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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페셜 인터뷰] 김준형① “전 세계가 미중간 갈등에 끼어있는 시대, 한국의 높아진 가치 잘 활용해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한 평화프로세스가 난항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한 높아진 국가 위상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미중간 대치와 갈등은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에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폴리뉴스는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을 통해 우리 외교안보의 현 주소와 대응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3일 국립외교원에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의 국제질서는 “전 세계가 미중간 갈등에 끼어있는 시대”라면서 “한국의 높아진 가치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질서의 큰 흐름을 묻는 질문에 김준형 원장은 전후 국제사회를 지배해 온 미국의 패권질서는 “21세기에 들어와 조금씩 흔들리고 무너지지 시작했다”며,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간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전 세계를 두고 영역별로 벌어지는 경쟁이 하나이고, 아시아에서 벌이는 지정학적 밀당이 다른 하나”라면서, “미중간 지정학적 경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한반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안보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약간의 기형적 상태”라고 대한민국 외교의 근본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대응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미국과 동맹 또는 준동맹 지위를 갖고있는 국가가 60여개 국이고, 중국을 무역상대국 1위로 하는 국가는 110개라는 통계가 있다”면서 “사실상 전 세계가 낀 국가”라고 진단하고, 균형있는 장기적 안목의 대비를 당부했다. 특히 G7 초대를 예로 들며 미중간 갈등으로 인해 한국이 가치가 높아진 만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중 예정된 시진핑의 방한도 “한국의 G7참가 이전과 이후라는 시기선택의 고민이 있어 보인다”면서, G7을 중국 대응체제로 재구성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옵저버로 참석하는 우리가 동조, 참여 또는 지지하게 되면 중국하고 곤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프랑스 등과 협조하여 “금융위기를 극복한 G20과 같이 국제협력의 원칙을 지킨다면 시진핑의 방한은 더 큰 의미를 갖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을 받고 동북아 정치와 한미관계 등을 연구해온 국제정치학자이며, 한동대 교수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지난해 8월부터 국립외교원장으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미중 간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중의 어려움이 되고 있다. 국제질서의 큰 흐름 속에서 짚어주신다면?

2차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질서를 자유주의 국제질서라고 부른다. 미국은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질서를 구축해왔는데 중요한 3가지 축이 있다. 첫 번째가 민주주의, 두 번째가 시장 또는 자유무역이다. 세 번째가 Pax Americana로 미국이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함으로서 국제 정치적 안정을 이루어냈다. 미국 패권의 정점이 소련의 붕괴이고, 이후 미국은 탈냉전과 세계화라는 질서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흔들리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계 도처에 민주주의에 반하는 권위주의와 스트롱맨들이 등장했고, 시장과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번영의 열매가 제대로 나눠지지 않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낳았다. 또 하나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사실상 중국은 자본주의와 자유무역 질서 속에서 성장했음에도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면서, 미국 중심의 세계 패권을 흔들게 되었다. 상징적인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가 2001년 9.11로 미국에 대한 테러리즘이라는 도전이 등장했고, 그 다음 2008년의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가 흔들리게 되었다. 또 2016년이 중요한데 브렉시트가 일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만 주장하겠다라는 것이 트럼피즘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식 질서는 흔들려왔고, 최근 코로나19는 여기에 가속을 붙이는 촉매역할을 한다. 코로나는 국가 간 연결되던 것을 봉쇄하고 단절하고 국경을 닫는, 그 동안의 국제질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이런 흐름 속에 미중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 분쟁과 체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직은 중국이 미국을 세계 무대에서 맞서기에 부족하지만, 문제는 동북아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일단 안방이고, 지정학적으로 유리하다. 아시아에서 물리적 충돌의 가능성이 다분한 4가지 지점이 있다. 한반도, 동중국해의 조어도 센카쿠열도, 대만 중국 양안과 남중국해 인공섬 등이 그것이다. 이 네 지점을 다 연결시키면 아시아에서 선이 하나 만들어지는데, 중국은 여기를 안 막히고 뚫고 나가려 하고, 미국은 이 4개로 중국을 봉쇄하는 걸 생각한다. 그래서 미중의 패권 대결은 2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전 세계를 두고 영역별로 통화, 질서, 기술, 체제 경쟁이 하나고, 아시아에서 벌이는 지정학적 밀당이 그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한반도다. 

한반도는 머리에 해당하기도 하고, 탈냉전으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냉전의 잔재, 북중러-한미일이라는 아주 약하지만 과거 그대로의 역학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지정학적으로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된다. 한국을 따로 떼어 놓고 봐도, 한국은 경제적으로 4분의 1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안보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약간의 기형적인 상태다. 그래서 한국의 외교적 도전은 가장 힘들다고 볼 수 있다. 

외교안보의 가장 큰 축이 한미동맹이다. 여기에 대해서 정치인들이 이의제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학자들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이제 좀 다시 봐야 되지 않나 하는 목소리들이 점점 잦아지고 있는데.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근간이다.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고, 분단 상황에서 대북 억지의 역할을 했다. 대북 억지력은 강할수록 좋겠지만, 지금 그 역할은 많이 줄었다. 우리의 국방비와 북한의 GDP 전체가 같다. 2.5%쯤 되는데 그러면 최소한 북한보다 우리가 40배 잘 산다. 사실상 단독으로 억지가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여전히 중요하고, 특히 중국이 부상하고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필요하다.

국제정치에는 방기와 연루라는 2가지 측면이 있는데, 한미동맹은 좀 비대칭 동맹이라, 에치슨라인처럼,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해 우리가 방기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갈수록 연루가 더 걱정된다. 연루는 미국의 전쟁에 또는 미국의 전략에 우리가 끌려갈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에게 한미동맹은 거의 종교화된 측면이 있다. 동맹도 국익을 앞설 수는 없다. 제가 이런 말을 자주 하는데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다. 한미동맹이 너무 중요하지만 한국의 국익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그런데 어떤 분들한테는 이 상식적인 말도 불편할 정도로 한미동맹은 신화가 되어있고 조금의 조정도 허용하지 않는다. 저는 한미동맹은 유지돼야하지만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연루되는 것은 조정이 필요하다. 또 한미동맹이 상호 평등관계가 아닌 측면이 발견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합리적으로 분담금을 인상하려 한다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상호적이고 평등한 동맹으로 가는 미세조정은 필요하다. 

며칠 전 주한미군 감축 내지 철수론이 미국 언론을 통해서 나오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한편으로 굉장한 압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미동맹은 혈맹이라 얘기하고 전적으로 우리가 도움을 받는 비대칭 동맹이었으니까, 과거에도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오면 우리는 바짝 얼어붙고, 그래서 미국의 몇몇 정부들은 이것을 가지고 한국에서 원하는 것을 받아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의 대통령들과 상당히 다르고, 기본적으로 아주 단순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왜 이렇게 잘 사는 나라에 주한미군이 가서 도와주는가. 기본적으로 고립주의고 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게 낭비라고 보니까 정 필요하다면 돈을 내고 써라. 그래서 미국 내부에서도 동맹국에 보내는 미군을 용병으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한다. 미국이 과거보다 절대적인 힘이 약해지고 중국은 부상하는 것이 움직일 수 없는 대세라면 동맹을 챙기는 게 미국의 큰 자산인데, 오히려 용병으로 만들고 무기 파는 압박을 하면서 동맹관계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철수 얘기도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한국이 미국을 필요로 하듯 동아시아 동북아에서 미국도 한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이 다른 트럼프와 몇몇 소수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래서 철수는 없을 가능성이 크고 분담금과 연결이 돼서 한국을 압박하는 걸로 쓰일 것이다. 아시겠지만 국방수권법 등으로 주한미군을 대통령 마음대로 빼지 못하게 되어 있다. 

사드 배치 이후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외교안보 라인에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대응 방향을 말씀해 주신다면?

어렵다. 그런데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는데, 미국과 동맹 또는 준동맹 지위를 갖고 있는 국가가 전 세계에 60여개국이다. 중국을 무역 1위로 하는 국가는 110개가 넘는다. 우리만 낀 국가가 아니고 사실상 전 세계가 낀 국가다. 최근에 러시아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시킨 독일도 G7에 안 간다고 할 정도로 몇몇 이슈에는 미국과 부딪친다. 사드 사태를 두고 일부에선 ‘중국한테 실망했다, 그러니 중국과 끊고 미국을 선택할 때라고 얘기했다. 사드 때문에 GDP가 1% 정도, 8조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역으로 끊으면 우리는 25%를 어디서 메울 것인가. 이번에 중국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지나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데, 중국하고 다 끊고 미국을 선택하는 디커플링은 수십 년이 걸릴 일이다. 전 세계가 미국에 의해서 중국하고 끊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심지어 미국 내부에 있는 기업들도 그게 쉽지는 않은 문제다.

사드 문제로 돌아가서 중국 내부에서도 한국을 너무 밀어붙였다는 약간의 자성이 일어나고 있다. 사드 문제를 미국이 중국을 타겟으로 한다는 걸로 단정하고 시진핑이 이것을 핵심위기라고 선언했다. 핵심위기라고 한 사드배치가 실제 일어나 버리니까 제재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을 미일 쪽으로 너무 밀어버려서 국익 측면에서는 전략적 실수였다는 내부 비판이 있다. 그래서 2017년 10월, 합의는 아니지만 세가지 입장을 공유한 바 있다.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동맹 삼각동맹으로 가지 않으며, 지역 미사일 방어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이후 단체관광이나 한한령만 빼고는 조금씩 풀려왔고, 그것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시진핑 방한을 계기로 완전히 푸는 걸로 검토되었다고 한다.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면, 미중이 이렇게 갈등을 하니까 한국의 가치가 순간적으로 높아졌다. 이게 영원히 가지는 않겠지만 중국도 우리를 더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고, 미국은 G7에 우리를 끼워 넣고 상대방한테 쓰는 카드로 볼 것인데,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

시진핑 방한이 상당히 의미가 있겠다. 지금 추진 상황은 어떠한가.

일본은 무산되었고, 한국은 가능한대로 하반기에 오겠다는 것으로 안다.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한국이 G7에 가기 전에 올 것인지, 그 후에 올 것인가에 대해 중국 내부의 고민이 좀 있다. G7의 옵저버 국가로 초청하는 건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G7을 G10이나 G11으로 해서 그것을 중국에 대항하는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우리가 동조, 참여, 또는 지지하게 되면 중국하고 좀 곤란해질 것이다. 제 생각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예전 G20은 같이 협력해서 금융위기를 이겨낸 것이지 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칙을 지키면 구태여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리라 보고, 오히려 그런 쪽으로 우리가 일조를 하면 시진핑 방한은 더 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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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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