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해찬 국회의원, 금태섭 전 국회의원, 이낙연 국회의원, 김부겸 국회의원, 박주민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 (왼쪽부터) 이해찬 국회의원, 금태섭 전 국회의원, 이낙연 국회의원, 김부겸 국회의원, 박주민 국회의원<사진=연합뉴스 제공>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거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는 열린우리당의 ‘108번뇌’를 강조하며 당선자들에게 겸손할 것을 당부했다. 108번뇌는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당선된 열린우리당 152명 의원 중 108명 초선 의원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다 분열했고 18대 총선에서 참패한 것을 가리킨다.

2004년 총선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 당선된 초선들은 ‘백팔번뇌’·‘탄돌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한다. 당 내분과 당청 갈등의 주요 원인 제공자라는 비난도 받았다. ‘당이 살아 움직인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총선·대선 패배로 이어지면서 죄인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선대위 해단식에서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인은 어항 속에서 사는 사람이다. 지나가는 손님이 항상 보는 투명한 어항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초선뿐만 아니라 당내 의원들 모두 자중해 튀는 분열적 언행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민주당 초선의원은 82명이다. 당선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충실하게 튀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7선의 이해찬 대표 체제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한 ‘당.청 일치’ 분위기 탓도 한몫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초선들의 침묵은 ‘금태섭 효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내 ‘쓴소리’를 하거나 이견을 낼 경우 공천탈락에 이어 사후 징계까지 내려 확실하게 본보기를 보여줬다.

‘금태섭 효과’도 있지만, 당내 ‘집단적 침묵’의 본질은 여당 의원 다수가 ‘친문’이라는 점이다. 비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거나 장관·지자체 장으로 차출돼 남아 있는 인사가 없다. 17대 총선에서 ‘탄돌이’라는 말이 21대 총선에서는 ‘문돌이’라는 바뀌었을 뿐이다.

문제는 당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포스트 이해찬’을 이을 새 지도부 후보들 역시 존재감이 없다. 청와대가 선창을 하면 추임새 정도 넣고 있을 뿐 부동산 정책 실패, 무리한 검찰개혁, 친문 위주의 ‘묻지마식 인사’에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문 정부를 지키는 든든한 호위무사를 자청하고 있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당 대표 후보군 매한가지다.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다 보니 흥행이 안되고 정책과 비전이 보이질 않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친문·비문을 떠나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주무부처인 김현미 국토부장관에 대한 책임론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숨죽이고 청와대 눈치만 보다 보니 당·청일치를 넘어 당이 청에 귀속된 분위기다. 이럴 거면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겸직하라’는 말이 맞다. 청와대 파워가 비대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역린’이라는 시작도 존재한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집권여당은 코로나 정국을 활용해 ‘이슈 물타기’,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야당이 못하면 안에서라도 충언을 해야 하는데 난망한 게 현실이다. 과거 정동영 전 의원은 DJ의 오른팔이자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고문을 2선 후퇴시킬 당시 DJ에게 사전 양해를 구했고 DJ가 암묵적 동의하에 ‘정동영의 난’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옛날얘기다. 지금 여권 인사들에게 들어보면 청와대 관련 ‘쓴소리’는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 돌아오는 것은 철저한 보복일 뿐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공포심이 존재한다. 열린우리당에는 너무 많은 초선 의원들이 종횡무진하면서 당이 망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면 작금의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심기정치’로 당이 망해가는 데 방조범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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