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오너와 매월 1차례 미팅
잠재고객 납품사 현장 방문에 불과할까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표준' 정도는 돼야 재벌 미팅 이유될 듯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 인사들이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br></div>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 인사들이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폴리뉴스 박상주 기자] 재벌 미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개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한국 최대 재벌 회장을 연이어 만났다. 중심 주제는 전기차 핵심이 되는 배터리. 형식은 잠재고객사 사장으로 공급사 현장을 방문한데 그친다. 그러나 재벌 오너를 연이어 만나야했다면 이유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 수석부회장이 좀 더 큰 어젠다로 여러 재벌 회장들을 설득해야 할 이유가 있단 의미다.

5월 13일 정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이 미팅은 재계 1, 2위 그룹 재벌 3세간 만남으로 기록됐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당일 충남 천안에서 있는 삼성SDI배터리 사업장에서 만나 오찬을 가지고 미래차 비전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2일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회장과 만났다. LG화학이 개발 중인 전고체배터리를 알아보고 이에 대한 협력지점을 파악했단 후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7월 7일 최태원 SK회장을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미래 전기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3사의 공통점은 배터리다.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 일본과 중국 등이다. 세계 전기차 제조사가 이들 3국의 배터리를 쓴다. 한국에선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대표주자로 활동하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테슬라에 납품 중이고,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만들어 미국 포드사에 제공하고 있다. 삼성SDI는 독일 BMW에 공급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SK 제공​​​​​>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SK 제공​​​​​>

나홀로 수소차던 현기차, 왜 전기차에 관심?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키를 잡기 전까지만 해도 '나홀로 수소차'를 주창해왔다. 이를 위해 한국 곳곳에 수소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전기차로 방향을 굳힌 중에도 현대기아차만 수소차를 밀었다. 

그러나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소차 인프라 구축이 계획보다 늦어지고, 외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 메이커 전기차 판매 실적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만큼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웨이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개발은 종전대로 진행하는 한편, 전기차를 내놓아 시장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수소차를 접을 순 없다. 아버지 회장 때부터 오랜시간 어렵게 구축한 인프라를 포기하기 어렵다. 또 인프라 구축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에 약속한 것도 많다. 부담스러운 매몰비용을 차지하더라도, 수소충전 인프라는 다른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한편 전기차는 자동차 메이커 입장에서 제작이 상당히 쉽다. 모터나 충전장치 등은 이미 잘 개발되어 있고, 전장이나 프레임은 기존 공장을 그대로 활용하면 고품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배터리다. 고성능 고용량 배터리만 공급받으면 큰 문제없이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다. 

배터리 선택이라면 회장을 왜 만나나

한국 배터리 3사는 저마다 특장점이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 중 1개사를 선택하는 거라면 굳이 재벌 회장과 공장에서 미팅할 이유가 없다. 보다 큰 어젠다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주도해 배터리 3사간 조율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국제 표준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국제 표준은 품질은 물론 시장 점유율이 중요하다. 한국 배터리3사가 현대기아차를 탑재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선다면, 국제표준이 요원한 일은 아니다. 현대기아차가 표준화된 배터리를 활용하면 상당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시장 점유율 또한 크게 키울 수 있다. 

치열하게 경쟁 중인 배터리3사 의견을 조율하고 각사 사업 방향을 선회시키려면 재계 수위 오너를 직접 만날 수밖에 없다.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상 오너 외 각 회사 어느 누구도 자사의 사업방향을 틀어 타사와 신사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경쟁 중인 어느 재벌도 먼저 손을 내밀 순 없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재벌과 미팅을 가져야 한다면 그 만큼 큰 계획이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혹은 배터리3사 중 한 곳에서 협력방안을 내고, 이를 정 수석부회장으로 하여금 합의토록 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비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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