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총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 윤석열 검찰 총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서 경제 정의, 사법 정의 이런 것이 회복이 되어야 되는 것이고 그런 것을 지금 검찰 구성원들은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저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지난 2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 답변에서 했던 말이다. 여기서 말한 ‘성역’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가족을 가리킨다. “5개월이 지나도록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 수사가 아니냐”는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대답이었다. 윤 총장 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미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로 재배당 되었다. 여기에는 본격 수사에 들어가겠다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의지가 실려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윤 총장의 부인과 장모가 관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사건의 수사팀은 25일에 첫 고발인 조사를 하기로 한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녀 관련 의혹 사건 수사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사건 수사 부서도 최근 재배당이 있었고, 사건을 새로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및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은 10번 넘게 고발되었는데, 왜 수사 안 하고 있는가?”라는 정청래 의원의 질문이 있었고, 이에 대해 추미애 장관은 “선택적 수사가 아니냐 하는 예로 많은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하여 검찰의 본격 수사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었다.

여당 의원들이 추미애 장관에게 수사를 촉구하면 추 장관이 화답을 하고,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낯설지 않은 광경들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빈번하게 행해졌던 ‘하명(下命) 수사’의 모양새를 빼어닮았다. 그 시절에도 정치적으로 불편한 상대들을 향한 권력의 의중을 검찰이 따라가며 수사를 하던 일들이 많이 있었다. 결국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되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권력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검찰에 하명을 했다면, 지금은 공개적으로도 당당하게 하명을 한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을 모셨던 이성윤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던 추 장관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 소리를 듣던 이성윤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추 장관의 ‘복심’ 역할을 해왔다. 한동훈 지검장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대해 이 지검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지만 오히려 검찰 인사에서 이성윤 인맥이 약진한 것도, 과거 정권이 그랬듯이 검찰을 장악하여 정권의 뜻대로 통제하려는 포석이었다.

오해는 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윤 총장의 가족이든, 나 전 의원의 가족이든, 위법행위를 했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정치인 나경원의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의 글을 써왔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상이 누구이든, 권력의 의중에 따라 검찰수사가 좌지우지되는 적폐는 사라져야 한다고 믿기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성윤 지검장이 취임하여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가 된 것이 지난 1월이었는데, 하필이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논란이 있은 직후에 여당 정치인들과 추 장관의 말을 신호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장면이 너무도 부자연스러워서 하는 얘기이다. 물론 법무부나 서울중앙지검은 그동안 지체되었던 수사가 이제야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일 뿐이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다. 지금 두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인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여권 세력이 찍어내기에 올인하던 윤석열 총장 가족의 십 수년 전 내용들이 이 시점에서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도 채동욱 검찰총장이 겪었던 일을 떠오르게 만든다.

정권의 이름은 바뀌었는데 검찰을 다루는 행태는 과거 정권의 것 그대로가 되어버렸다. 하명 수사는 지난 날 검찰의 적폐 중의 적폐였다. 그런데 왼손으로는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오른손으로는 하명 수사를 한다. 검찰개혁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노무현 대통령은 결코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았음을 기억하고 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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