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 공청회 급 주민설명회 개최 요구 '허가 제동'
설명회 결과 따라 주민 집단 소송 '장기 표류 가능성도'

주민동의 없이 물밑에서 추진돼 온 부산 수영구 민락 유원지 공붠부지내 편법 주거시설 허가에 반발해 경관심의일인 지난 23일 수영구청앞에서 열린 주민 시위.<사진=정종욱 기자>
▲ 주민동의 없이 물밑에서 추진돼 온 부산 수영구 민락 유원지 공붠부지내 편법 주거시설 허가에 반발해 경관심의일인 지난 23일 수영구청앞에서 열린 주민 시위.<사진=정종욱 기자>

 

‘밀실행정’이라는 비난 속에 추진돼 온 부산 수영구 민락동 옛 미월드 공원 숙박시설 건립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수영구는 지난 23일 구경관심의위원회를 열고 옛 미월드 일대 2만7813㎡에 추진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허가와 관련, 공공성 확충과 주민공청회 개최 등을 조건으로 '조건부 가결됐다'고 밝혔다.

조건부 가결이란 심의과정에서 제기된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주민들은 주민을 도외시하고 경관심의를 추진해 온 수영구의 행정 절차가 불법이라며 수백여 명이 집단 시위를 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이날 열린 심의에서 9명으로 구성된 수영구경관심의위원회 위원들 중 상당수가 부결된 지난 4월 심의 때보다 공공성 확충과 주민공청회 개최 등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2시부터 1~2시간 예정으로 시작된 심의는 퇴근 시간 무렵까지 가서야 겨우 심의 위원들의 요구를 전제로 조건부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 없이 심의 통과를 강행하려던 수영구 방침은 뒤늦은 주민 집단 반발로 무색하게 됐고, 구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더욱 쌓이게 된 모양새다.

문제는 부산시와 수영구가 주민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는가에 있는데, 사업설명회 정도에 그칠 경우에 대비해 주민들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사업이 또다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부산시와 수영구가 지난 2014년 주민공청회를 열어 관광인프라 시설을 한다고 해놓고, 사업 내용이 바뀌었는데도 주민들에게 한차례 의견 개진도 없이 편법 주거시설로 변경 허가를 내주려는데 분노하고 있다. 

당시 부산시와 수영구는 부산 최고의 마린시티 광안대교 조망권에 위치한 이 부지에 6성급 관광호텔을 유치하겠다며 주민 동의를 구했었다.  그러나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자가 요청한 일부 레지던스 변경을 부산시가 들어주지 않으면서 지난 2018년 사업부지가 공매되고 사업자가 변경됐다.

이번에 제출된 경관심의 자료에 따르면 모두 생활형숙박시설로 건물은 당초 2개동에서 3개 동으로 늘어났다. 부산시가 들어주지 않았던 전 사업자의 요구 조건과 같았다. 그나마 전사업자는 메인 한 동을 7성급 호텔로 제안했었으나 허가변경은 불발됐다.

제출된 3개동은 각 42층으로 632실 모두 아파트 평형의 단순 레지던스다. 사실상 분양형 아파텔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와관련, 부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중인 전 사업자 이철 지엘시티건설 회장은 "형평성에도 어긋날 뿐더러 완전한 특혜다. 당시 우리에게 그토록 강력하게 관광시설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레지던스 3동으로 허가받아 입주까지 끝났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산 수영구 민락 유원지(공원부지) 주변 주민들이 수영구청앞에 게시해 놓은 현수막. 현 사업자에 대한 부산시와 수영구의 특혜를 지적하고 있다..<사진=정종욱 기자>
▲ 부산 수영구 민락 유원지(공원부지) 주변 주민들이 수영구청앞에 게시해 놓은 현수막. 현 사업자에 대한 부산시와 수영구의 특혜를 지적하고 있다..<사진=정종욱 기자>

 

사업자인 티아이부산 피에프브이(이하 티아이부산)측은 레지던스중 2개 동 사이를 연결하는  ‘스카이브릿지’를 포함한 시설 일부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겠다며 마치 이 시설이 공공 관광인프라인 것 마냥 강조하고 있으나, 모든 레지던스들이 보안을 위해 패스가 없으면 아예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밖에 기부체납 공원역시 사업부지에 맞물려 있고 기존 주민생활권과는 도로로 분리돼 있어 사실상 아파트 뒷마당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즉, 공공성 확충이라는 명제들이 모두 입주민 혜택 시설이거나 분양에 유리한 조건들인 셈이다.  

향후 건축심의위 앞두고 주민설명회가 최대 관건

이제 남아 있는 최대 관건은 주민설명회다. 조건부인 만큼 반드시 열어야 하고 과연 부산시나 수영구가 주민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강판구 수영구청 건축과장은 “심의 통과조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민설명회였다. 사실상의 공청회 성격”이라고 밝히면서도 주민들의 무리한(?) 요구를 경계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주민들은 “지난 2014년 유원지와 공원을 해제하는 명분이 ‘관광인프라 구축’이었다. 이번 공청회에 당시 시 구 담당자들을 참석시켜서라도 당초 명분을 관철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부산시와 수영구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절차에 제동을 걸기 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시각은 주민공청회 때와 다른 사업 용도로 허가가 진행될 경우 어떠한 형태로던 가처분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최초 허가때 부산시와 수영구의 강력한 요구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관광호텔(우측 초록색 건물)이 이번 변경허가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져 강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조감도=당사 자료>
▲ 지난 2014년 최초 허가때 부산시와 수영구의 강력한 요구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관광호텔(우측 초록색 건물)이 이번 변경허가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져 강한 특혜 의혹을 사고 있다..<조감도=당사 자료>

 

주민들은 사업성을 감안하더라도 최초 주민공청회에서 약속한 6성급 호텔 등 관광인프라는 반드시 건립돼야 하며, 이같은 처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실시계획인가 전 거쳐야 할 절차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각 단계별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며 현재로서는 인가 여부를 구체적으로 단언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사업자 제안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주민설명회에서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 경우 이 사업은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와 교통·환경영향 평가 등을 거쳐 부산시로부터 사업계획실시인가를 득해 최종 수영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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