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두고 당권 '이낙연 대 비이낙연'...친문 분화 조짐
굳건한 호남 지지 힘입은 이낙연 대세론...34.3%로 압도적 단독 선두
김부겸 “당대표 임기 2년 채울 것...7개월짜리 당대표 안돼”
설훈, 최인호 등...“7개월짜리 당대표 문제될 것 없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권규홍 기자] 21대 총선에서 180석(현 177석)을 거두며 대승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8월 전당대회는 총선 압승이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임하는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어 어떤 후보가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을지 보다, 대권주자들이 잇달아 당권도전을 선언하면서 대선을 앞둔 전초전의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줄곧 대선지지율 1위로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 전 국무총리)은 '당대표는 대선 1년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당권-대권 분리 원칙으로 인해 전대 출마를 망설였지만 최근 출마 의지를 굳히고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 험지 중 험지인 대구를 지키며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대선주자 김부겸 전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내걸고 “당대표가 된다면 임기 2년을 채우겠다”며 대선 포기를 전제로 한 당권 도전을 선언하며 이 의원에 강펀치를 날렸다. 강수를 둔 김부겸 전 의원은 '非이낙연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영표, 우원식 의원도 당권도전을 선언하면서 '당권-대권 분리 원칙'을 강조하면서 후보간 견제와 연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도 이낙연이냐 김부겸이냐로 갈리며 친문 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를 초월해 이낙연 의원이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
▲ 여야를 초월해 이낙연 의원이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

 

이낙연, 압도적 호남 지지율...여야 초월 DJ이후 '호남대망론' 정점

박지원, 유성엽 ‘초당적 호남 대통령’ 강조

우선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으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꼼꼼한 행정능력, 그리고 대정부질문에서 특유의 언변을 통해 야당 의원들의 입을 막아버린 모습들을 통해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1위로 올라섰다.

이낙연 의원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줄곧 1위를 달리며 굳건한 지지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5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2537명(응답률 4.1%, 6만1282명 접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낙연 의원은 선호도 34.3%를 기록하며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이번에 기록한 34.3%는 총선 직후 4월에 기록한 최고기록 40.2%보다는 5.9%p 하락했지만, 그 전달인 3월(29.7%)보다는 4.6%p 높은 수치다.

이 위원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2%로 2위를 기록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에 비해 거의 변동 없이 횡보(-0.2%p)를 보이며 2개월 연속 2위를 달리고 있지만 1위인 이 위원장과의 격차는 20.1%p로 여전히 크다.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집틀 및 표집방법은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을 사용했다. 통계 보정은 2020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다. 자세한 조사 결과 자료는 오른쪽 '자료보기'를 클릭하거나,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높은 지지율과 함께 이 의원은 호남에서의 굳건한 지지도 강점이다. 여당 지지자들 뿐 아니라 호남계 야당 정치인들 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DJ이후 여야를 초월한 '호남대망론'의 정점에 있는 것이다.  

박지원 전 의원(단국대 석좌 교수)은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배경을 두고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를 바라는 민심이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20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코로나 위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컸다”면서 “이낙연 위원장이 압도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어서 우리 호남 대통령을 김대중 대통령 이후 다시 한 번 만들어보자는 기류가 강하게 뭉쳤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생당도 이낙연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민주당이다. 그래도 문재인이다’하는 이런 마음들이 강하게 뭉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야를 초월한 '이낙연 호남대망론'의 열망은 민생당 유성엽 전 공동대표가 지난 3월 폴리뉴스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유 전 대표는 “우리 호남 사람들 가슴 속에는 천신만고 끝에, 4수 끝에 어렵게 대통령이 된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에서 호남 대통령이 다시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 관심사다”며 “현재 이 전 총리가 다행히 대선주자 1위로 부각되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 어느 당의 유·불리를 떠나 호남 출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전 총리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이 위원장에 대한 무한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호남정치권의 여야 초월한 열망은 압도적인 이낙연 지지로 확인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9일 실시한 조사결과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은 호남권에서의 지지율이 56.7%를 기록하며 단연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 조사에서 범여권의 이낙연 의원 지지율이 33.3%였던 것에 비해 호남은 20%P 이상 높다. 

(이번 조사는 지난 8~9일 양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방식(유선전화면접 20%, 무선전화면접 31%, 무선 ARS 49%, 무작위 RDD추출)으로 실시한 결과다. 응답률은 4.8%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권-대권분리...전대 최대쟁점

그러나 '이낙연 대세론'에도 그의 당권 출마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다.

민주당의 당헌 제25조에 따르면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에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2월 8일에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에 당선됐지만 대권도전을 위해 이듬해 1월 19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넘긴 뒤 겨우 임기 10개월만 채우고 당대표직을 사퇴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이어 민주당의 당대표를 맡았던 추미애, 이해찬 대표가 당대표의 임기 2년을 안정적으로 맡으며 대선, 지방선거, 총선까지 연달아 승리함에 따라 당내에서는 당대표가 무게감있게 임기 2년을 채우는 것을 새로운 전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논리에 따라 당내에서는 당권, 대권 분리규정으로 인해 이낙연 대 비이낙연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고 친문의 분화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당헌, 당규로 당이 혼란 상황이 이어지자 당헌, 당규를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안규백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하 전준위)은 지난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헌을 고쳐서라도 최고위원들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서겠느냐”라며 당헌·당규를 고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다만 오해가 있을 수 있어 다른 당 대표 후보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전준위의 공식 논의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부겸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 김부겸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TK 김부겸 당권 배수진...“당대표 된다면 임기 2년 채울 것”

이 의원에 맞설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김부겸 전 의원이 꼽히고 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험지인 대구에서 당선되는 위업을 달성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아 성공적으로 장관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이후 20대 국회 내내 장관직과 중앙정치에 몰두한 나머지 지역구 관리에 소홀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이번 21대 총선에서 주호영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안타깝게 패배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라는 노무현 정신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당내 입지도 상당하다.

김 전 의원은 총선 당시 대선 출마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표가 된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당 대표 임기 2년을 채우겠다”며 당권출마에 배수진까지 친 상황이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친문 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뒤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혀 '이낙연 대 김부겸'으로 친문 분화의 단초를 보였다.

TK험지를 굳건히 지켜왔고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는 김 전 의원이지만, 대선주자로서 가장 큰 약점은 대중적 지지율의 약세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볼때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선경쟁력의 취약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의원에 이어 당대표 도전에 나선 홍영표 의원도 2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을 사실상 지목하며 “대선 주자가 당 대표가 되면 1년 사이에 전당대회를 3번이나 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항상 ‘컨벤션 효과’만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당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친문 김두관 의원 역시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권주자가 7개월 짜리 당권에 나서는 것도 당 운영의 원칙과 책임, 그리고 우리에게 닥친 엄중한 책임을 생각할 때 우리의 선택지는 아닌 것 같다”며 “177석 거대여당을 이끄는 당대표는 무엇보다 국정운영의 큰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당 운영은 국정과 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며 대권주자의 출마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지난 3일 정례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내 가장 큰 연구모임인 더 좋은 미래(더미래)소속 의원들도 대권주자들의 당권 도전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은 현재 여론이 전당대회에 쏠리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국난 극복, 경제 회복 방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고 전당대회에 대권주자들이 나서면서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비춰지는 것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전당대회가 과열양상이 되면 문재인 정부에도 도움이 안될 뿐더러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설훈, 최인호, 이개호, 전해철...“임기 7개월짜리 당대표 문제 없어”

이어지는 '친문' 이낙연 지지 

반면 '임기 7개월짜리 당대표가 문제 될 것 없다'며 이 의원을 지지하는 친문 의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친문 중진 설훈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권대권’ 분리규정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그 조건에 따라 만일에 8월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선출된다면 3월에 물러나면 된다”며 “당대표가 누가 될지는 전당대회에서 결정할 일이다. 대표직을 2년을 하든 1년을 하든 그거는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이 의원 지지에 나섰다.

이어 참여정부때부터 오랜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던 PK 대표친문 최인호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라며 “당 대표 임기가 7개월이든 2년이든 중요한 것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대한 시기에 책임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라면 그 누구도 역할을 자임할 수 있다. 장수가 국난극복의 전투를 피해 후방에 머문다면 그 군대는 패배할지 모른다”며 “내년에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그 이유로 특정 정치인에게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것은 무책임한 배제다. 또한, 폭넓고 단단한 통합의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당은 단결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앞세우고 지켜왔다. 그 결과 우리는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개호 의원도 지난 10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사례를 놓고 보면 7개월이라는 기간이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니다"라며 "제1당인 민주당에 강력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리더십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 지지에 나섰다.

아울러 참여정부 3철(양정철, 전해철, 이호철)중 하나로 친문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11일 이낙연 의원이 발의한 1호 법안인 재난안전기본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며 간접적으로 이 의원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이 의원이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인 이 법안엔 전 의원을 포함해 56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정계에서는 이 의원이 당내 지지세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의원 주변에서는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백원우 민주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설훈, 이개호, 오영훈 의원 외에 구 손학규계인 전혜숙, 김병욱 의원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3명의 비서관 중 한명인 김한정 의원, 언론계 후배인 박광온 최고위원 등이 모임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사자인 이 의원은 당권 공식선언을 두고는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의 활동보고회에서 이 의원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추경이 통과된 후에 제 거취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3일까지 추경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기에 이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는 7월 초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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