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태년 제안...이낙연-김부겸 등 당내 찬성 발언 이어져
행정수도 이전, 노무현 정부 당시 ‘관습헌법’ 위헌 결정
통합-정의-국민의당 “부동산 정책 면피용” 지적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고 ‘행정수도’를 완성시키자는 제안을 한 이후, 여당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을 이유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미래통합당, 정의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이 문제가 해결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태년 “국회에 행정수도완성 특위 구성하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여야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다시 논의해야 할 국가 중대사”라며 국회에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국회에 ‘행정수도완성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를 한다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개헌이나 국민투표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여야가 합의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차원의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이번에 또다시 위헌시비가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15년간 진행된 행정도시 경험 축적과 국민의식 변화에 따라 헌재의 판결은 변경될 것”이라고 봤다.

김 원내대표는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과밀화와 집값 상승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다시 우리 사회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 완성 문제를 공론화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당내 유력 인사들의 동의도 이어졌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헌법재판소가 ‘행정수도 이전은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초유의 논리로 그것을 막았던 것이 16년 전”이라면서 “세월도 많이 흘렀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해결해 가는 방법이 없지도 않을 것 같다”고 특별법 제정이나 헌법재판소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다만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지금은 국난 극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역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꾸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두고 무슨 대책을 세워봐야 한계가 있으니 적어도 ‘국토균형발전’이라고 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그 철학을 되살려 보자고 하는 뜻인 것 같다”며 행정수도 완성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당시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냈던 김두관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행정수도 완성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꿈인 균형발전과 지역혁신을 위한 민족사적 필수과업”이라면서 적극 찬성했다.

김 의원은 “서울공화국 청산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살길”이라면서 “중앙부처도 모두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 국회도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하고, 서울에 몰린 우수한 대학조차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2004년 위헌으로 판결이 났지만 이 판결은 듣도보도 못한 관습헌법을 억지로 갖다 붙이는 등 판결의 논리와 내용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법률에 대한 헌법적 평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법이다. 조속히 헌법재판소의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김경수 경남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수도권이 전 국토의 12.8%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과반 이상이 몰려 살면서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기에 국가균형발전은 우리가 꼭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 “의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둔 사안이고, 세종국회가 성사됨으로써 균형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박 의장과의 만남 이후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에 “노 전 대통령께서 역점적으로 추진하셨고, 당시에는 국회와 청와대까지도 이전하는 것으로 논의됐었다”며 “이 문제는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예정대로,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野 “수도권 집값 상승-부동산 실패 국면전환용” 비판

반면 야당은 위헌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이 들고나온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면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는 이미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났던 문제”라며 “위헌성 문제가 해결되고 난 뒤에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세종시 자체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지 부동산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또는 선거용 카드로 ‘행정수도 완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해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넘어 행정수도 완성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헌 또는 그에 준하는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김태년 원내대표의 이번 제안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헌법 개정을 포함해서 어떤 절차를 통해서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행정수도 로드맵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이 국토균형발전의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막연하게 운을 띄워, 공연히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기 바란다”며 “정의당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꾸준히 밝혀온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에 임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와 인터뷰를 가지고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해 “지금 부동산 정책 때문에 민심이 아주 성이 나 있는데, 어쩔 줄 모르는 여당이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관습 헌법상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던 내용”이라며 “김태년 원내대표는 예전에 위헌 판단을 받았던 취지의 수도 이전을 염두에 둔 발표를 했는데, 정부가 여당이 성난 민심에 제대로 심사숙고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대신 행정중심도시로 추진을 해 왔고, 이를 통해 국토의 균형 발전을 어느 정도 보완해 보자는 내용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되어 왔다”며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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