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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김누리① "경쟁은 야만…대학입시·대학서열·대학등록금·특권고등학교 없애는 교육개혁 해야”

한국은 시험 한 번으로 인생 결정되는 ‘원샷 사회’… 더 많은 기회 열려야
끊임없이 줄 세우는 영미 교육시스템 대신 경쟁 없는 유럽체제 전환 논의할 때
N번방, 미투 운동 등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 문제… 새로운 성교육 필요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이 맞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야만적인 국가다.” 

<폴리뉴스>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교육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해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김누리 교수를 만나 사회 전반에 걸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누리 교수는 지난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자살률 세계 1위, 아동우울증 세계 1위, 한국의 청소년들이 너무나 불행하게 산다”며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하루 150명, 1년에 5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다. 공교육은 거의 붕괴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며 “문제는 정부가 이런 것을 문제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육부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입시정책, 코로나 속에서 입시를 할 수 있을까?”라며 “이런 근시안적인 시야를 지난 100년 동안 가져왔고, 아이들의 고통은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가 한국 교육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교육개혁 방안으로 “대학입시, 대학 서열구조, 대학등록금, 특권고등학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한국은 영미의 교육시스템을 따라왔는데 “그 폐해가 너무 크다”면서 경쟁이 없는 유럽식 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68혁명을 통해 교육개혁을 이룬 독일을 사례로 들었다. 

김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의 독일은 68혁명 이후의 독일이다. 그 이전에는 나치 당원인 쿠르트 키징거가 수상을 할 정도였다. 68혁명 이후 독일은 완전히 새로운 독일이 되었고, 교육개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70년대 독일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더 이상 나치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위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나치즘의 핵심원리인 경쟁교육을 ‘야만’으로 규정하고 철저히 배척해왔다. 덕분에 김 교수가 독일에 사는 동안 열등감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반면 “한국인들은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일수록 내면에 더 깊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한 답만 찾아도 한국사회가 굉장히 건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이른 시기에 진로를 정하는 독일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세간의 반박에 대해서도 답했다. “독일은 우수한 아이가 대학가고, 그렇지 않으면 직업학교 간다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는 벤츠 타고, 대학 나온 아이는 골프 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을 간다는 건 학문이나 예술하기 위해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며, “직업학교 가는 게 사회적으로 전혀 열등감 느끼는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직업학교 다니다 대학가서 공부해야지 하면 얼마든지 다음 단계가 열려있다”면서 ‘독일은 텐샷 사회인데, 한국은 고3때 치는 딱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하는 원샷 사회’라는 빈프리트 베버의 말을 인용해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살인적인 경쟁을 하는 이유로 ‘입시’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왜곡’을 들었다. 그는 “한국처럼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는 나라가 없다”면서 “노동시장에 (의사와 변호사 같은) 특권계급이 존재한다. 이들이 직업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서 과도하게 특혜를 받고, 이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교육체제까지 왜곡 시킨다”고 일침했다.

다음은 김누리 교수와의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독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신다. 코로나 시대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인가. 

최근 한국 사회에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사실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고, 그 일들에 대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게 특이한 것 같다. 이제는 이것이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어떤 구조가 보내는 징후구나’ 이렇게 구조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게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N번방도 그렇고 최근에 박원순 시장에게 일어난 비극도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사회가 뭔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들여다보게 된 점이 특이하다. 

-박 시장의 경우는 온라인에서 세대 대결, 혹은 진영 대결이라고 할 정도로 입장이 완전히 양분되어 있다. 이것을 개인의 일탈로 받아들여야 할지, 그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면 이것을 치유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안희정 지사 이후에 오거돈, 박원순 시장 등 묘하게도 광역단체장에게서 일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역단체장들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본다. 또 하나는 50, 60 세대는 대체로 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뭔가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 이 세대가 과연 청소년기를 거칠 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배운 적이 있을까. 이렇게 보면 과연 그게 몇몇 개인의 일탈일까. 이것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성문화와 관련한 맥락에서 보아야 향후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처방이 될 것이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고 한국사회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내적 문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주 새로운 교육, 근본적으로 새로운 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교육은 단순히 성에 대한 교육이 아니고 인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성이 곧 자아니까. 

-교수님은 우리나라에 교육혁명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큰 맥락에서 보면, 더 이상 지난 백년의 교육을 답습할 수는 없다. 올해가 지금까지의 한국 교육을 끊는 하나의 단절점, 전환점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과거의 교육은 계속될 수 없다는 많은 사인들이 나오고 있다. N번방이라든가 일련의 미투 운동 혹은 페미니즘 운동이 제기하는 일종의 성적 일탈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너무나 불행하게 산다는 것이다. 제가 최근에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많이 살펴봤는데 우리나라 청소년처럼 불행하게 사는 청소년은 전 세계에 없다. 그것은 이미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나 있다. 자살률 세계 1위, 세계 평균의 서너 배다. 아동우울증이라는 희귀병도 세계 1위다. 아동이 어떻게 우울할 수 있나. 그런데 한국 아이들은 우울하다. 정상 아이들의 3분의 1이 일상적으로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저는 그 지표를 보고 가장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의 삶 자체가 이미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다. 

사실 공교육은 거의 붕괴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하루에 150명, 1년에 5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난다. 더 놀라운 것은 정부가 이런 것을 문제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총리공관에서 진행된 목요대화에서 조금 세게 이야기를 드렸다. 유은혜 교육부장관도 오셨다. 이렇게 끔찍한 교육상황을 앞에 두고 교육부에서 관심을 갖는 게 도대체 뭐냐. 오로지 입시정책이다. 코로나 속에서 입시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근시안적인 시야를 100년 동안 가져왔다. 아이들의 고통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고, 한국사회의 내적병리성은 이미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갔다고 본다. 이제는 아주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개혁, 어떻게 가야 될까. 

저는 4가지만 없애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첫째 대학입시, 둘째 소위 엘리트 대학체제인 대학서열 구조, 셋째 대학등록금, 넷째 특권고등학교. 아주 간단하다. 이것을 제가 목요대화에서 말씀드리니까 분위기가 약간 싸했다. 그래서 “저는 몽상가가 아닙니다. 이것은 이상이 아니라 유럽에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일상입니다.” 이렇게 이야기 했다. 유럽에서 대학입시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학비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엘리트 대학체제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특권 고등학교 있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그러면 속으로 영국을 이야기하실 텐데, 맞다. 영국은 4가지가 다 있다. 그것도 지독하게. 귀족 고등학교,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구조, 무지무지하게 비싼 등록금. 그런데 영국은 유럽이 아니다. 예전부터 아니었고 지금은 더 확실하게 아니다. 브렉시트, 자기 스스로 나갔다. 사실 영국은 지리적으로만 유럽이지 사회체제로는 미국과 같은 사회체제를 가지고 유럽과는 대립된다. 그래서 영미체제, 유럽체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영미체제와 유럽체제는 보통 안티테제(Antithese) 혹은 얼터너티브(alternative) 두 가지 개념으로 이야기 한다. 영미체제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유럽체제, 혹은 영미체제에 대한 반명제로서의 유럽체제, 정반대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영미 시스템을 따라왔고, 그 폐해가 너무 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제 유럽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입시를 없애야 된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그런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렇고 대표적인 게 독일이다. 가서 제가 놀란 것 중의 하나가 대학 서열이 없다는 것, 대입 시험이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놀란 것이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8년을 살았는데 열등감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국에선 60년 가까이 살았는데 열등감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국인들은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일수록 내면에 더 깊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한 답만 찾아도 한국사회가 굉장히 건강해진다고 본다.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줄 세우고 경쟁과정 속에 모든 사람들을 수직적으로 배치하는 사회이다. 독일은 경쟁을 시키지 않는다. 그 배후에는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는 철학이 있다. 이는 68혁명 직후 독일 교육개혁의 핵심이었다. 독일도 68혁명 이전에는 우리랑 비슷했다. 우리처럼 살인적인 경쟁은 아니지만 경쟁은 있었다. 68혁명을 거치면서 70년대 본격적으로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는데, 이때 경쟁교육을 야만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에서 경쟁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어릴 때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배워 왔는데 충격적이다. 

한국과 독일은 두 개의 다른 모델이 아니고 두 개의 극단이다. 한국은 경쟁을 지나치게 숭상하고 경쟁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도한 긍정적 평가를 하는 나라이고, 독일은 경쟁을 야만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을 부정적으로 본다. 이 두 사례 사이에 여러 나라들이 배치될 수 있겠다. 독일의 아도르노(Adorno)라는 철학자가 경쟁교육은 야만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맞다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야만적인 국가다. 서너 살만 되어도 유치원에서 경쟁을 시킨다고 한다. 완전 미친 사회다. 조기에 괴물로 만들어 가는 그런 과정이다.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새롭게 생각할 때다. 

아도르노는 경쟁교육을 왜 야만이라고 했는가. 70년대 가장 중요한 독일 교육의 목표는 하나였다. ‘더 이상 나치즘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독일은 나치즘 청산문제가 국가 정체성의 문제로 규정될 정도로 교육에 있어서도 나치즘 청산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웠다. 소위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게 정의라고 규정하는 것, 나치즘의 핵심원리가 경쟁이데올로기의 정수이고 나치가 경쟁을 절대화한 정치조직이라고 봤다.  

68혁명 이후 독일은 완전히 새로운 나라가 된다. 과거 청산을 굉장히 잘한 나라, 통일 잘한 나라. 복지 잘한 나라.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이 아니다. 68혁명 이후의 독일이다. 그 이전의 독일은 정반대였다. 1968년 독일 수상 쿠르트 키징거(Kurt Georg Kiesinger)라는 사람은 나치 당원이었다. 나치 당원을 한 자가 수상을 하는 나라였다. 68혁명 과정에서 당시 독일의 28살 여자 저널리스트가 기민당 전당대회 하는데 올라가서 “야, 이 나치 새끼야. 꺼져!” 이러면서 키징거의 뺨을 때렸는데 그게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다. 

통일 문제도 똑같다. 68 이전까지의 독일은 냉전체제의 첨병이었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많이 하는데, 독일은 초고속 성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유럽 전체에서 분배구조가 가장 왜곡된 나라였다. 다시 말하면 68이 완전히 새로운 독일로 전환시킨 결정적인 전환점이었고, 교육개혁은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독일은 대학을 가겠다고 하는 아이들과 직장으로 가겠다는 아이들이 대체로 4학년, 즉 중학교 이전에 갈린다. 그것을 가지고 한국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독일은 우수한 아이들이 대학 가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직업학교로 간다는 공식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사실 많은 경우에 아이가 “나는 레알슐레(Realschule, 실업계 학교) 가지 않고 김나지움(Gymnasium, 인문계 고등학교) 갈꺼야”하면 부모들이 ‘쟤 평생 굶고 살 텐데’ 하면서 걱정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간다는 것은 학자가 되거나, 예술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나머지 사무직이든 뭐든 직장에 갈 아이들은 다 레알슐레이다.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한 아이들은 벤츠 타는데 대학 졸업한 아이들은 골프 탄다’는 말이 있다. 대학을 간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 내지 예술을 하기 위해 가난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직업학교 가겠다던 아이가 책 읽고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다면 바꾸면 된다. 못 바꾸게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못하게 한다. 4학년 때 나누는 과정도 점수를 매겨서 줄 세우는 게 아니다. 독일은 한 교사가 약 20명을 4년 동안 보는데, 매달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회의가 있다. 교사가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보다 더 잘 안다. 그리고 매달 만나니까 교사와 학부모는 굉장히 친밀한 관계다. 4년 동안 늘 부모랑 아이 이야기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이 아이의 진로를 이야기할 때 거부한 학부모는 들어본 적이 없다. 독일은 직업학교 가는 게 사회적으로 전혀 열등감을 느끼는 일이 아니다. 우리랑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이다. 

-물론 선생님과 학부모가 4년 동안 잘 파악하지만 주체인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인데,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과 예측력이 과연 있을까.

독일 만하임 대학의 직업교육 전문가 빈프리트 베버를 모셔다가 한국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그분 이야기가 “독일은 텐샷 사회인데 한국은 원샷 사회다. 독일은 계속 기회를 열어주는데 한국은 딱 한 번의 기회, 고3때 치는 시험 하나 가지고 인생을 결정한다. 이렇게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사회가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용인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은 직업학교 다니다가 대학가서 이 분야를 공부해야지 하면 얼마든지 다음 단계가 열려 있다. 사람의 욕망이 계속 바뀌는데 어떻게 결정이 되나. 인문계 고등학교는 아비투어(졸업시험)를 보는데 아비투어에 붙은 아이는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원하는 때에 갈 수 있다. 대학도 자기 마음대로 고르고, 학과도 마음대로 고르고, 심지어 가고 싶은 시기에 마음대로 간다. 아비투어는 대체로 90% 이상 다 붙으니까 사실상 대학 가고자 하는 아이들은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거기도 당연히 문제가 있다. 자유롭게 열어놓으면 몰리는 학과가 있다. 독일은 16개 주가 있는데 교육은 연방정부 관할이 아니고 완전히 주정부 자치다. 처음에 의대로 몰렸을 때는 대부분 추첨을 했다. 그런데 정말 의사가 되고 싶은데 계속 떨어지면 불합리하니까 부모들이 아비투어 성적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많은 주에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0%까지만 받아들이고 동시에 오래 대기한 아이들은 무조건 들어갈 수 있게 대기기간도 20%를 반영해서 실제로 3년 대기하면 다 들어간다. 하고자 하는 열의가 있으면 최대한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해보니 대기기간으로 들어간 아이들이 더 훌륭한 의사가 됐다. 독일은 못한다는 게 없는 나라다. 다 열려 있다. 

-직업 선택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회활동들, 이 부분도 다 열려있을 수는 없지 않나.
  
당연히 선발과정이 없을 수 없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살인적인 경쟁을 하는 이유는 대학이 눈앞에 보이는 이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시장이 왜곡되어서 그렇다. 노동시장에 특권계급이 존재한다. 의사와 변호사가 한국처럼 특권을 누리는 나라가 어디 있나. 독일에서도 의사들이 조금 좋은 처우를 받지만 90% 가까이 공공의료이다. 미국과 한국 빼고 의료기관 90%가 시장에 맡겨져 있는 나라는 없다. 

이과 중에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다 의사되겠다고 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천재가 하는 영역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하는 영역이다. 천재들은 과학을 해야 한다. 한국은 노벨상 가능성이 없다. 자연과학을 안 한다. 한국처럼 이렇게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원되는 나라가 없다. 그런 특권적 직업의 존재 때문에 한국사회가 엄청나게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정부에서 의료인력 3000~4000명 늘린다니까 의사협회에서 난리가 났다. 그렇게 직업이기주의가 큰 사회가 한국사회이다. 

변호사도 똑같다. 독일 법대는 정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법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의료인과 같이 법률서비스이다. 독일에서 법률서비스는 정말 저렴하다. 다 보험으로 한다. 우리는 법률가들이 너무나 고수익이다. 아프거나 소송 걸리면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 우리도 빨리 법률보험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사회는 두 집단이 완전히 직업이기주의에 똘똘 뭉쳐서 과도하게 특혜를 받고 있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특혜 받는 직업들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교육체제까지 다 왜곡시킨다. 

 

* 김누리 교수는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독문학 석사, 독일 브레멘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2019년 JTBC 방송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독일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교육개혁, 통일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강연이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 중앙대 독일유럽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스페셜 인터뷰] 김누리③ “평화는 신속하게, 통일은 신중하게…문 정부, 통일문제 걸고 국민투표 해야”
“‘평화는 신속하게, 통일은 신중하게’ 통일문제 걸고 국민투표 해야 한다.” <폴리뉴스>는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교육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해 큰 울림을 주고 있는 김누리 교수를 만나 사회 전반에 걸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김누리 교수는 지난 21일 중앙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본지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사회의 수구-보수 과두지배체제에 대해 “발생론적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냉전과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이 특수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평화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기 위해 김 교수는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미국과 보수의 눈치를 보느라 답보상태인 현 상황에 대해 ‘한미동맹의 틀을 깨는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교수는 “독일은 패전국이라 우리보다 훨씬 상황이 안 좋았다. 빌리 브란트도 엄청난 여론의 압박을 받았지만 의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로 국민에게 물어 48%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다음부터 동방정책이 순항했다”며, ‘비전과 용기’를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한 번의 결단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통일 문제를 걸고 국민투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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