맞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만드는 내수 진작 프로모션들이 있었던 부분은 정부의 책임도 당연히 있다. 국민들도 많이 느슨해졌던 부분 다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장마가 기록적으로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실내 활동이 증가됐다. 안 좋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한꺼번에 뭉친 부분에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가 폭발시키는 뇌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이제 곧 추석이다. 이때 잘못하면 제3 유행이 발발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7,8월에도 지역사회 내의 감염자가 연휴기간에 광화문 집회 등으로 증폭이 돼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됐다. 저희가 걱정하는 건 지금 지역사회 내에 퍼져있는 확진자 수를 확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추석을 맞이하게 되면 상황이 똑같아지게 된다. 지금의 상황을 안정시켜서 이번 주, 다음 주까지 지역사회 감염자 수를 낮춰놔도 추석 때 증폭될 가능성이 높은데 낮추지 못하고 지금처럼 100명, 200명 발생하는 상황에서 추석을 맞이하게 되면 추석 때 숨어있는 감염자, 내가 감염 된지 모르는 무증상 감염자나 증상이 가벼워서 병원 안 가는 분들이 전국 단위로 흩어져서 확산시켜버리면 큰일이다. 

더 큰 문제는 고향에 가면 주로 어르신들이 계신데 노인 감염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수도권은 이런 상황을 여러 차례 맞아서 병상을 조절하는 게 그나마 가능한데 지방 같은 경우는 20~30명만 발생해도 휘청휘청 거린다. 대학병원도 거의 없고 환자를 볼 수 있는 시설도 별로 없는 상황에서 추석 때 만약 지방에 있는 노부모들이 감염되면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기 때문에 추석 때 고향 방문 자제해야 되고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저녁 먹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 폭의, 그것도 수도권 중심의 발병이어도 쉽지 않은데 전국 단위의 발병 상태가 되어버리고, 특히 강원도나 제주도는 의료기관 숫자가 부족해 취약한데 그런 데서 발생해 버리면 의료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추석을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고, 지금 방역을 철저하게 해서 추석 전에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감염자 숫자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추석 전 상황을 보고 특별방역대책을 수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특별방역대책은 추석 직전 2주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확진자 수가 줄면 추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고 추석 때 전국으로 흩어지지만 말라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이걸 낮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국으로 확산되면 추석 이후의 상황은 광화문 이후의 상황보다 훨씬 더 엄청날 수 있다. 게다가 추석 마지막 연휴 끝나는 10월 3일 보수교회 쪽에서 집회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라 이게 또 하나의 증폭요인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추석 때도 잘해야 하지만 지금 1,2주도 엄청나게 잘 해야 한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추석전 코로나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5일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추석전 코로나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안채혁 기자>

 

* 이재갑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전임의를 거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분과장, 감염관리 실장을 맡았으며,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국제협력의사로 3년간 카자흐스탄 파견, 2015년 에볼라 확산 당시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서아프리카 파견, 메르스 국내 유행 때는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의료현장에서 진료는 물론, 방역당국의 정책자문과 언론을 통한 코로나19 실상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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