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와 논리로 공감 얻는 보수정치의 발견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8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의정활동이 처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단독 처리할 때, 이에 항의하는 5분 발언을 통해서였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시작했던 발언은 ‘임대차 3법’의 통과 시 생겨날 부작용들을 짚으면서, 국회 절차대로 상임위에서 심의가 있었다면 무엇이 달랐을까를 알기 쉽게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축조심의과정이 있었다면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을까요? 저라면, 저라면 임대인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줘서 두려워하지 않게 할 것인가,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고령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 그리고 수십억짜리 전세 사는 부자 임차인도 이렇게 같은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가, 이런 점들을 점검했을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배짱과 오만으로 이런 것을 점검하지 않고 이거를 법으로 달랑 만듭니까? 이 법을 만드신 분들, 그리고 민주당, 이 축조 심의 없이 프로세스를 가져간 민주당은 오래도록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라던 그의 발언은, 어차피 숫자로는 여당을 당해낼 수 없는 야당 의원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압박성 멘트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19일 열린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광훈 목사의 탈세 혐의 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질의에 "탈루 혐의를 확인해보고 있으면 엄정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김 후보자의 답변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윤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윤 의원은 "국세기본법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른 목적을 위해서 세무조사를 남용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라며 "탈루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인사나 여당 인사가 찍은 인사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원칙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김 후보자는 "원론적인 얘기였다"며 "법에 정한 탈루 혐의가 있어야 조사를 하는 것이다. 탈루 혐의도 없는데 조사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곤혹스럽게 말을 바꿔야 했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윤 의원이 홍남기 부총리에게 1주택자 종부세 장기보유나 고령자 세액 공제에 있어서 “부부가 공동명의로 집을 1채 갖고 있으면 세액공제가 박탈된다”면서 "남편 단독명의로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부부가 같이 명의를 갖고 있으면 세금이 최대 5배 징벌 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이 분들한테 국가가 주는 시그널은 '재산을 형성할 때 부동산은 남편만 가지라는 것'이 된다"며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저는 굉장히 시대에 역행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부동산 관련 법이나 시행령을 만들면서 특정 남성이나 여성을 구별해서 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혹시나 그런 내용이 있다면 당연히 바꿀 것”이라며 “기재부 세제실에 구체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언론에서도 크게 다루어졌고 향후 기재부에서 시정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되었다.

지난 얼마 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윤 의원의 의정활동 사례들이다. 여기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과거 통합당 의원들이 흔히 그랬던 것처럼 이념을 개입시키지 않았다. 굳이 ‘좌파’니 진보’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들을 통한 접근을 했다는 점이다. 추상적이고 거창한 담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기하니 반향이 생겨난다.

둘째, 윤 의원이 국회 질의에서 하는 질의들은 거칠고 사나운 호령조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추궁하는 방식이다. 야당 의원들이 큰 목소리로 정치성 질의를 할 때는 오히려 쉽게 피해가던 답변자들이 결국에는 윤 의원이 제기한 문제점을 인정하게 되곤 한다. 큰 목소리 보다 강한 것이 합리적 논리임을 보여준다.

여당에서도 목소리 큰 의원들만 눈에 띄는 상황에서 야당 의원의 정돈되고 논리정연한 어법은 정치인의 공감 능력과 관련하여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가 속해 있는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아래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이념을 앞세우거나 거칠게 싸우지 않고도 국민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보수정치의 가능성을 윤 의원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황교안 대표 시절 광화문에 모여 전광훈 목사의 손을 잡고 만세 삼창을 부르짖던 보수정치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이제 야당 혹은 보수계열의 정당이 국민의 공감을 얻는 길이 어떤 것인가가 분명해지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의 위중한 상황 속에서도 광화문 한복판에서 집회를 갖는 위험천만한 ‘아스팔트 보수’와는 결별하는 것이 그들이 사는 길이다. 그 자리에 들어서야 할 새로운 보수정치의 모습을 윤희숙의 어법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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