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한 평화프로세스가 난항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한 높아진 국가 위상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미중간 대치와 갈등은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폴리뉴스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을 통해 우리 외교안보의 현 주소와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3일 국립외교원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제 협력이 절실한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G2는 블레임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면서,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한국을 포함하는 중간국가들이 “새로운 국제협력질서 ‘G0’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질서에 미치는 코로나의 영향과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준형 원장은, 20세기 말 세계화의 전성기가 지나고 지금 세계는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으며,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으로 결집하는 ‘호전적 민족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는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하면서 미중간에는 블레임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2차 유행이 오면 백신이나 국경문제 등에 대한 협력이 절실한데 각자도생의 흐름과는 딜레마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원장은 코로나의 장기화에 대응한 새로운 세계질서를 전망하며,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잘 관리되는 ‘필터링 스테이트’ 개념의 국제협력체제가 필요하다”면서, 미국(G1)이나 미중(G2)의 리더십이 한계를 보이는 만큼,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한국을 포함하는 중간국가들이 새로운 국제질서(G0)를 만들고 여기에 미중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선에 대해서는 “많은 변수를 고려해도 여전히 바이든 대세로 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외교안보 측면에서 미국 민주당 집권은 우리에게 불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북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바이든 캠프에서 6자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북한의 핵문제가 등장하고 나서 한미간 진보정권이 겹친게 김대중 클린턴 밖에 없는데, “1998년 클린턴을 설득해 얻어낸 것이 ‘운전석은 한국이다’라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2000년 6.15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이루었다”면서, 적극적인 설득과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을 받고 동북아 정치와 한미관계 등을 연구해온 국제정치학자이며, 한동대 교수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지난해 8월부터 국립외교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모든 게 달라질 것인데, 세계질서 변화의 촉매라고 보셨다. 이것이 가져올 영향과 변화, 그 양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말씀드린 것처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정점은 소련이 붕괴되고 9.11 전까지 10년이다. 그 10년이 세계화의 전성기라고 얘기한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고, 미국도 단일 10년 기간에 미국의 건국 이후 가장 많은 부를 축적했다고 얘기한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아까 말씀드린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Pax Americana가 흔들리는 현상이 왔다. 결국 파이가 작아지는 문제가 생기면서 각자도생, 민족주의의 길로 가게 된다. 이게 훌륭한 지도자가 정책 하나 바꿔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부나 외부로 책임을 전가하게 된다. 둘러보시면 난민, 이민자, 유색인종 등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분열을 시키는 전략을 하고 있다. 밀리턴트 내셔널리즘, 호전적 민족주의라고 한다. 잘 보시면 푸틴, 시진핑, 아베도 그런 전략을 한다. 외부에 적을 만듦으로써 안으로 결집을 시킨다. 그러다 보니 세계화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생기게 되는데, COVID가 여기에 결정적인 촉매로 가속을 시키면서, 다 닫아버리고 서로 블레임 게임을 하게 한다. 미국은 중국이 제대로 안 해서 세계적으로 퍼졌다 하고, 중국은 미국이 그걸 조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문제는 계속 심화되고 2차 유행이 오게 되면 세계의 연결망을 다 닫을 거다. 제대로 해결하려면 백신이나 국경 문제나 여행 문제 등을 협력해서 해결돼야 되는데 일단은 닫아 버리는 거다. 협력을 회복해야 되는데 미중의 문제라든지 전 세계의 문제로 인해 협력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상 각자도생으로 가는, 약간의 딜레마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는 너무 섣부르고 With 코로나라고 까지 얘기한다.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교통 통신의 발달이 세계화에 가장 중요한데 일단 그게 끊겼고, 그 다음에 국가끼리 서로 협력하며 정보를 나눠야 되는데 쉽지 않다. 백신이 아주 상징적이다.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달려들고 협력해야 하는데, 서로 해킹하고, 발견하면 딱 막아서 자국만 쓴다든지 한다.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경우 방역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백신으로 해결하고 싶고, 또 중국과의 체제 대결에서 백신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도생이 우선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로 들어갈 것 같다. 저는 필터링 스테이트라고 표현하는데, 과거처럼 무한정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잘 필터링 되는, 좋은 거름망이라고 할까, 방역도 하지만 완전히 닫지 않는 잘 관리되는 국경이 있는 국제협력 체제가 있어야 된다. 여기 변수가 G2인 미중인데, 서로 블레임 게임을 지속하게 되면 그런 시스템이 쉽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일각에선 이제 G0라고 얘기한다. 미국이 자기의 책임을 버리면서 G1은 끝났고, G2도 리더십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럼 G0다. 독일, 프랑스, 캐나라든지, 그 다음 한국까지 포함해서 중간 국가들이 뭔가 새로운 협력의 질서를 만들어 내면서, 미중을 여기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가능성이 높지 않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 많은 분들이 트럼프의 재선을 예상했다. 그런데 코로나와 인종차별 문제로 인해 지금은 경합주에서 다 밀리고 있다. 현재 그 흐름이 October Surprise가 나타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그대로 가지 않겠나 예상하는데 원장님은 전망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2016년에 좀 불안하긴 하다고 트럼프가 될 여지를 남겼지만, 저도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던 사람이다. 당시 대선 직전에 16개 공신력이 있는 조사 중에 1개 빼고는 다 틀렸다. 어려운 이유가,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케이스고,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이 있고, 샤이 트럼프라고 얘기하는 숨어 있는 표가 2%에서 최대 5% 있다. 지난 선거에 소수인종들, 특히 흑인들이 90% 넘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는데 그들의 약점은 투표장에 잘 나가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전화했을 때는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이 일부는 샤이 트럼프고, 일부는 정작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는 게 변수다.
이런 변수를 고려해도 여전히 바이든 대세로 가고 있는데 최근 네가티브가 굉장히 심해졌다. 바이든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이 ‘슬리피 조’ 나이 많은 쪽에서 지금은 인지능력을 상실한 치매끼 있는 지도자로 몰아붙이고 있다. 과거에 바이든이 토론을 잘 했는데, 약점을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코로나가 만든 위기 상황이 트럼프한테 마이너스도 되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강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어필하기 쉽다는 것도 또 하나의 변수다. 

트럼프가 폭스 TV 인터뷰에서 강하게 이야기 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거냐고.

트럼프는 2016년에도 그랬고, 공식 석상에서 승복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안 했다. 지금 투표 참여를 높이고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 우편투표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우편투표제를 하게 되면 며칠이 걸릴 것이고 그래서 선거부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편투표 확대를 반대하면서 그런 단서를 붙였다. 이거는 판을 깔아놓는 거로 보인다. 본인이 지게 되면 선거에 불복을 하고, 그러면 소위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최근 인종차별 시위처럼 흑백의 충돌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날 가능성도 우려된다. 

트럼프가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에서는 오히려 전향적으로 나온 측면이 있었다. 오바마 시절에는 전략적 인내라고 아무 것도 안했다. 바이든도 그 기류보다 더 강경할 수도 있는 예측들이 있다.

오바마 때 부통령을 한 바이든은 오바마 3기라고도 한다. 민주당에서 2016년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내부 급진파와 온건파가 갈라졌기 때문이라는 반성이 있다. 그래서 샌더스와 함께 TF를 구성하고 정강정책을 같이 만들어서 초안이 나왔다. 이 초안이 8월 전국 전당대회에 본안으로 나오게 될 거다. 이 초안을 보면 전 국민보험이라든지 진보적인 아젠다를 꽤 많이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했던 것을 다 뒤집었기 때문에, 적어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한테 유리했다. 안타까운 게 하노이 때 뭔가 실적이 있었으면 바이든도 그걸 뒤집지는 못할 텐데, 일단 바이든의 눈에는 트럼프의 모든 것이 실정이었기 때문에 다 뒤집겠다고 한다. 그래서 당일 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 ‘이란과의 협상을 살려내겠다’. ‘오바마 케어를 살려내겠다’고 했다. 또한 인권, 가치 이런 것들로 북한을 압박하게 되면 북한하고 더욱 나빠질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플러스 요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예측 가능한 국제적 협력을 통할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캠프에서 6자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 혼자서는 북한의 체제 보장을 못 하는데, 과거에는 실무급이라 문제가 됐으니 6자간 정상회담 쪽으로 민주당 내부의 브레인들이 검토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설득이 가능하다는 거다. 1998년에서 2000년 사이 우리 경험이 있다. 북한의 핵 문제가 등장하고 난 뒤에 한미가 진보정부끼리 겹친 게 98년에서 2000년 클린턴과 김대중 밖에 없다. 1994년에 제네바 합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수로도 진전이 없고 중유 제공도 안 되면서, 북한이 98년도에 일본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날려 북미 관계가 급경색 된다. 그 때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장관이 페리를 만나서 페리 프로세스가 시작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클린턴을 설득시킨다. 그 때 김대중 대통령한테 클린턴이 한 말이 ‘운전석은 한국이다’라는 것이다. 한국의 운전석이 그 때 나온 거고 그것이 2000년 6.15까지 이어진 거다. 물론 9.11과 부시 대통령의 등장으로 단명했지만, 그 기간을 재연할 수 있다면 우리한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정부는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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