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대응력 떨어진 신한·국민
피치, 등급전망 ‘부정적’ 하향

<자료 출처=각 사>
▲ <자료 출처=각 사>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국내에서 최상위 신용등급(1등급)을 받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해외에선 6계단이나 낮은 7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민은행도 국내에선 1등급, 해외에선 6등급을 받았다. 

4일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 4대 시중은행은 NICE신용‧한국신용‧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평균 AAA, 순위로 따지면 1등급에 해당하는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반면 해외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로부터 받은 평균 신용등급은 A+와 A- 사이, 순위로는 5.4등급 수준이다. 국내에서 받은 신용등급보다 약 4.4등급이 낮았다.

등급순위는 국내 3개 평가사와 국외 3개 평가사가 20~22개로 나눠놓은 등급체계를 참고했다. AAA를 1등급으로, D를 22등급으로 분류하는 방식이다.

국내와 해외 신용등급 간 격차가 4.4등급으로 나타난 건, 4대 시중은행에 대한 국내 신용등급이 해외보다 다소 고평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료 출처=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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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회사채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등급이 내려가면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에 부담요소가 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먼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국내외 평균 신용등급 괴리가 4.7등급으로 가장 컸다. 두 은행에 대해 해외 신평사들은 A1(5등급‧무디스), A+(5등급‧S&P), A-(7등급‧피치) 신용등급을 부여했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3곳 모두 AAA(1등급)을 매겼다.

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해외 신평사로부터 Aa3(4등급‧무디스), A+(5등급), A(6등급) 신용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신평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은 전부 AAA(1등급)였다. 국내외 평균 신용등급 차이는 4등급이나 났다.

4대 시중은행에 대한 국내외 신용등급 전망도 차이가 있었다. 국내 신평사들은 하나같이 ‘안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해외 신평사들의 전망은 은행별로 갈렸다. 전망은 ‘긍정적(등급 상향 가능성)’, ‘안정적(등급 유지 가능성)’, ‘부정적(등급 하향 가능성)’으로 나뉜다.

신용등급 전망도 수개월 내에 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신용등급과 마찬가지로 회사채 발행금리에 영향을 준다. 또 회사채를 구입하는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가격이 내려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우려해 투자를 망설일 수 있다.

간극이 나타난 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 4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를 고려해 2개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료 출처=각 사>
▲ <자료 출처=각 사>


당시 피치는 국내 은행업에 대해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향후 2년 동안 은행들의 신용도에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3월부터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감해 수출기업과 하도급 업체의 신용 위험도를 높이고, 이는 가계와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 다른 은행보다 크다”고 지적했고, 신한은행은 “소매와 숙박업, 요식업 등 개인 간 접촉이 필요한 서비스업종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도)가 시중은행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대응력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2019년 12월 말과 올해 3월 말 사이 신한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NPL커버리지비율)은 115.4%에서 113.3%로 1.1%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도 129.8%에서 126.7%로 3.1%포인트 낮아졌다.

NPL커버리지비율은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잔액 대비 충당금 적립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비율이 100%보다 낮으면 대출 부실화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 대응력이 떨어진 건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확실한 부실채권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선 국내와 해외 신평사 대부분이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S&P는 우리은행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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