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직접 연결하는 ‘핫라인’과 그 밖의 모든 남북한 간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6월 9일 정오부터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 또한 내놓았다. 남북관계를 사실상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북한이 폐기를 선언한 해당 핫라인은 문재인 정부의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2018년 6월 20일, 청와대 여민관 3층 문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 위에 개통된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설치가 완료되자 그 즉시 4분 19초 동안 북한 측과 시험통화를 하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하는 사업총화회의가 열렸으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남한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하지 않을 시 남북간의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면서 “우선 남북한 간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 격폐(폐쇄)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 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단계적인 ‘대적사업’ 조치에 나설 것을 암시했다.
북한은 8일 오전, 대한민국의 연락사무소 업무 개시 전화를 받지 않다가 오후 업무 종료 전화를 받았다. 2018년 9월 연락사무소가 문을 연 뒤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오후에 다시 응답한 만큼 남측 대응을 지켜본 뒤 연락사무소 폐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북한은 다음날 연락사무소뿐만 아니라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한 모든 통신연락선 폐기라는 조치를 취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대남 군사도발을 하는 것 아니냐는 나온다.
물론 북한의 이번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앞세우긴 했으나 ‘적대행위 중지를 명기한 9·19 군사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 북측의 진정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상호 간 9·19 군사합의 준수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 재개를 다시 타진해 본다면 연락 채널이 다시 뚫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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