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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인터뷰

[20주년 특집 베스트단체장 인터뷰] 박원순② 전국민 고용보험 “재난은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온다”

양대노총 전국민 고용보험제 지지는 사회적 연대의 시작
자기부담+양대노총 일부부담+정부 근로장려금 등 일부 전용하면 재원걱정 없어
복지 투자-사회안전망 형성-누구나 과감한 도전-성공-세금 증가-복지에 재투자 '복지의 선순환 구조'

 

박원순 서울시장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국민 고용보험 전면실시를 주장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IMF라는 국난을 극복한 것은 참 잘했는데 그 과정에서 절반의 노동인력이 비정규직이 되었다”며 “IMF 위기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쓰지 못한 사람이 1400만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라며 “이들을 고용보험에 편입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 빈부격차, 사회적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우산을 가진 조합원들이 장대비를 맞고 있는 노동자들을 향해서 같이 쓰자는 제안을 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에 비로소 사회적 연대, 국민적 합의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지금 형성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 시장은 고용보험의 운용 방식을 두고 “기존에는 ‘임금’ 기준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고용과 피고용 관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며 “수입과 이윤을 중심으로 고용보험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포함)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면 보험 가입자가 많아져 보험료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어떤 사람이 경쟁에서 밀려나 직장을 잃거나 소득을 감퇴당하는 것은 본인 잘못이 아니라 정책의 문제, 사회구조적 문제”라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에 제대로 투자해서 사회안전망이 형성되면 누구나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고,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져 세금을 많이 내게 되고, 결국 그것으로 다시 복지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면서 “이게 바로 복지의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본소득에 관해서는 “(전국민 고용보험도) 보편복지지만 조건이 발생해야 적용된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주다보니 재원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 1인당 10만원씩만 나눠줘도 62조다. 10만원으로 삶을 유지하기보다 용돈 정도”라며 “그 돈을 실업자나 취약계층에게 100만원씩 주는 게 더 효율적이고, 그게 더 정의와 형평에 맞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졸업 후 1975년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적당했다. 1985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2년 대구지검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으며, 영국 정경대와 미국 하버드대 유학 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결성,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각종 시민사회운동을 펼쳤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2014·2018 지방선거에서 내리 당선 되며 서울시 최초 3선 시장이 되었다.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전국민 고용보험 관련 인터뷰 전문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전면실시’를 이야기 하셨다. 지금 같은 재난상황에 “IMF같은 해결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IMF 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그게 더 심화될 위기가 높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 국민 고용보험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 도전과제는 결국 불평등이다. 우리가 IMF라고 하는 국난을 극복한 것은 참 잘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리해고라든지 고용의 유연성을 통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는 정규직으로 못 들어갔다. 지금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거의 절반의 노동인력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그만큼 불안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되었고,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멀어졌다. 

우리가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이야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도 그런 이야기를 했고, 많은 저서들이 그런 것을 분석하고 있다. G20에 가입하고 국민소득 3만 불 등 외형적으로 보면 한국 사회가 굉장히 발전한 것 같지만, 실제는 이른바 ‘헬조선’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그만큼 삶의 질은 굉장히 어려워졌다. 특히 이런 불평등으로 인해서 저소득 계층이나 노인 자살률, 청년 자살률이 높아지고, 한국 사회가 벼랑에서 떨어진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난은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오고, 가장 깊이 온다. 이번 코로나19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전의 IMF 위기와는 다른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전국민 고용보험제이다. 자영업을 포함해서 약 2700만 명의 취업인구 중에 약 51%에 해당하는 14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격감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업수당이나 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말하자면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쓰지 못한 사람이 1400만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분들을 고용보험에 편입시켜서 새로운 고용보험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빈부격차, 사회적 격차, 양극화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이것이 복지국가의 대들보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우리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에서도 가장 잘 대응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국민 고용보험 이야기를 하셨는데 “합의가 된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 

모든 정책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해야 갈등과 저항 없이, 또 빠른 시간 내에 정착될 수 있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합의를 이루는 게 좋겠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대기업, 정규직, 고소득 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지지하고 있다. (조합의 이익과는 다르지만) 일종의 사회적 연대의 자세,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을 보면 국민국가, 국민복지, 국민의집이라고 하는 제도인데, 노사관계도 서로가 잘 합의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국민의집이 빈곤층과 노동계급만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전국민을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보편주의적인 복지정책을 마련해 스웨덴을 전 세계에서 자랑하는 복지국가 모델로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안으로 이를 해결한 게 1938년 샬트셰바덴 협약이다. 노동조합과 경영자 측이 상호존중, 자율적 협상에 의해서 합의한 내용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하면 마치 갈등의 원천인 것처럼 느꼈는데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그러니까 대체로 조합원들은 비를 피하는 우산을 가지고 있는데 저 밖에서 장대비를 맞고 있는 절반 정도 1400만 명의 노동자를 향해서 같이 쓰자는 제안을 한 거다.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대한민국에 비로소 사회연대, 국민적 합의를 할 수 있는 기초가 지금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고용보험이 2조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방금 ‘사회연대’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사회보험이다. 보험이라는 것은 보험료를 각자가 내는데, 그동안의 고용보험은 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고용주와 피고용자가 따로 있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서 고용과 피고용 관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예컨대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새로운 노동환경, 노동구조가 바뀌면서 20세기의 대기업, 정규직,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고용노동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의 비정규직, 서비스업, 여성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 완전히 다른 구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의 틀도 바뀌어야 된다. 임금 기준이 아니고 수입과 이윤 중심으로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면 경계 기준이 모호한 분들도 급여가 되었든, 일반 수익이 되었든 그것을 기준으로 누구나 다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또 보험 가입자가 많아지면 보험료가 낮아진다. 1400만 명의 거의 절반 이상이 보험에 들어오면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낮아지고 부담 비율이 낮아지는 그런 효과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게 안 되면 정부 돈으로 다른 어떤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는데 상대적으로 그것을 안 해도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5조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조금 더 혜택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사회연대적 의미에서 일부 부담하고, 또 자영업 등 다 자기 부담을 하고, 거기에 정부가 초기에 약간의 부담을 해주면 (된다). 정부로서는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 이렇게 4조원씩 이미 여러 가지 지출한 부분이 있어서 그중에 일부를 전용한다면 사실 재원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복지와 성장, 이 문제가 주로 제기되고 있는데 시장님께서는 복지를 통한 혁신, 새로운 성장을 통한 복지 선순환을 강조하셨다.

제가 요즘 책을 읽고 있는데, 토마 피케티의 최근작 ‘자본과 이데올로기’라는 책이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보통 복지의 확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복지가 낭비이고 고용과 근로의욕을 다운시킨다,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취약계층으로 전락한 것은 본인의 잘못이다, 이게 지금까지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되어 왔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경쟁에서 밀려나서 직장을 잃는다든지 소득을 감퇴당하는 것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 정책의 문제 또는 과잉경쟁의 문제, 이런 사회문제라는 거다.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바다. 

역시 핀란드 사회복지에 관한 책이 있는데 핵심 내용이 방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다. 우리가 복지에 제대로 투자해서 복지국가를 이룩하면 그만큼 사회안전망이 형성되기 때문에 누구나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도전하다가 실패해도 나락에 떨어지지 않으니 사람들 누구나 도전하고 혁신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은 경제성장이나 성공으로 이어져서 다시 세금을 많이 내게 되고, 그것으로 다시 복지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복지의 선순환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번 낙오되면 영원히 낙오된다. 도전에 한번 실패하면 영원히 실패라 심각한 도전을 못한다. R&D도 위험한 것에 도전해야 그 결과가 사회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결과가 나오는데, 우리는 R&D에 투자하면 대부분 성공한다. 별로 어려운 데에는 투자를 안 하기 때문이다. 

R&D 투자비용은 우리가 세계 1위다. 그런데 실제 그것이 적용되어서 사업화되는 것은 4%에 불과하다. 핀란드는 40%가 넘는다. 이게 차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역에서는 흑자지만 R&D나 특허, 로열티 이런 부분은 아직도 적자다. 한국 사회의 핵심적 과제가 저는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다 복지에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가 사회복지에 13% 투자하는데 OECD는 평균 21% 복지에 투자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그 핵심 중에 하나가 바로 전국민 고용보험제다.
  
-요즘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하는데 시장님은 어떻게 보시나. 

다른 차원일 수는 있는데 정부나 지방정부 입장에서 이런 정책을 시행하려고 보면 효과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옛날의 선별복지에 비해서 제가 주창하는 것은 보편복지다. 그런데 보편복지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과 상황이 벌어져야 주는 거다. 실업 상태가 되어야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과거에는 보험료가 워낙 비싸니까 부자만 낼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완전히 배제된 게 미국의 건강보험 같은 것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은 누구나 보험료를 내지만 본인이 아플 때만 적용이 된다. 

그런데 기본소득은 조건이나 계층, 상황, 위험이 닥치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무차별적으로 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재원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모든 국민에게 10만 원만 줘도 62조 정도 든다. 62조면 우리나라 전체 복지와 거의 맞먹는 것이다. 국방비가 50조니까 국방비보다 더 많다. 그런데 10만 원 받아가지고 삶이 유지되나? 용돈 정도 되는 거다. 어떤 선택을 할 거냐. 그 돈을 가지고 실업자나 취약계층이나 소득이 격감한 분들에게 100만원씩, 200만원씩 주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게 정의에 맞고, 공평에 맞고, 형평에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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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경 기자

스페셜 인터뷰와 자치단체장 인터뷰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질문하고, 인터뷰이의 숨결까지 전하는 생생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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