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공인들이 도리어 화내는 세상

손혜원 전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 손혜원 전 국회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인간의 선의는 훌륭한 것이다. 하지만 법은 개인의 행위가 선의였는가에 따라 위법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선의란 주관적인 것이고 검증 불가능한 것이기에, 개인의 행위가 선의에 따라 이루어졌는가 아닌가는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법은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놓고 판단하며 그것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주목한다. 목포 구도심을 살리려 했다는 손 의원의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것이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서의 일탈행위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손혜원 목포 부동산 매입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6월, 필자가 <폴리뉴스>에 썼던 칼럼의 한 단락이다. 목포 부동산 차명 매입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혜원 전 의원에 대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다. 1심 재판부는 "직무상 도덕성을 유지해야 하는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업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시가 상승을 예상하고 명의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것으로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시정돼야 할 중대한 비리이며 피고인들은 법정에서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손 전 의원이 항소한다고 하니 손 전 의원의 혐의에 대한 법적 판단은2심 결과도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법적 판단 이전에 상식의 차원에서 우리가 짚어볼 문제가 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공인들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손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SBS보도가 나왔을 때 “보도는 모략이고 거짓말”이라며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로도 “'목포 투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데 인생과 전 재산은 물론 의원직을 걸겠다", "목숨을 내 놓으라면 그것도 내놓겠다"는 등의 말을 하며 자신에 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화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의 주장과는 달리 주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잘못이 있는 공인들이 피해자인양 항변하며 거꾸로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내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때로는 저지른 잘못에 비해 과도한 매도와 비난에 직면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잘못은 5인데, 억울한 확대와 과장이 5라고 치자. 그런 경우에도 공인들은 5만큼의 잘못에 대해 고개 숙이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부당한 5만큼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며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명백히 잘못한 것으로 보이는 5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고 목소리 높이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일이 손 전 의원 경우만이 아니라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자신과 가족들의 무고함만을 주장하며 검찰과 언론을 맹비난하고 있는 조국 교수도 그러하다. 물론 언론의 과장·허위 보도들이 적지 않았음도 사실이고, 피고인들로서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법적 판단 이전에 적어도 입시와 관련된 불공정 행위들로 인해 젊은 세대들에게 상처와 분노를 안겨준데 대한 책임은 매우 무거운 것이다. 자신의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어떤 항변도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조국 교수 사건이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들이 버젓이 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여 국회의원이 되고, 이제 자신들을 기소한 검찰 때리기에 올인하는 모습도 정상적인 장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잘못한 사람들이 도리어 화내는 세상. 그 앞에서 우리가 지켜왔던 가치는 무너지고 옳고 그름이 뒤바뀌는 전도 현상이 빚어진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조차도 진영에 따라 잣대가 달라지는 무리의식도 문제이기는 매한가지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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