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감사위원 분리선임·공정위 전속고발 폐지 등 쟁점 산적
윤창현 "검찰 수사만 공정하냐?" "코로나로 어려울 때 꼭 이래야 하나"
오기형 "합법 행위 막는게 아니다. 불법 저지르려는 동기를 없애야"
윤두현 "개정안 조문넘어 시행령 따져봐야. 기업 걱정에 대해 의견 나눠야"
이용우 "경영권 위협 아니다. 소액주주 이익 지키라는게 감사위원"
박수영 "OECD와 동일한 투명성 맞춰야 국가 경쟁력 확보돼"
윤관석 "꼭 필요한 법이라는 의견과 우려 공존, 법안소위서 심사숙고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정부와 여당의 주요 국정과제인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이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정부와 여당의 주요 국정과제인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이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여야 지도부가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이번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 활동을 옥죌 수 있다는 재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개정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가 규정됐음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 3법은 시장 질서 보완을 위해 만든 법이므로 세 가지 법 자체에 대해 거부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며 경제민주화 구현을 약속했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에 찬성 의견을 거듭 밝혔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상임위에서 해당 법안이 논의되도록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상법 일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통칭하는 것이다. 3법 중 상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은 정무위에 각각 회부된 상태다. 연내에 3법 모두를 통과시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여야 지도부와 달리 재계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경제 위기 등으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3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3법 내 시장경제의 근본을 흔들거나, 기업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등의 ‘독소조항’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전속고발제 폐지'

정무위원회 소관인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전속고발제 폐지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로 1980년에 도입됐다.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면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짬짜미 등 ‘경성담합’ 행위에 대해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또 검찰 자체 판단으로 수사도 가능해진다. 이에 재계에선 수사와 고발 남용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게 전속고발제 폐지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만 공정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어렵고,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시점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법을 꼭 통과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일부 법을 완화하는 등 수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은 “대기업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도록 규제하는 것을 기업활동을 옥죈다고 비난하는 건 좀 과하다”며 “합법적인 기업 활동을 막으려는 게 아니고 불법행위의 동기, 유혹을 만드는 현행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대화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대화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한 것도 공정거래법 개정안 쟁점 중 하나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게 된다.

재계에선 정부가 지주회사 만들라고 권장하더니 규제만 늘어난 셈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해당 기업이 이 규제를 피하려면 총수는 기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하는 등 기업 부담이 커진다. 법안이 통과하면 삼성생명, SK㈜, 현대글로비스 등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새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에 대해 오기형 의원은 “기업들이 세습을 하고 싶은데 제대로 안 되니까, 아는 친척을 동원해 이상한 회사를 만들어서 일감몰아주기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편법 세습을 시도한다”며 “이런 식의 사익편취를 막고 시장에서 동일하게 경쟁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두현 국민의힘(정무위) 의원은 “개정안 조문만 보고 말할 게 아니라, 시행령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으로 따져볼 것이 많다”며 “법안에서 비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을 듣고 기업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쟁점은 '다중대표소송'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법제사법위원회 소관인 상법 개정안 내용 중에서 재계 반발이 가장 큰 건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이다. 현행 상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개정안은 감사위원회 의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로 제한했다.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결정권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펀드나 기관 투자자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은 “그 조항이 왜 경영권을 위협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식회사 주인은 주주이지 대주주가 아니고,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할까봐 견제하라고 있는 것이 감사위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을 대주주가 원하는 사람한테 하는 게 오히려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예결위)은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공정경제 3법) 조항을 따져봐야 한다”며 “OECD 국가들이 전부 하고 있는 부분은 이번에 통과를 시키고, 아무도 하지 않는 조항들은 반기업 정서에 기반해 대기업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허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OECD 기업들하고 동일한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상법 개정안 조항 중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해당 제도는 현행법상 재벌 자회사의 불법행위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때 일반 주주가 사측에 책임을 물을 마땅한 법적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재계에선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해 주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비상장회사 주식 지분의 100분의 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 1만 보유해도 해당 회사가 50% 이상 출자한 회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요건이 너무 완화됐다는 지적이다.

공정경제 3법, 통과 가능성은?…이용우 “국민의힘, 변화의 시금석”

전반적인 공정경제 3법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야당인 윤창현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이라고 이름 붙었지만 사실상 규제강화 3법이 맞다”며 “큰 그림으로 경제민주화적 관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법안의 각론을 들여다보고 더 공정해지는 조항이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두현 의원도 “공정하게 경제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있겠냐”면서도 “공정경제 3법인지 경제를 망치는 3법인지 살펴봐야 하고, 해당 법안이 통과됐을 때 공정하게 경제활동이 이뤄지길 기대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경제를 옥죄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의견을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여당인 오기형 의원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의 많은 것들을 이식해서 고유하게 성장시켜왔다”며 “미국이 분식회계 했던 엔론을 제재했다고 ‘관치금융’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 3법의 대부분은 이미 미국에서 실험하고 운영하는 것들이 많고, 기업들도 이런 제도 도입엔 찬성을 하되 4차 산업혁명 등 사업과 관련한 제도는 완화요구를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성숙한 시장경제 질서를 갖추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는 여론과 일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여야 지도부가 어느 때보다도 여러 가지 화답을 하고 있으므로, 양심과 소신을 가지신 여야 의원님들이 (각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충분히 심사숙고해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3법 통과 가능성에 대해 이용우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이 새롭게 변화한다고 했는데, 이 변화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바로 공정경제 3법”이라며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 여부는 김 위원장이 허울뿐인 비대위원장인지 아닌지에 달려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최근 정책위원회 주도로 공정경제 3법의 구체적 내용과 파급 효과를 설명하는 자료를 만들어 의원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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