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매달 1건 발생...모두 5건
대책위, 정부·택배회사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
우원식 "산업안전 근로감독, 작업환경 개선 필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우원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우원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발생 이후 늘어난 택배 물량으로 과로사한 택배노동자들의 유가족들이 택배 물량이 가장 많은 가을 시즌(9~11월)에 앞서 정부와 택배회사를 향해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생명안전포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11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들의 알려지지 않는 죽음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과도한 업무시간을 줄이고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대책위원회가 파악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인원만 5명이고,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택배사는 정확한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날까지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가 파악한 과로사 인원은 모두 5명이다. 지난 3월 12일 쿠팡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중 계단에서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4월, 5월, 6월, 7월까지 매달 1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숨졌다. 

전국 67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동조합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현재까지 택배노동자들은 위험을 뚫고 배달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추석 연휴가 포함된 올해 9~11월은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물량이 더해지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택배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로 물량이 30~40% 이상 갑자기 증가해 매우 지칠 때로 지쳐있는 상황이고, 최근 장마와 폭우를 겪으면서 노동강도는 더욱 열악해 졌다"며 "택배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배송시간에 쫓겨 매일 12~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이류로 짚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CJ대한통운 고 서형택 택배노동자 누나인 서형주씨와 CJ대한통운 고 정상원 택배노동자 아내 서한미씨도 함께 참석했다. 

서형주 씨는 "하루라도 쉴 시간이 있었다면 동생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지금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서한미 씨는 "아이들과 여행 계획을 했던 남편은 다음날 깨어나지 못했다. 새벽 5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8~9시에 들어와도 항상 웃던 애들 아빠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며 "남편은 이제 없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생명안전포럼 대표의원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이후 택배 노동자는 살인적 노동으로 고통받으며 상시적 해고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안전 근로감독과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책위는 택배사에 분류작업에 대체인력(분류도우미) 한시적 투입과 당일배송 강요금지 및 지연배송 공식적 허용, 비대면 배달 공식화 및 비대면 배달 분실하고 시 노동자에게 책임전가 금지, 폭염·폭우에 따른 과로 방지 대책, 유족에 대한 사과 및 산재신청 협조와 보상 등을 요구했다. 

또 정부에는 정부 주도의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마련을 위한 <민관 공동위원회> 구성, 택배노동자 노동환경 및 과로사 발생현황 실태 조사,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산재보험 적용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마련하라

코로나19 발병이후 과로로 쓰러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택배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된 수만 5명이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전국의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의 감염위협 속에서도 쉼없이 배송했습니다. 택배노동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물량이 3~40% 이상 갑자기 증가하면서 매우 지칠 때로 지쳐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최근 장마와 폭우를 겪으면서 노동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바로 택배물량이 폭증할 9,10,11월을 앞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9,10,11월은 1년 중 택배물량이 가장 많은 시기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이미 늘어난 물량을 더해지면 올 9,10,11월은 역대 사상 최대규모의 택배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택배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배송시간에 쫓겨 병원조차 갈 엄두도 못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매일 12~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많은 택배노동자가 쓰러질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와 택배사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몇 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인해 사망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택배사는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관련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으면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에 대해 축소ㆍ은폐하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유가족까지 직접 나섰습니다. 아직까지도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남편과 동생의 죽음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지만,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힘들지만 정부와 택배사의 무책임한 태도에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유가족의 바램은 명확합니다. 자신의 남편과 동생같은 억울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오는 8월 14일은 택배없는 날입니다. 택배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사상 첫 공식휴가일입니다. 하지만 단 하루의 택배없는 날로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택배사가 유가족의 절절한 외침에 화답하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8월 11일
故정상원 택배노동자 아내 서한미 / 故서형욱 택배노동자 누나 서형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 국회 생명안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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